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한의사회 홍보정보통신부회장 이지혜
대한민국은 지금 인구 소멸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 앞에 서 있습니다. 2025년 대한민국합계출산율은 여전히 0.80명을 유지하고 있으며, 여성의 활발한 사회 진출과 가치관의 변화는 초혼과 초산의 연령을 비약적으로 늦추고 있습니다. 생물학적 고령 임신이 늘어남에 따라 자연스럽게 난임 문제는 단순한 개인의 고통을 넘어 국가적 해결 과제로 부상했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경기도가 2017년부터 시행해 온 '경기도난임부부한의약지원사업'은 난임 부부들에게 실질적인 희망이 되어왔으나, 이제는 지자체의 틀을 벗어나 국가적 차원의 제도적 뒷받침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경기도는 올해 남녀 난임 환자 540명을 대상으로 한의약 난임지원사업의 지원자를 모집하고 있습니다. 사업 초기보다 예산 규모가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작년의 경우에는 여름 무렵 예산이 조기 소진되어 사업이 마감될 정도로 현장의 수요는 뜨겁습니다. 이는 한의약 치료에 대한 난임 부부들의 높은 신뢰와 기대를 반영합니다. 그러나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하기에 지자체만의 예산으로는 명백한 한계가 존재합니다.
난임의 원인은 복합적입니다. 여성의 경우 고령화로 인한 낮은 난소 예비능(AMH) 수치와 난자의 질 저하, 그리고 잦은 호르몬제 사용으로 인한 생리 주기 불균형 등이 주요 이슈로 꼽힙니다. 남성 역시 정자 형성의 문제나 사정 장애 같은 기능적 문제로 난항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기능적 이상 증상에 대해 한의약 치료는 신체 전반의 기혈 순환을 돕고 생식 기능을 강화함으로써 탁월한 성과를 거두어 왔습니다. 특히 한의약 치료는 인위적인 호르몬 투여가 아닌, 몸 스스로의 임신 능력을 복원하는 데 중점을 두어 건강한 출산까지 이어지는 가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지원 체계에는 반드시 개선해야 할 산들이 남아 있습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이중 수혜 금지' 원칙입니다. 이로 인해 난임 부부는 시험관 시술과 한의약 치료 중 하나만을 선택해야 합니다. 절박한 부부들은 단기적 성공률에 대한 기대감으로 시험관 시술을 선택하곤 하지만, 정작 한의약 치료를 통해 몸을 먼저 만들고 시술에 임하고 싶어 하는 내재적 욕구는 외면 받고 있습니다. 국외 연구 자료에 따르면 한의약 치료와 보조생식술(시험관 등)을 병행했을 때 임신 성공률이 비약적으로 상승한다는 데이터가 존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행정적 편의와 예산 사용 논리에 의해 환자의 선택권이 제한되고 있습니다.
또한 남성 지원 기준의 경직성도 문제입니다. 현재는 정액 검사상 명확한 이상 형태가 발견되어야만 사업 참여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임신은 부부 공동의 영역이며, 수치상 드러나지 않는 기능적 장애 역시 한의약 치료의 주요 대상임에도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아울러 일선 보건소 담당자의 사업 이해도에 따라 환자들이 받는 정보의 질이 달라지는 현상 역시 표준화된 국가 시스템의 부재를 보여주는 단면입니다.
최근 여야 모두에서 모자보건법 개정안이 발의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입니다. 이는 한의약 난임 지원사업에 국가 예산을 투입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핵심적인 변화입니다. 물론 의료계 일각에서는 근거 없는 폄훼와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의료인의 자세는 직역 간의 다툼이 아니라, 환자에게 최선의 치료 효과를 제공하고 건강한 아이를 품에 안겨주는 데 있어야 합니다.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비판 대신, 이미 현장에서 입증된 수많은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시험관 시술자'와 '한의약 치료와 시험관 시술 병행 치료자' 간의 대규모 비교 연구를 국가 차원에서 실시하여 객관적인 데이터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한의약 난임 지원사업은 단순한 복지 사업이 아닙니다. 대한민국의 인구 절벽을 막기 위한 전략적 의료 서비스입니다. 이제는 각각 지자체의 분절된 예산 구조에서 탈피하여, 국가가 주도하는 통합 난임 지원 체계 안으로 한의약 치료를 편입시켜야 합니다. 이를 통해 한의약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고, 더 많은 난임 부부들이 경제적·제도적 장벽 없이 원하는 치료를 받아 소중한 생명을 맞이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그것이 진정으로 초저출산 시대를 극복하는 국가의 책임 있는 자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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