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역 간 이해상충 해결의 핵심 기구 출범 앞두고 ‘위원 구성 비율 명문화’ 의견서 제출
대한한의사협회(회장 윤성찬, 이하 한의협)가 내년 3월 본격적인 가동을 앞둔 ‘보건의료인력 업무조정위원회’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 특정 직역에 쏠리지 않는 공정한 위원 구성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의협은 보건복지부가 입법 예고한 「보건의료기본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특정 직역의 독점과 편중을 방지하기 위한 위원 구성 비율 명문화를 촉구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12월 24일 발표했다. 이는 보건의료 현장의 고질적인 갈등을 해결해야 할 위원회가 시작부터 특정 집단의 영향력 아래 놓이는 것을 경계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보건의료인력 업무조정위원회(이하 위원회)는 의료인 간의 업무 범위 분쟁이나 직역 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을 중재하고 조정하기 위해 설립되는 법정 기구다. 그동안 보건의료계에서는 직역 간 업무 침범이나 새로운 의료 기술의 도입 등을 둘러싼 갈등이 끊이지 않았으나, 이를 객관적으로 심의할 조정 기구가 부재했다. 이에 정부는 보건의료기본법을 개정하여 위원회 설치 근거를 마련했으며, 이번 시행령 개정안은 위원회의 구체적인 구성과 운영 방식을 규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의협이 이번 의견서에서 가장 강조한 점은 위원 구성의 ‘균형’이다. 현행 모법에 따르면 위원회는 보건의료인력 및 의료기관 단체 추천인 20명 이상, 노동자·시민·소비자 단체 추천인 10명 이상, 공무원 10명 이상, 면허·자격에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 10명 이상 등 총 50명에서 100명 사이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한의협은 이 과정에서 특정 직역(양의사) 인사가 전체 위원의 30%를 넘지 않도록 시행령에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정 직역이 과반에 가까운 비중을 차지할 경우, 위원회 본연의 목적인 ‘중립적 조정’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한의협은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 그룹의 선발 과정에 주목했다. 표면적으로는 중립적인 전문가를 위촉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양방 의대 교수나 양의사 출신 보건의료 전문가, 혹은 양방 중심의 공공의료기관 관계자들로 채워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지적이다. 한의협 관계자는 “만약 전문가 위원들이 특정 직역과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인물들로 구성된다면, 업무 범위 조정 등 민감한 의결 과정에서 팔이 안으로 굽는 식의 불공정한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며, 위원 구성 비율의 명문화가 공정성을 담보할 유일한 장치임을 강조했다.
또한 한의협은 특정 단체가 위원 추천을 거부하거나 지연시켜 위원회 구성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를 차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함께 전달했다. 직역 간 갈등이 심한 사안의 경우, 자신들에게 불리한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면 위원 추천 자체를 거부해 위원회 출범을 방해하는 전략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한의협은 특정 단체가 추천을 거부할 경우 보건복지부 장관이 해당 분야의 전문가를 직접 위원으로 위촉할 수 있도록 보완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는 위원회의 연속성과 행정적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한 실질적인 대안으로 평가받는다.
윤성찬 대한한의사협회장은 “보건의료인력 업무조정위원회가 직역 간 갈등을 봉합하고 국민 건강을 위한 합리적인 대안을 도출하는 기구가 되려면, 구성 단계부터 모든 직역의 균형 있는 참여가 전제되어야 한다”며, “정부는 특정 직역의 쏠림 현상을 방지하고 모든 보건의료인이 수긍할 수 있는 투명한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한의협은 이번 의견 제출을 시작으로 위원회가 특정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도구로 전락하지 않도록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국민의 의료 선택권이 보장되는 방향으로 업무 조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대응해 나갈 방침이다.
저출생과 초고령사회 진입 등 국가적 의료 위기 상황에서 보건의료 인력의 효율적 활용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보건복지부가 한의협의 제안을 수용하여 위원회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확보할 수 있는 시행령을 완성할지, 아니면 기존의 직역 간 위계 구조를 고착화하는 결과로 이어질지 의료계 안팎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