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상고천진론을 통해 바라본 천수를 건강하게 누리는 법
보내는분 이메일
받는분 이메일

상고천진론을 통해 바라본 천수를 건강하게 누리는 법

기사입력 2026.01.26 10:00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기사내용 프린트
  • 기사내용 메일로 보내기
  • 기사 스크랩
  • 기사 내용 글자 크게
  • 기사 내용 글자 작게

영천시 대창면보건지소, 한방공중보건의, 조우현

 

흔히 가장 중요한 내용은 책의 앞부분에 배치되는 경향이 있다. 한의학의 바이블인 황제내경 소문에서는 상고천진론편(上古天眞論篇)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시작을 끊는다. 앞의 관점을 소문에 적용한다면 이 고서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은 상고천진론편에 녹아있는 셈이다. 한의학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책에서는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을까.

 

상고천진론편은 총 네 장으로 구성되는데, 이 편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양생의 도이다. 1장에서는 상고시대의 옛사람들이 양생의 도를 알기에 100살이 넘도록 건강하게 살았고, 당시의 사람들은 모르기에 50살만 넘어도 쇠약해진다는 것을 밝힌다. 2장에서는 1장에서 언급한 양생의 도가 무엇인지 서술하고 있다. 3장에서는 여성과 남성의 생식 기능이 나이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에 대해 논하며, 양생의 도에 부합한 사람은 생식 기능이 쇠퇴한 나이에도 아이를 낳을 수 있음을 언급한다. 마지막으로 4장에서는 양생의 도에 부합하는 네 종류의 삶의 단계를 제시하며 글을 마무리하고 있다.

 

결국 상고천진론편의 핵심은 2장에 있다. 구체적으로 양생의 도란 무엇일까? 무엇이길래 이를 안 사람들은 천수를 누렸을까?

 

虛邪賊風, 避之有時, 恬憺虛無, 眞氣從之, 精神內守, 病安從來?

허사적풍(虛邪賊風)은 때에 맞춰 피하고 염담허무(恬憺虛無)하면 진기(眞氣)가 따라 생기고 정신이 내부에서 지켜지면 병이 어디서 생기겠는가? ··················· <상고천진론편 2장 중 일부>

 

결국 양생의 도란, 허사적풍을 제때 피하고 염담허무하는 것이다. 우선 허사적풍은 무슨 뜻일까? 허사적풍이란 몸이 허약한 틈을 타서 침범하는 도적 같은 바람이란 뜻으로, 몸이 허약할 때 병을 일으킬 수 있는 외부 요인을 일컫는다. 몸이 피곤할 때 밖에 나가지 않고 집에서 쉬는 것은 허사적풍을 피하는 한 예시라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염담허무는 무슨 뜻일까? 한의학 고전 db에서는 마음을 편안하고 고요히 하여 욕심이 없는 상태로 해석하고 있고, 법인문화사가 출판한 황제내경 소문에서는 마음을 청정하게 하고 허욕을 없앤 상태로 풀이하였다. 염담허무는 도가(道家) 사상과 연관해서 봐야 더 뜻이 명료해진다. 노자와 함께 도가 사상에 지대한 영향을 준 장자의 사상이 담긴 서적 장자에는 허무염담(虛無恬淡)이라는 말이 나온다. 한의학은 도가 사상에 큰 영향을 받았으므로 용어가 비슷한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네이버 지식백과에 따르면 장자의 허무염담은 사심이 없고 사물에 얽매이지 않는 일이라고 하였다. 불교에서 말하는 부처의 깨달음과도 다르지 않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하는 것은 염담허무의 허무는 허무하다는 감정과 뜻이 다르다는 점이다. 허무하다는 것은 무가치하고 무의미하게 느껴져 매우 허전하고 쓸쓸한 감정인데, 이 의미가 아닌 것이다. 염세적이고 모든 것을 무가치하게 여기고 포기해서 마음이 편안한 것은 염담허무의 정신이 결코 아니다. 그 자체로 사심이 없고 얽매이지 않아 마음이 편안한 것이 진정한 염담허무이다.

