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라오스 의료체계 속 만성질환 관리와 한의학의 역할 탐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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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 의료체계 속 만성질환 관리와 한의학의 역할 탐색

기사입력 2026.03.31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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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드(대신만나드립니다)

대구한의대학교 한의학과 이현서

 

나는 최근 라오스 의료봉사를 다녀왔다. 비교적 큰 도시로 알려진 루앙프라방조차 산길이 많아 접근성이 떨어졌고, 환자들은 문화적 이유로 자신의 증상을 적극적으로 표현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또한 여러 동남아 국가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양상처럼 중풍과 고지혈증과 같은 만성질환 환자가 많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그때 내가 주목하게 된 것은 질병이 많다는 사실 자체라기보다, 이러한 질환들이 충분히 관리되지 못한 채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러한 경험은 자연스럽게 왜 이러한 건강 문제가 반복되는지’, 그리고 이와 같은 환경에서 어떤 의료적 접근이 보다 적절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다.

 

라오스의 만성질환 문제는 통계적으로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WHO에 따르면 3079세 성인에서 고혈압 유병률은 약 29%에 이르지만, 조절률은 14%에 불과하다. 이는 단순히 환자가 많다는 것을 넘어, 실제로 질병이 적절히 관리되는 비율이 매우 낮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러한 상황은 결국 뇌졸중과 같은 심혈관질환 증가로 이어지며, 비감염성 질환이 전체 사망의 약 60% 이상을 차지하는 구조로 연결된다.

 

지표

(연도)

인구

7,664,993(2023)

사망원인 비중

뇌졸중 13.4%, 허혈성심장질환 12.5% (2021)

사망의 NCD 비중

63% (2021)

뇌졸중 사망률(10만명당)

여성 87.1, 남성 83.5 (2021)

고혈압(3079)

유병 29% / 인지 45% / 치료 32% / 조절 14%

대사 위험요인(STEPS)

고콜레스테롤: 23.3%·15.4%·28.6%

혈당상승: 7.4%·5.8%·8.5% 

출처: WHO

 

보건의료체계는 중앙보건소로 이어지는 다층 구조를 갖고 있으나, 산악지형과 교통 인프라의 한계, 언어 다양성과 같은 구조적 제약이 의료 접근성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여기에 더해 실무적으로는 데이터 체계의 단절, 표준 부재, 수기 중심 업무가 지속되고 있어 만성질환 관리의 핵심인 환자 등록, 추적 관리, 복약 순응, 합병증 예방의 흐름이 충분히 유지되지 못한다. 특히 만성질환은 환자의 증상 인식과 행동 변화가 중요한데, 현장에서 느낀 증상을 늦게 표현하는 경향은 이러한 관리 과정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라오스의 의료 문제는 단순히 질병의 존재가 아니라, 질병이 연속적으로 관리되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에 가깝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라오스 정부는 Digital Health Strategy 20232027을 수립하였다. 이 전략은 인력, 거버넌스, 상호운용성 표준, 애플리케이션, 인프라라는 다섯 축을 중심으로 37개의 전략 프로젝트를 제시하며, 900만 달러 규모로 설계되어 있다. 이 전략이 의미를 갖는 이유는, 보건정보체계를 기존의 프로그램별 단절 구조에서 국가 단위의 통합된 전략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라는 점에 있다. 특히 만성질환 관리의 관점에서 보면, 이 전략은 첨단 기술 도입 그 자체보다 환자 등록, 혈압과 혈당과 같은 객관적 지표의 정기적 기록, 그리고 중단되지 않는 추적 관리를 가능하게 하는 기초적인 관리 구조를 구축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이는 단일 진료행위가 아닌 연속적인 관리의 축적을 통해 결과가 달라지는 만성질환의 특성을 고려한 접근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전통의학, 그리고 한의학의 역할을 함께 생각해볼 수 있었다. 라오스에서는 전통의학이 이미 널리 활용되는 보건 자원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전통의약품 등록과 같은 제도적 기반도 마련되어 있다. WHO 역시 전통,보완의학을 만성질환과 고령화 대응에 활용 가능한 자원으로 평가하면서도, 안전성과 품질, 효과에 대한 규제와 데이터 기반 관리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한의학이 이와 같은 환경에서 의미 있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치료 적용을 넘어, 표준화와 안전성 확보, 그리고 데이터 축적이 함께 이루어져야 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인 임상 영역에서 보면, 고혈압 관리에서 침 치료는 약물치료의 보조적 접근으로서 일정한 가능성을 보여왔다. 일부 메타분석에서는 침 치료를 병행했을 때 수축기혈압이 평균 약 7.47mmHg 추가로 감소한 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 또한 수축기혈압이 10mmHg 감소할 경우 뇌졸중 위험이 약 27%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를 고려하면, 혈압을 일정 수준 낮추는 개입은 공중보건적 측면에서도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라오스처럼 고혈압 유병률은 높지만 조절률이 낮은 환경에서는, 침 치료와 생활습관 관리, 복약 순응을 함께 고려한 접근이 조절률을 높이는 데 일정 부분 기여할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다.

 

또한 한약이나 전통의약품의 활용에 있어서는 공급망과 규제 체계가 중요한 전제가 된다. 라오스는 전통의약품 등록 규정을 통해 생산과 유통을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 적용을 위해서는 이러한 제도적 틀 안에서 품질과 안전성, 표준화를 충분히 확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동시에 디지털 헬스 시스템과 연계하여 처방, 복용, 이상반응과 같은 정보를 기록하고 축적하는 과정이 병행된다면, 전통의학 역시 보다 체계적인 보건 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흐름을 종합해보면, 라오스에서의 접근은 거대한 변화보다는 작고 점진적인 시도가 더 현실적일 수 있다. 예를 들어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한 등록 기반 관리, 정기적인 혈압 측정과 추적, 그리고 보조적 치료 접근을 결합한 소규모 프로그램을 통해 효과를 검증해 나가는 방식이 하나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라오스에서 마주한 의료 현실은 단순히 의료 인프라의 부족으로만 설명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보다는 환자를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연결하는 구조의 부재가 더 근본적인 문제에 가깝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서 디지털 헬스 전략과 전통의학, 그리고 한의학은 서로 만날 수 있는 접점을 가진다고 생각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어떤 치료를 선택하느냐보다는, 환자를 놓치지 않고 끝까지 관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가는 과정일 것이다. 라오스의 의료 문제는 질병의 문제가 아니라, 관리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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