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미한의원 원장 민웅기
지난 3월, 카롤린스카 연구소 무라타 슌스케 교수팀이 국제학술지 BMC Medicine에 발표한 연구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일본과 스웨덴 고령자의 장기요양 수준별 사망률 비교」를 주제로 한 이 연구는 일본과 스웨덴의 75세 이상 노인 약 120만 명을 추적하여 장수에 대해 당연하게 여겨졌던 사회적인 통념을 바꾸는 내용이었습니다. 일본인이 오래 사는 이유가 식단 및 유전학적인 요인이 아닐 수 있다는 문제를 제시한 것입니다.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장기요양 수급 여부에 따른 사망률의 차이였습니다. 요양 서비스를 받지 않는 건강한 노인들 사이에서는 일본과 스웨덴의 사망률은 비교적 비슷한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재가 요양이나 시설 입소자로 범위를 좁히자 그 격차가 많이 벌어졌습니다. 재가 요양 중인 일본 여성 노인은 같은 처지의 스웨덴 여성보다 1000인당 61명 적게 사망했고, 시설 입소자의 경우 그 차이는 148명까지 올랐습니다. 이 연구의 결론은 일본의 장수 우위는 건강한 노인이 아닌, 돌봄을 받고 있는 허약한 노인들 사이에서 만들어지고 있었다는, 약간은 충격적인 내용이었습니다.
이것은 현재의 한국 현실과 많은 관련이 있습니다. 지난 3월 부터 시행되고 있는 통합돌봄법은 고령자가 병원이 아닌 자신의 집에서 의료와 돌봄을 함께 받을 수 있는 체계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책 방향은 자체는 맞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돌봄의 내용이 충분히 다양하고 촘촘한가 하는 부분입니다.
일본이 높은 요양 수급자 생존율을 일구어낸 배경에는 폭넓고 다양한 재택 의료 체계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주치의 소견으로 주 2~4회 정기적인 방문 치료가 가능하며, 본인의 증상완화에 도움이 되는 실질적인 침구·마사지와 같은 서비스가 '방문재활'이라는 공식 급여 항목으로 제도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환자가 자신의 상태와 필요에 맞는 치료를 선택할 수 있도록 돌봄의 폭이 열려 있는 것입니다.
한국의 재택 의료는 아직 그 폭이 충분하지 않습니다. 현재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 422개소 가운데 한의원이 참여한 곳은 26%에 불과합니다. 서울에서 재택의료센터에 추가 지정된 의원이 13곳일 때 한의원은 단 1곳이었으며, 경기도 31개 지역 중 16개 지역에서는 한의 치료를 선택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미 500곳 이상의 한의원이 방문 진료 시범사업에 참여하며 충분한 이용자 만족도를 꾸준히 쌓아왔음에도, 제도 설계의 불균형이 환자의 선택권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BMC Medicine 연구가 말해주는 것은 노년의 삶의 질과 생존율을 결정하는 것이 의료기관으로의 접근성이 아니라, 개인의 상태와 필요에 맞는 돌봄의 다양성이라는 것입니다. 근감소증, 만성 통증, 노쇠처럼 고령 환자에게 흔히 나타나는 문제들은 한의학적 접근이 효과적인 영역입니다. 기력 회복을 위한 한약 처방, 기능 유지를 위한 침, 뜸, 약침 등 다양한 한의치료가 집 안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일본이 수십 년에 걸쳐 조용히 증명해 온 '돌봄‘ 즉 ’재가 요양‘의 질에 가까워지는 길일 것입니다.
시행되고 있는 통합 돌봄법이 잘 정착되려면 제도의 문을 얼마나 넓고 공평하게 여는가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의 방문 진료를 제도의 주변부가 아니라 누구나 편하게 선택할 수 있는 것으로 만드는 일, 이것이 우리 사회에 지금 상황에서 가장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일본의 장수 비결은 유전자도 식단도 아닌, 허약한 노인 곁에 끝까지 머무는 ‘돌봄’ 즉 ‘재가 요양’에 있었습니다.
<참고 문헌>
Murata S, Ebeling M, Ono R, et al. "Understanding Japan's mortality advantage: a comparison of mortality in independent and dependent older adults in Japan and Sweden." BMC Medicine 24, 160 (2026). https://doi.org/10.1186/s12916-026-04786-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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