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드(대신만나드립니다)
대구한의대학교 한의과대학 황시현
치료’에서 ‘예방’으로, 세계를 휩쓰는 웰니스 열풍과 한의약의 기회
최근 전 세계 헬스케어 시장의 가장 거대한 화두는 단연 ‘웰니스(Wellness)’이다. 질병이 발생한 뒤에야 병원을 찾아 치료하던 과거의 수동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평소 운동과 식습관을 관리하고 예방적 차원에서 신체를 돌보는 적극적인 건강관리로 패러다임이 완전히 뒤바뀌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힘입어 전 세계 전통·보완의학, 맞춤형 건강관리 등을 아우르는 웰니스 산업의 덩치는 2022년 이미 5.6조 달러라는 규모에 도달했다. 전문가들 역시 전통의약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이유에 대해 사람들의 건강관리 패러다임 변화(65.8%)를 압도적 1위로 꼽았으며, 심화되는 고령화(31.6%)와 날로 치솟는 의료비 부담(9.1%)이 그 뒤를 이었다. 한의약 산업 종사자의 70.5%가 미래를 ‘유망하다’고 평가하는 것 역시 이러한 흐름과 맞닿아 있다.
실제로 2023년 세계 전통의약 시장은 약 1,691억 달러 규모로 추산되며, 매년 빠른 속도로 팽창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거대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현재 중국과 인도가 매섭게 질주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한의약의 국제 경쟁력을 높일 치밀한 전략이 시급한 시점이다. 다행히 우리에게는 충분한 잠재력이 있다. 2023년 한방 진료를 목적으로 한국을 찾은 외국인 환자 수는 2009년 의료관광 통계가 집계된 이래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이러한 해외 환자 유치는 진료실 안에서의 수익 창출에 그치지 않고, 국내 산업 전반에 막대한 경제적 파급효과를 불러일으키는 핵심 동력이 된다. 이에 발맞춰 2023년 한의약 관련 수출 규모 역시 2억 8,538만 달러에 달하는 성과를 냈다.
하지만 장밋빛 지표 이면에는 진료 현장과 기업들이 뼈저리게 체감하는 무거운 장벽들도 존재한다. 한의약산업실태조사(2023)에 따르면, 당장 해외로 뻗어 나가고 싶어도 글로벌 시장을 개척할 ‘전문인력의 부족(25.1%)’이 가장 큰 발목을 잡고 있으며, 현지의 복잡한 ‘법률 및 행정상 어려움(16.2%)’, 그리고 ‘해외 시장 분석 정보의 부재(13.9%)’가 그 뒤를 이었다.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고 세계를 무대로 뛰는 한의약을 만들기 위해, 정부가 발표한 ‘제5차 한의약 육성발전 종합계획(2026~2030)’에 대하여, 본 글에서는 그중에서도 특히 한의약의 글로벌 및 해외 진출 전략을 중심으로 자세히 들여다보고자 한다.
[세계인과 소통하는 K-Medicine] – 문턱을 낮추고 매력을 높이다
제5차 종합계획의 첫 번째 글로벌 전략은 한국을 찾는 해외 환자의 유치를 고도화하고 한의약의 글로벌 브랜드를 확립하는 것이다.
첫째, 해외환자 유치 및 글로벌 진출 기반 조성이다. 정부는 지자체의 관광 자원 및 글로벌 플랫폼과 연계한 민·관·산·학 협업 네트워크를 구축할 예정이다. 한의계의 가장 큰 고충이었던 인력난 해소를 위해, 한의약에 특화된 의료 코디네이터와 통역 인력을 전폭적으로 지원하여 유치 의료기관의 숨통을 트이게 하는 것이다. 특히 가칭 ‘한의 해외진출지원센터’를 구축한다. 이곳은 진출 대상국의 까다로운 인허가 제도와 전통의약 법률 등을 사전 분석하여 제공하고, 병원이나 기업의 진출 단계에 맞춘 맞춤형 컨설팅을 전담하게 된다. 2030년까지 한의 의료기관 해외 진출 9개소, 한의약 제품 4개 품목 진출이라는 가시적인 성과를 목표로 삼고 있다. 아울러, 외국의 의사나 대학생들이 국내에서 직접 한의 진료를 배우고 실습할 수 있는 중장기 연수 프로그램도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둘째, K-Medicine 글로벌 브랜딩 및 콘텐츠 확산이다. 외국인들이 한의약을 쉽게 이해하고 접근할 수 있도록 다국어로 질환, 처방, 한약재, 치료 사례를 제공하는 ‘한의약 정보 통합 포털서비스’가 문을 연다. 나아가 단순히 '의학'의 틀을 넘어, 식문화와 명상, 스트레스 관리 등 일상생활 속 건강관리를 아우르는 글로벌 웰니스 브랜드로 K-Medicine의 이미지를 재정립한다. 특히 한국관광공사, 재외문화원 등과 손잡고 드라마, 영화, 웹툰, 숏폼 영상 등 막강한 파급력을 가진 K-컬처를 매개로 한의약의 매력을 전 세계인의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할 계획이다.
