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드(대신만나드립니다)
상지대학교 한의학과 황윤정
작년 중순, 아랍에미리트는 중동 최초로 한국 한의사 면허 기준을 신설하고 아부다비 보건부 업무 범위에 한의약 명칭과 정의, 한의사 활동범위를 규정하였다. 중국의 중의학(TCM), 인도의 아유르베다에 이어 한의학은 아랍에미리트 보건부에 독립 카테고리로 고시된 세 번째 아시아계 전통의학 분야이다. 이러한 제도적인 인정은 동아시아 의학인 한의학이 국제 보건의료 체계 속에서 하나의 의학 체계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과 아랍은 지리적 거리와 문화적인 배경, 역사적 발전 과정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매우 다른 지역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두 지역의 전통 의학 속에는 흥미로운 공통점이 존재한다. 바로 한의학의 ‘뜸’과 아랍 전통 의학의 ‘카이(kayy)’이다. 카이는 아랍의 전통의학 치료법 중 하나로, 신체 치료 목적으로 달군 금속이나 다른 물질을 피부에 놓고 태우는 치료법이다.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 발전하였지만 뜸과 카이는 열을 이용한 치료법이라는 유사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흥미롭게 느껴진다. 그렇다면 뜸과 카이는 어떠한 공통점과 차이점을 가지고 있을까? 이번 기사에서는 아랍의 전통의학인 카이를 살펴보고 한의학의 뜸과 그 유사성 및 차이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1. 아랍 및 이슬람 전통의학의 기본 원리
카이에 대해 알아보기 앞서, 아랍과 이슬람의 전통의학 기본 원리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아랍, 이슬람 전통의학의 기본원리는 ‘자연치유’와 ‘예방’에 근간한다. 그렇기 때문에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환자의 기질과 질병 상태 등을 고려하여 식사량 조절을 권고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구체적으로는 환자의 상태를 진단하기 위해서 액체병리설을 토대로 체액의 상태를 이해하기 위한 맥진과 사혈 등을 시도한다고 한다. 또한 한의약의 약초에 비견될 수 있는 다양한 약재에 아랍과 이슬람에서도 오랫동안 사용되어 왔으며, 체액의 성질에 근간하여 사람의 성격이 좌우되며 병이 유발될 수 있다는 사상을 내포하고 있다고 한다. 아랍과 이슬람의 전통의학에서 체액의 성질에 근간하여 사람을 구별한 사체액설에서는 체액을 혈액, 황담즙, 흑담즙, 점액으로 보고 있다. 혈액은 심장, 황담즙은 간장, 흑담즙은 비장, 점액은 뇌 및 폐와 연결되어 있으며 각각은 동남서북, 춘하추동 등 계절과 방향에도 연결된다. 혈액의 경우 낙천적인 성격을, 황담즙의 경우 급한 성격을, 흑담즙의 경우 개인주의적인 성격을, 점액의 경우 평온하고 무기력한 성격을 의미한다고 한다.
2. 아랍의 카이(kayy)
카이는 사전적으로 ‘태우다’, ‘지지다’라는 의미의 아랍어 동사 كَوَى(kawā)에서 파생된 동명사이다. 이러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카이는 혈관이 절단되었을 때 지혈 목적이나 출혈이 신체의 다른 특정 장기로 유입되는 것을 방지할 목적으로 신체의 특정 부위를 지지는 치료법이다. 카이는 오랜 세월 일부 문화권에서 사용되어 온 전통적 치료 방법으로, 인도의 농촌 지역이나 중동 등 세계 일부 지역에서 오늘날에도 이용된다고 한다. 이러한 치료법은 단순히 철 조각을 가져다 대는 것을 넘어 육체적, 정신적 장애를 모두 치료하기 위해 사용되었다고 한다.
예언자 무함마드의 언행록인 하디스(Hadith)에서는 더 적격한 방법이 있을 경우 카이나 주술적 방법을 쓰지 말라고 하면서 응급 시나 부득이한 경우에 한해 카이를 사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카이는 과거 아랍에서 외과술로써 상처 입은 환자의 출혈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활용되었다. 하지만 19세기에 들어 출혈을 억제하는 지혈대와 감염된 상처에 소독제가 사용되면서 카이 치료법의 이용이 많이 줄어들었다. 대신, 19세기 말에 제어하기 쉬운 방식으로 열을 발생시키는 전기를 이용하는 방법이 발명되며 현대적인 개념에서 카이 치료법이 재탄생되었다. 이렇게 다시 나타난 카이 치료법은 오늘날까지도 수술 중 지혈을 목적으로 광범위한 시술로 이용되고 있다고 한다.
