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엔 '성과대회' 열어 장관상 수여, 12월엔 "과학적 입증 어렵다" 발언... 한의계 "자가당착 행정 중단하고 사과하라"
대한한의사협회(회장 윤성찬, 이하 한의협)가 한의약 난임치료의 과학적 근거를 부정한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을 향해 '심각한 자기모순에 빠졌다'며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불과 석 달 전, 정부가 직접 한의 난임사업의 우수 사례를 포상하며 그 성과를 대대적으로 홍보해놓고, 이제 와서 "객관적·과학적 입증이 어렵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은 자가당착(自家撞着)이자 정책적 신뢰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행위라는 지적이다.
한의협은 12월 23일 발표한 보도자료를 통해, 보건복지부가 지난 9월 12일 서울 프레지던트호텔에서 개최한 ‘2025 한의난임사업 성과대회’를 상기시켰다. 당시 행사에서는 2024년 한의 난임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한 지방자치단체와 유공자들에게 보건복지부 장관상이 수여되었다. 특히 전북특별자치도 익산시는 ‘지역 의료기관과 연계한 맞춤형 치료로 임신 성공률을 높인 공로’를 인정받아 보건복지부 장관상(대상)을 수상했으며, 경기도 화성특례시와 전라남도가 최우수상을, 광주광역시와 서울특별시 은평구가 우수상을 각각 거머쥐었다.
당시 성과대회에서 보건복지부는 “정부는 난임부부의 전반적인 건강 회복과 삶의 질을 근본적으로 향상시키는 맞춤형 치료인 한의 난임치료가 난임 극복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다고 믿는다”며 한의약 난임치료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성과 확산을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정은경 장관은 지난 12월 16일 대통령 주재 업무보고에서 “한의학은 객관적으로, 과학적으로 입증하기 힘들고,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효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개인적 견해를 밝히며, 그간 정부가 추진해온 공적 사업의 성과를 정면으로 부정했다.
한의협은 이번 사태에 대해 “양의사 출신인 보건복지부 장관이 자신의 편향된 시각에 갇혀,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포상까지 한 정책을 스스로 폄훼하는 촌극을 빚었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특히 한의 난임치료는 이미 국제적인 기준인 GRADE를 준용하여 개발된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CPG)’에 따라 과학적으로 관리되고 있으며, 전국 수많은 지자체에서 조례를 통해 지원 사업을 시행할 만큼 사회적·임상적 검증이 완료된 영역임을 강조했다.
실제로 한의 난임치료는 단순히 임신 성공률을 높이는 것을 넘어, 난임 여성의 생리통 완화나 신체 컨디션 회복 등 전반적인 건강 증진에 기여하며 환자들로부터 90% 이상의 높은 만족도를 얻고 있다. 저출생 문제가 국가적 재난 수준인 상황에서, 정부가 검증된 치료법인 한의약 난임치료를 장려하기는커녕 '비과학적'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배척하는 것은 난임 부부들의 의료 선택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처사라는 것이 한의계의 일관된 입장이다.
한의협은 정은경 장관의 공식 사과와 함께, 지자체 수준에 머물러 있는 한의 난임치료 지원 사업을 중앙정부 차원의 국가 사업으로 즉각 격상할 것을 촉구했다. 한의협 관계자는 “보건복지부 스스로가 한의 난임사업의 성과를 홍보하고 우수 사례를 포상했다는 사실은 이미 이 사업의 과학성과 효과성을 정부가 보증했다는 증거”라며, “장관은 자신의 발언이 가져온 혼란에 대해 책임을 지고, 한의 난임치료가 건강보험 등 공적 지원 체계 내로 안정적으로 편입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태는 보건복지부 내의 정책 일관성 결여를 적나라하게 드러냈으며, 향후 한의계와 정부 간의 신뢰 관계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초저출산 위기 극복을 위해 모든 의료 자원을 동원해야 할 시점에 터져 나온 장관의 '망언' 논란이 어떻게 매듭지어질지, 그리고 한의 난임치료의 국가 사업화 논의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