[국가주도형 글로벌 파트너십 확대] – 세계 전통의약의 룰 메이커(Rule Maker)로 도약하다
두 번째 전략은 개별 병원이나 기업의 힘만으로는 돌파하기 힘든 국제 사회에서의 규제 장벽을 넘고, 한의약이 글로벌 표준을 선도하도록 국가 차원의 파트너십을 가동하는 것이다.
첫째, K-Medicine 글로벌 협력체계 강화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2025~2034 전통의약 전략 수립에 우리나라가 주도적으로 참여하여 한의약 중심의 정책이 국제 사회에 확산될 수 있도록 영향력을 행사한다. 나아가 우리의 소중한 한의약 지식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해 '한국전통지식정보 DB'를 구축하고, 이를 유럽특허청(EPO) 등 국·내외 특허 심사 시스템에 탑재하여 자원 주권을 굳건히 다진다. 외교적 차원에서는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등 전통의약 수요가 높은 국가를 대상으로 공적개발원조(ODA) 로드맵을 수립하여 병원 건립과 의료진 연수를 돕고, 통일부와 협력해 남북한 전통의약 용어 표준화 및 미공개 문헌 공동 조사 등 한반도 내의 교류까지 아우르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둘째, K-Medicine 국제표준 개발 선도이다. 중국과 일본 등 경쟁국들이 국제표준을 선점하여 보이지 않는 무역장벽을 쌓고 있는 현실에 적극 대응한다. 용어, 의료정보, 한약재, 한의 의료기기 등 전 분야에 걸친 ‘제2차 한의약 표준화 전략 로드맵’을 고도화하여, 2030년까지 국제표준화기구(ISO)에서 34건의 국제표준을 제정하는 것을 목표로 뛰고 있다. 국가 간 공동표준개발을 통해 우호국을 늘리고, 만들어진 표준이 국내 산업의 품질 향상과 해외 진출로 이어지는 선순환 생태계를 확립할 예정이다.
한의학의 세계화, 한의대생의 가슴 뛰는 미래가 되다
제5차 한의약 육성발전 종합계획은 일선 현장의 목소리를 세심하게 반영하여, 한의약이 내수 시장의 한계를 넘어 세계로 뻗어 나갈 튼튼한 다리를 놓고 있다. 이제 한의대생들에게 열린 길은 명확하다. ‘진로와 임상 무대의 폭발적 확장’이다.
지금까지 한의사의 진로가 국내 한의원이나 한방병원 개원에 주로 머물렀다면, 앞으로는 정부의 든든한 외교적·행정적 지원 아래 합법적인 면허를 인정받고 중동, 미주 등 해외로 진출하는 개척자들이 더욱 많이 생겨날 것이다. 또한, 정부 주도의 ODA 사업이나 WHO 등 국제기구로 파견되는 글로벌 보건의료 전문가로서의 길도 열릴 것이다.
한의대생들의 ‘배움의 환경’ 역시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진화할 것이다. 해외 의과 대학생 및 의사들과 함께하는 글로벌 연수 프로그램을 통해 재학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국제적 감각과 네트워크를 쌓게 될 것이다.
필자는 본과 4학년으로, 내년이면 한의사가 된다. “내년이면 한의사가 된다”는 설렘 뒤에는 늘 치열한 고민이 따른다. 제5차 종합계획이 그리는 지도는, 한의대생에게 ‘국경 없는 미래’라는 답을 제시한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진료실 안의 수익을 넘어 국내 산업에 파급효과를 일으키는 동력으로 성장할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AI와 디지털 기술이 결합한 한의약은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낮추고 전 세계 환자들과 소통하게 될 것이다. 2026년, 새로운 5년의 시작점에서 펼쳐질 전략들이 예비 한의사들에게는 도전의 기폭제가, 국민들에게는 국가 경쟁력의 자부심이자 국민 건강증진을 실현하는 실질적인 해답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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