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평택OK한의원 원장 김철한
바야흐로 ‘대(大) running 시대’다. 필자는 2040세대가 주류를 이루는 대기업 사업장 내 한의원에서 진료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필자의 한의원을 찾는 환자들의 주된 증상은 스마트폰과 PC 사용으로 인한 ‘거북목’과 ‘굽은 어깨’로 인한 것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풍경이 달라졌다. PC 사용으로 인한 질환보다 달리기로 인한 질환의 빈도가 더 많아졌다. 특히 월요일만 되면 주말 동안에 마라톤 대회에 출전하고 난 후유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평소보다 훨씬 늘어난다.
통계에 따르면 최근 러닝 인구의 급증과 비례해 발목, 무릎, 고관절 질환을 호소하는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상체 위주의 ‘사무직 질환’ 시대가 가고, 하체에 과부하가 걸리는 ‘러닝 질환’의 시대가 도래 한 셈이다.
달리기는 인간의 가장 본능적인 운동이지만, 현대인에게는 가장 위험한 운동이 될 수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준비되지 않은 몸’이다. 오랫동안 앉아 생활하며 약해진 하체 근력과 뻣뻣해진 관절을 가진 채, 소셜 미디어 속 타인의 기록이나 ‘러닝 크루’의 속도에 맞추려다 보니 몸에 과부하가 걸린다.
특히 과체중인 상태에서 무작정 달리기를 시작하면 무릎에 가해지는 하중은 체중의 3~5배에 달한다. 준비운동 없는 갑작스러운 질주는 ‘건강’을 얻으려다 ‘관절’을 잃는 결과를 초래한다.
안전하게, 오래 달리기 위한 세 가지 원칙
건강하게 달리기 위해서는 ‘더 빨리, 더 멀리’라는 강박에서 벗어나 다음의 안전 수칙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발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라 (점진적 과부하)
어제의 나보다 오늘 1km를 더 뛰겠다는 욕심이 부상을 부른다. 주간 주행 거리는 전주 대비 10% 이상 늘리지 않는 것이 정석이다. 통증이 느껴진다면 그것은 몸이 보내는 ‘정지 신호’다. 멈추는 것도 훈련이다.
보강 운동은 선택이 아닌 필수
단순히 달리기만 해서는 안 된다. 무릎을 지탱하는 대퇴사두근과 골반의 안정성을 담당하는 중둔근 강화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 하체 근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달리기는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과 같다.
착지법과 장비의 점검
뒤꿈치부터 강하게 지면을 때리는 착지는 관절에 큰 충격을 준다. 발바닥 전체로 가볍게 지면을 누르듯 착지하고, 본인의 발 모양(평발, 요족 등)에 맞는 기능성 러닝화를 선택해 충격을 분산시켜야 한다.
달리기의 본질은 ‘완주’가 아닌 ‘지속’
우리가 달리는 궁극적인 이유는 삶의 활력을 얻고 건강을 지키기 위함이다. 하지만 기록에 매몰되어 병원 신세를 지게 된다면 그것은 이미 운동이 아니라 노동이자 자학이다.
지금 당장 옆 사람을 추월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내년에도 이 길을 달릴 수 있는가’이다. 턱 끝까지 차오르는 숨 가쁨보다 내 무릎과 발목이 보내는 신호에 먼저 집중하자. 무리하지 않는 절제야말로 진정한 러너가 갖춰야 할 최고의 기술이다. 오늘도 신발 끈을 묶는 당신이 고통이 아닌 환희 속에서 대지를 딛길 바란다.
저작권자 © 메디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