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질이라는 언어로 본 동아시아 3국의 전통의학
대만드(대신만나드립니다)
상지대학교 한의학과 황윤정
같은 병명을 진단받았더라도 그 병증은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이는 질병이 단순히 하나의 원인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지닌 신체적 특성과 생활 환경, 체질적 경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임을 보여준다. 이러한 개인의 차이에 주목해 온 의학이 바로 전통의학이다. 전통의학 중에서도 한의학은 ‘체질’이라는 개념을 통해 사람을 중심에 둔 치료를 지속해 왔다. 이는 같은 질환이라도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치료가 적용될 수 없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것으로, 개인 맞춤 치료라는 관점에서 한의학이 지닌 중요한 장점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체질의학적 사고는 오늘날 개인화 의료가 강조되는 흐름 속에서 그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체질을 중심으로 인간을 이해하려는 시도는 한의학만의 특징은 아니다. 인도의 아유르베다와 한의학을 비교한 첫 번째 기사에서도 다루었듯이, 세계의 다양한 전통의학들이 체질을 중심으로 인간을 바라보고 질병을 치료하고자 하였다. 특히나 동아시아 전통의학의 큰 흐름 속에서 중국과 일본은 한의학과 같은 뿌리를 공유하며, 각자의 역사적·문화적 배경 속에서 체질 개념을 발전시켜 왔다. 같은 전통에서 출발했지만, 체질의학이 구현되는 방식은 국가별로 서로 다른 방향을 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기사에서는 개인의 체질에 맞춘 치료라는 한의학의 강점을 출발점으로 삼아, 중국과 일본의 체질의학적 접근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동아시아 3국 전통의학이 공유하는 공통점과 차이점을 조명하고, 체질의학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작은 단서를 찾고자 한다.
중국의 체질의학
중국의 체질의학은 내경이나 상한잡병론의 이론적 근거를 가지고 1979년대에 이르러 왕기를 중심으로 한 중의학자들 속에서 기존 중의학의 체질적 요소를 강조하며 시작된 의학이다. 나이, 심신상관, 환경, 유전자관련이론을 바탕으로 하는 중국의 체질의학은 체질을 인체의 체형, 성격, 음식, 대소변, 맥상, 발병 후의 병변 특징, 머리와 얼굴 등을 기반으로 7가지로 나누었다. 즉, 신체적인 증상을 위주로 체질을 구분하는 것이다. 생리학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성별과 연령별 차이를 구분하고 있지만, 중의학의 기본적인 생리 이론과 크게 다르지 않은 전개를 보인다고 한다.
병리적인 측면에서 중국의 체질의학은 체질에 따라 질병의 발생, 발전, 전귀, 예후 등의 차이점이 나타나는 것을 설명하고 있지만, 체질에 따른 특정적인 병인을 제시하고 있지는 않다. 중국의 체질의학은 단지 개체의 특이한 체질유형이 구체적인 질병유형과 성질을 결정한다고 보았고, 체질은 질병의 배경이 되고 이러한 체질의 차이가 질병의 차이를 가져온다고 하였다.
진단에 있어서 중국의 체질의학은 세 가지의 방법을 제시한다. 이 세 가지의 방법은 형태특징, 생리기능, 심리기능에 따르는 것이다. 먼저 형태는 체격, 체형, 자세 등을 포괄한다. 다음으로 생리는 호흡, 설상, 맥상 등을 통해 진단하며 심리는 정서경향이나 감정, 인지 속도, 행위표현 등 인격을 포괄하는 부분을 의미한다. 중국의 체질의학에서 이렇게 세 부분과 관련한 진단방법을 제시하기는 하였지만, 임상에서 진단에 주로 활용되는 것은 피부의 윤택이나 설진, 망진 등을 통해 알 수 있는 것과 병증을 나타내는 증상이고 심리적인 부분은 각 체질의 특징을 파악하는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지만 체질을 진단하는 과정이 변증의 과정과 유사하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중국의 체질의학은 질병을 일으키는 요소와 유기체의 병리상태를 바로잡아서 정상범위 내로 회복시키는 것을 치료로 바라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질병을 치료하는데 있어서 체질이 증의 형성과 병의 전변, 전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체질을 중시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중국의 체질의학은 황제내경을 기반으로 병을 예방하는 데 있어서 미병의 개념으로 접근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체질별 양생법보다는 기존의 중의학 양생이론과 같이 정신을 조절하고 기르며, 사계절에 순응하고 추위와 더위를 피하며 배경을 선택하고, 운동, 음식조절, 기거 양생을 더욱 중시하는 모습을 보인다.
2. 일본의 체질의학
일본의 체질의학은 일관당의학이라고 한다. 일관당의학은 1918년 유행성 감기를 처방하여 이름을 크게 떨친 모리 도하쿠에 의해 창시된 의학으로, 인간을 쉽게 걸리는 질병에 따라 어혈증체질, 장독증체질, 해독증체질의 3가지 체질로 나누고 이 증상을 치료하는 5대 처방으로 대표되는 의학이다.
