보건복지부 시범사업서 한의의료기관 홀대 논란… “국민 진료 선택권 심각한 침해”
보건복지부가 추진 중인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의 추가 선정을 앞두고, 대한한의사협회(이하 한의협)가 정부의 편향적인 ‘양방 우선주의’를 강력히 비판하고 나섰다. 한의협은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을 위한 재택의료 서비스에서 한의의료기관이 조직적으로 배제되고 있으며, 이는 결국 다양한 의료 서비스를 누려야 할 국민의 진료 선택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한의계는 공정하지 못한 선정 과정에 의문을 제기하며, 재택의료 서비스의 질 향상을 위해 한의 재택의료센터의 대폭적인 확대를 촉구했다.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은 거동이 불편해 병의원을 찾기 어려운 환자들을 위해 의사와 간호사, 사회복지사가 직접 가정을 방문하여 의료와 복지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사업이다. 보건복지부는 현재 재택의료센터가 없는 지역을 중심으로 센터를 확충하기 위해 지난 1월 공모를 진행했으며, 조만간 추가 선정 기관을 발표할 예정이다. 그러나 한의계는 지금까지의 선정 결과와 과정이 지나치게 양방 의원 위주로 편중되어 있어, 한의 진료를 원하는 환자들이 소외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한의협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6년도 신규 및 전체 시범기관 수에서 한의원은 양방 의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6년도 신규 선정 기관의 경우 양방 의원은 93개소가 지정된 반면, 한의원은 35개소에 그쳤다. 전체 기관 수 역시 양방 의원이 201개소인 데 비해 한의원은 89개소로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특히 수요가 가장 많은 수도권에서의 차별은 더욱 극명하다. 2026년도 신규 공모에서 서울과 경기의 경우 양방 의원은 각각 13개소와 19개소가 선정되었으나, 한의원은 서울과 경기에서 각각 단 1개소씩만 선정되는 황당한 결과가 나왔다.
이러한 결과는 지역 현장의 열띤 참여 의지와도 정반대되는 결과다. 한의협에 따르면 서울시 동작구의 경우 지난해 10곳이 넘는 한의원이 공모에 참여했으나 단 한 곳도 선정되지 않았으며, 부산시 진구에서도 양방 의원 1개소와 한의원 5개소가 신청했으나 결과적으로 양방 의원만 선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정부가 지역 내 의료 자원의 분포나 도민들의 실제 의료 수요를 고려하기보다는, 특정 직역에 특혜를 주는 식의 선정을 하고 있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한의협은 특히 선정 심사 과정의 ‘불투명성’을 강하게 질타했다. 현재 재택의료센터 선정 심사위원회에 한의계 전문가들이 배제된 채, 주로 양방 의사들로 구성된 위원들이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 한의계의 주장이다. 한의협은 “심사위원이 경쟁 직역인 양방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면 한의원의 전문성과 역량이 제대로 평가받기 어려운 것은 자명한 사실”이라며, “깜깜이 심사를 중단하고 한의 전문가가 포함된 공정한 심사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의계가 재택의료에서의 역할을 강조하는 이유는 한의학의 임상적 특성 때문이다. 거동이 불편한 고령 환자들은 주로 만성 통증, 근골격계 질환, 뇌혈관 질환 후유증 등을 앓고 있는 경우가 많으며, 이러한 질환들은 한의약의 침, 뜸, 부항, 추나 요법 등이 매우 효과적인 분야다. 실제로 많은 어르신이 집에서 편하게 한의 진료를 받기를 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행정적 문턱 때문에 환자들이 원하는 치료를 받지 못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윤성찬 대한한의사협회장은 “재택의료의 핵심은 환자가 중심이 되는 의료 서비스이며, 환자가 원하는 진료를 집에서 편안하게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라며, “한의의료기관은 이미 지역사회에서 거동 불편 환자들의 건강을 돌보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음에도 공모 과정에서 차별받는 현실을 묵과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지금이라도 특정 직역의 이익이 아닌 국민 건강권 수호라는 대원칙 아래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의 형평성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이번 논란은 보건의료 정책이 직역 간의 갈등이나 행정적 편의주의에 매몰되어 국민의 실제 편익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묻게 한다. 인구 고령화로 인해 재택의료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는 시점에서, 한의와 양방의 칸막이를 허물고 도민들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판단하는 의료 서비스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시급하다. 보건복지부가 향후 발표할 추가 선정 결과에서 이러한 한의계의 합리적인 비판을 얼마나 수용할지 국민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