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시 남부통합보건지소 공중보건의 김제관
지방의 보건지소 치고는 많은 수의 환자가 오는 곳에서 일하다보니 여느 공보의들보다는 많은 환자들을 봤다. 최근에는 지인들의 치료 요청도 잦아 다양한 케이스를 본 것 같다. 반응도 가지각색이다. 감사해하는 경우도, 신기해하는 경우도 있다. 지인이니까 싸게 줄 수 있다는 걸 감안하더라도 약값으로 십수만원 소비하는 게 마냥 싸게만 느껴지지는 않을 텐데 본인의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한약을 요청하기도 한다. 한의사라면 누구나 겪을 만한 일들이지만, 또 혹자는 불편해할 만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최근 들어 드는 생각들을 몇 가지 정리해보려고 한다.
이런 것도 한의학으로 치료가 되는거야?
생각보다 사람들이 한의학을 잘 모른다. 한의원에 왜 가는지도, 한의사가 뭘 할 수 있는지도 모른다. 지인의 골프엘보를 치료하면서 들었던 말은, 이런 근육통이나 관절통으로 한의원을 갈 생각을 못해봤다는 것이었다. 사실 정형외과에서는 근육보다는 뼈가 메인이 되지만 우리는 대충 근골격계 전반을 볼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한편 문외한의 입장에서 ‘한의원’이라는 단어를 듣고 근골격계 질환을 떠올리기는 쉽지 않다. 이미 한의원에 다니던 사람들이나 아는 거지 생각보다 모르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가면 괜히 비싼 보약이나 먹으라고 할 것 같은 무서운 곳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한의원 창문을 봐도 ‘교통사고, 추나’등은 많이 쓰여 있지만 근육통, 관절통, 두통, 생리통 등이 쓰여 있는 곳은 많지 않다. 한의학계 차원에서의 홍보, 한의사 개인으로서의 마케팅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한의사가 수술은 못 하지만 또 생각보다 치료 가능한 질환군이 넓지 않은가?
한약은 비싼 거 아닌가?
한약값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비슷하다는 말이 있다. 90년대에도 한 제에 30만원이었다고 하니 그 당시의 GDP를 생각하면 어마어마한 금액이 아닐 수 없다. 물론 그때보다 가격이 오르기야 했지만 2002년도에 겨우 1인당 총소득이 만 달러를 넘은 것을 생각하면 삼만 달러대 중반을 돌파한 지금 소득 대비 가격이 매우 낮아진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약의 수요는 매우 줄었다. 국민 건강수준이 올라가고 영양상태도 좋아졌으며 의학지식에 접근하기가 쉬워진 탓일까? 혹은 부끄러운 얘기지만 비싼 가격에 비해 적절한 효과를 느끼지 못한 탓일 수도 있다.
어떻게 생각하면 요즘의 한약 값이 그 시절보다 오히려 저렴할 수도 있다. 한약이라고 하면 오로지 원내에서 탕전한 것만을 얘기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짜먹는 한약도 나왔고, 첩약의 건보 적용 시범사업도 진행 중이다. 한의원과는 관계가 없지만 약국에서도 한약 기반의 약들을 자주 접할 수 있다. 나도 몇 달째 기침을 달고 살다가 삼소음 보험제를 열흘쯤 먹고 지금은 기침을 하지 않는다. 저렴하게 훌륭한 한약의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시대다.
훌륭한 보완대체재
약간은 서글픈 얘기일수도 있지만 한의학은 명백한 보완대체의학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현대의학의 빈자리를 꽤 훌륭하게 채울 수 있다. 손목이나 팔꿈치 통증으로 정형외과나 통증의학과에 수도 없이 내원하는 환자를 조금 더 광범위한 침치료 몇 번으로 낫게 할 수 있다. 심지어 약침에 추나까지 다 시행하더라도 주사 한 대 값보다 저렴할 수 있다. 힘줄의 염증부위에 어떤 약액이 들어가는지보다 관련 근육군의 이완이 더 중요한 질환인 경우 더 싸고 효율적인 치료방법인 것이다. 또 시험관 시술을 지속적으로 진행하며 수백만원의 치료비를 내는 부부에게 한약 두 제 정도로 아기천사를 선물해줄 수도 있고, 내시경이나 혈액검사상 아무 문제가 없는 소화불량, 만성피로 환자에게 큰 돈 들이지 않고 편안한 속과 활기찬 하루를 살아가게 해줄 수도 있다.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온 현대의학은 이제 우리 삶에서 사라진다는 걸 상상도 할 수 없지만, 뭐든 그렇듯이 완벽하기는 어렵다. 지식의 한계일 수도, 효율이나 경제성의 문제일 수도 있다. 한의학은 일차의료의 한 축으로서, 현대의학의 빈자리를 채우는 보완대체의학으로서 우뚝 설 수 있다. 개인 차원에서의 연구와 노력, 그리고 학계 차원에서의 홍보와 정책 참여가 적절히 행해진다면 가성비 좋은 국민건강 증진이 이루어지리라 믿는다.



위로
목록
0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