 

수능 잘 보는 것을 무의미하게 여겨 공부를 대충하거나 포기하여 마음이 편안한 것을 염담허무의 예시라고 한다면 한참을 잘못 이해한 것이다. 수능을 잘 치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열심히 공부하되 결과에 연연하지 않는 태도가 염담허무이다. 시험을 망치면 어떡하지 같은 걱정 없이 그저 최선을 다하는 태도이다. 결과가 좋아도 담담하게 잘 봤구나 여기고, 노력이 결실을 맺지 못하더라도 결과에 집착하지 않는 태도이다.

 

불교에서는 두 번째 화살을 맞지 말라는 말로 이를 표현한다. 첫 번째 화살은 살면서 피할 수 없는 현실의 고통을 뜻한다. 두 번째 화살은 그 고통에 대한 나 자신의 부정적인 반응이다. 첫 번째 화살은 누구도 피할 수 없지만, 두 번째 화살은 피할 수 있다. 그 고통을 반추하거나 집착하는 것을 끊으면 되기 때문이다. 염담허무는 이처럼 부처의 깨달음과도 통한다.

 

몸이 피곤할 때는 쉬고, 추운 날에는 더 껴입는 등 허사적풍을 피하는 것은 어렵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염담허무는 그렇지 않다. 상고천진론편에서 염담허무를 더 길게 다룬 것에는 이러한 이유도 있을 것이다. 마음을 다스리는 일은 어렵다. 쉬웠다면 만병의 근원이 스트레스란 말이 나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상고천진론편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는 결국 염담허무, 즉 마음이다. 이쯤에서 제목을 생각해보자. 상고천진에 대해 논하는 편이라, 그렇다면 상고천진(上古天眞)은 무엇일까. 상고(上古)는 아주 오랜 옛날을 뜻한다. 황제내경이 쓰였다고 추정되는 시기인 2200여 년 전을 기준으로 상고라니, 까마득히 먼 옛날을 의미하는 것일 테다. 한의계에서는 천진(天眞)을 선천(先天)의 진기(眞氣)로 해석한다. 건강하게 살 수 있게 하는 타고난 수명과 기운으로 본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상고천진론편이란 타고난 건강과 수명(천진)을 상고시대 성인들이 온전히 지키면서 살 수 있었던 방법에 대해 논하는 편이다. 나아가서는 우리가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다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이기도 하다.

 

한편, 국어사전 상 천진(天眞)이란 단어는 꾸밈이나 거짓이 없이 자연 그대로 깨끗하고 순진함내지는 불생불멸의 참된 마음이라는 뜻이다. 이런 관점으로 생각해본다면 상고천진론편이란 까마득한 먼 옛날부터 발견된, 우리 모두에게 있는 깨끗하고 순수한 참된 마음(천진, 염담허무)에 대해 논하는 편이라 할 수 있다. 이런 해석은 양생의 도의 한 축을 이루는 허사적풍을 피하라는 것을 반영하지는 않지만, 바로 그 점 때문에 나머지 한 축인 염담허무에 더 집중하게 만든다. 따라서 상고천진의 뜻에는 두 번째 관점도 녹아있다고 주장하고 싶다.

 

요약하자면 한의학의 근본 중 근본인 황제내경에서는 질병을 예방하는 것을 중요히 여겼으며, 예방하기 위해서는 양생의 도, 정확히는 허사적풍을 피하는 것과 마음을 잘 다스리는 것을 당부하였다. 건강을 지키는 중요한 요소에 마음을 논한 것이 주목할 만하다. 환자를 치료할 때 잊기 쉬운 관점이지만 한의학의 근본 정신에 해당하므로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메디콤뉴스 & www.medikom.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이름
비밀번호
자동등록방지
86484
 
 
 
 
 
  • 메디콤뉴스(http://www.medikom.co.kr)  |  설립일 : 2017년 03월 09일  |  발행인, 편집인 : 이용호  | 주소: 16204 경기 수원시 경수대로 1056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기-아51499 / 간별: 인터넷신문 / 대표전화:031-242-1409 I ggakom@ggakom.org  
  • 청소년 보호 책임자 성 명 : 이용호 전화번호 : 031-242-1409  
  • Copyright © 2017 www.medikom.co.kr all right reserved.
메디콤뉴스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