일관당의학에서는 여러 가지 독소를 체내에 축적한 내적 원인과 외인이 겹쳐서 질병이 일어난다고 보았다. 이 의학에서는 각 체질별마다 특징적으로 체내에 축적된 병인이 되는 독소가 있다고 본다. 먼저 어혈증체질에서의 병인은 혈액의 기능을 잃은 인체에 여러 가지 장애를 일으키는 어혈이다. 장독증체질의 병인은 신진대사 장애물 등 독이 신체의 각 장기에 축적된 장독이라고 보았다. 마지막으로 해독증체질은 사물황련해독탕에 의해 치료되는 체질로, 사물황련해독탕의 해독에서 이름을 땄으며 여기서의 독은 결핵성 독을 의미한다.
진단의 측면에서 보았을 때, 일관당의학에서는 망진, 맥진, 복진을 통해 진단하지만 체질별로 진단하는 방법에 있어 우선되는 것이 있다고 한다. 어혈증체질의 경우 망진이 편리하다고 하는데, 이는 어혈증 체질의 붉은 안색이 특징적이기 때문이다. 장독증체질의 경우 복진 시 장독이 가득차있는 형태이기 때문에 복내 지방이 쌓여 있어 전체적으로 복근이 단단하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해독증체질의 경우, 얼굴색이 주로 창백하거나 흑색이며 수척한 편이기에 목이 가늘고 길며, 가슴이 좁은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이러한 특징들을 바탕으로 체질을 진단하는 것이 병증을 알아내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일관당의학에서는 파악한다.
처방약의 경우에도 일관당의학에서는 체질별로 증상이나 질환의 특징에 따라 주가 되는 약이 있다고 본다. 어혈증체질에는 통도산, 장독증체질에는 방풍통성산, 그리고 해독증체질에는 시기별로 황련해독탕, 형개연교탕, 용담사간탕을 주된 약으로 보았다. 주된 약이 정해져있기 때문에, 일관당의학에서는 각 체질에 맞는 약을 복용하는 것을 일종의 예방으로 간주하였다. 예를 들면 어혈증체질의 경우 평소 축어혈제를 복용하여 형성된 독을 내보내 여성에게서 월경을 순조롭게 하는 것이 있다.
3. 한의학과 중국, 일본의 체질의학
중국의 체질의학과 일본의 일관당의학을 한국의 사상의학과 비교해 보았을 때, 유사한 틀 안에 있지만 그 구체적인 방향성이 다르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먼저 일본과 중국의 체질의학은 병인이나 쉽게 걸리는 병에 따른 특성을 구분하여, 체질 자체의 의미보다 그 질병에 쉽게 걸릴 수 있는 특성에 집중하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사상의학은 체질의 불변성을 가지고 신체와 심리를 포괄하여 체질을 구분하고자 하였다는 차이점이 있다. 또한 중국의 체질의학에서는 체질이 질병의 바탕이 되는 것 이외에는 체질별 특정한 병인을 제시하지 않았지만, 일관당의학에서는 체질별 구체적인 특정 병인에 대해 언급하였다. 하지만 진단에 있어서는 3개의 의학 모두 망진, 맥진을 중요시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과 같이 중국과 일본, 그리고 한국의 체질의학은 모두 개인의 차이를 고려한다는 공통된 출발점을 지니지만, 체질을 설정하고 활용하는 방식에서는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먼저 중국의 체질의학은 체형, 설상, 맥상 등 관찰 가능한 신체적 특징을 중심으로 체질을 분류하고, 이를 질병 발생과 전변의 배경으로 이해한다는 점에서 변증 과정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다만 체질별로 고정된 병인이나 처방을 제시하기보다는, 기존 중의학 이론 속에서 체질을 보조적인 개념으로 활용하는 경향을 보인다.
일본의 일관당의학은 체질을 쉽게 걸리는 질병과 축적된 ‘독’의 종류로 규정하고, 각 체질에 대응하는 대표 처방을 제시함으로써 체질과 치료를 직접적으로 연결한다는 특징을 지닌다. 이는 진단과 처방의 단순화를 통해 임상적 실용성을 강화한 접근이라 할 수 있다.
반면 사상의학은 체질을 질병 이전의 불변적인 특성으로 설정하고, 신체적 특징뿐 아니라 심리적 경향까지 포괄하여 인간을 이해하고자 했다는 점에서 두 의학과 구별된다.
이러한 차이는 체질의학이 단일한 정답을 향해 나아가는 체계가 아니라, 문화와 사회적 요구에 따라 다양하게 구현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동시에 동아시아 전통의학이 공유하는 철학적 기반 위에서 서로의 장점을 참고하고 보완할 가능성 또한 시사한다. 개인 맞춤 치료가 점차 중요해지는 오늘날, 체질의학은 과거의 이론에 머무르기보다 새로운 의료 환경 속에서 재해석되고 발전해 나가야 할 과제를 가지고 있다. 동아시아 3국의 체질의학을 살펴보는 것을 토대로, 한의학의 정체성을 다시 돌아보고 앞으로의 방향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참고 문헌: 강기림, 황상문, 박소정, & 채한. (2009). 세계 전통 체질 의학 비교 연구. 한국한의학연구원 논문집, 15(3), 35-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