3. 한의학의 뜸
뜸은 한의학적으로 허하거나 한한 만성질환에 우수한 치료법으로, 구(灸)라고도 한다. 대표적인 뜸의 재료는 애엽이며 이 애엽을 가지고 애주를 만들어 피부 위에 경혈에 놓고 불을 붙여 열기가 경락을 통해서 퍼지게 한다. 이러한 뜸은 기혈을 고르게 하여 질병 예방이나 치료 목적을 달성하는 방법이다. 특히 뜸을 뜰 때 발생하는 연기는 신체의 활동을 증가시켜 면역력과 저항력을 증진시킨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급성 질환보다는 신경통이나 관절염, 만성 요통과 같이 만성 질환에 효과가 탁월한 치료법이다.
뜸을 뜨는 방법은 쑥을 이용하는 애구법과 기타구법이 있다. 애구법은 애주를 이용하는 애주구, 막대기 모양으로 애엽을 만든 애권구, 그리고 온통구로 나뉘어진다. 이러한 애권구는 애조구, 태을신침, 뇌화침 등으로 또 구별된다. 애주구의 경우 뜸의 대표적인 형태이며 직접구와 간접구로 나뉜다. 과거의 뜸은 대체적으로 직접구의 형태였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간접구의 방식이 개발되었다. 뜸 치료에 사용되는 애주의 크기는 병증의 정도 등을 고려하여 결정된다.
직접구의 경우 애주를 피부에 직접 올려놓고 태우는 방법이다. 이는 신체의 반응에 따라 화농구와 비화농구로 나뉘어진다. 화농구는 애주를 직접 뜸자리에 놓고 태우는 방법으로 뜸을 뜬 부위에서 무균성 화농 현상이 생긴다. 비화농구는 애주를 점화한 후 애주의 불길이 피부에 도달하기 전에 제거하여 구창을 일으키기 않고 뜸의 열기를 신체에 전달하는 방식이다. 간접구는 애주와 피부 사이에 놓이는 물질의 종류에 따라 격강구, 격산구, 격염구 등으로 구분된다. 놓이는 물질에 따라서 다양한 질환을 치료할 수 있다.
4. 카이와 뜸
아랍어로 뜸의 효능과 방식을 소개하는 서적을 살펴보았을 때, 뜸은 향쑥의 말린 잎으로 만들어진다고 하며 뜸을 카이와 같이 태우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cauterization’이 아닌 ‘moxibustion’으로 설명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아랍인이 전통 치료법인 카이와 뜸을 구분해서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자료이다. 즉, 아랍인에게는 애엽을 활용한 뜸 치료법이 일반적이지 않은 치료법이기 때문에 자신들이 알고 있는 카이와 뜸 치료의 개념이 서로 다르다고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열기를 신체에 가한다는 방식은 동일하지만, 카이는 가열된 금속을 이용하여 병든 신체 부위에 태우는 의료 행위이기에 주로 외과적인 치료법에 많이 이용되었지만, 뜸은 면역력을 증강시키고 내장 기능을 강화시키는데 작용하기 때문에 만성 질환과 내과적 치료에 많이 활용된다는 것이 이 차이점을 시사한다.
현재 아랍 내에 대표적인 보완대체의학에는 침, 카이로프랙틱, 중의학, 아유르베다 등이 있다. 2016년 실시된 칼리지 타임즈에 조사에 따르면 아랍 내 조사자의 절반 이상이 보완대체의학을 선호한다고 응답하였고, 현재 아랍 내에서 보완대체의학 시장의 수요는 매년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특히 아랍에서 중의학, 동양의학에 대한 인식은 다른 보완대체의학에 비하여 부작용이 없다는 점에서 인기가 높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한다. 특히 아랍은 성인 인구의 약 80%가 식생활로 인해 비만을 가지고 있어 고혈압, 고지혈 환자가 많고 그로 인한 심장 질환과 뇌혈관 질환, 당뇨 환자가 있다고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바라보았을 때 피부질환, 면역계 질환 환자들의 한방치료 수요와 다이어트와 관련된 한약재의 수요가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이러한 아랍 지역의 질병 구조와 보완대체의학에 대한 높은 수용도를 고려할 때, 한의학은 예방과 치료 측면에서 충분한 성장 가능성을 지닌 의료 분야로 평가될 수 있다. 앞으로 아랍 지역에서 한의학의 체계적인 소개와 제도적 기반이 마련된다면 한의학의 활용 범위와 수요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참고 문헌: 김동환. (2022). 아랍의 카이 (Kayy) 와 한방의 뜸 비교 연구. 아랍어와 아랍문학, 26(1), 1-25.
UAE 지역 한의약 진출을 위한 시장 현황 및 제도, 한국보건산업진흥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