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시 대창면보건지소, 한방공중보건의, 조우현
언젠가 한 기사를 읽었다. 몸을 왼쪽으로 누워서 자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내용이었다. 근거는 이렇다. 우선 위산 역류가 덜하다고 한다. 위장의 구조상 오른쪽으로 누우면 위산이 역류하기 쉽고, 왼쪽으로 누우면 위산이 역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왼쪽으로 누워 자면 심장의 부담이 덜하다는 이유를 든다. 심장 그리고 심장과 연결된 대동맥은 둘 다 왼쪽으로 치우쳐 있기 때문에 왼쪽으로 누워 자는 것이 심장에 편하다는 것이다.
똑바로 자면 되지 않나? 우리 몸에는 뇌의 노폐물을 청소해주는 글림프계 시스템이 있다. 이 청소 시스템은 자고 있을 때 효과적으로 뇌를 청소하는데, 특히 바로 누워있을 때보다 옆으로 누워있을 때 더 잘 작동한다고 한다. 한편, 옆으로 누워서 자면 바로 자는 것보다 기도 확보가 더 좋아 산소 공급이 더 원활하다.
이런 근거를 들으면 건강을 위해서 왼쪽으로 누워서 자야할 것만 같다. 하지만 매일 밤마다 왼쪽으로 누워서 잔다면, 시간이 지났을 때 허리와 목 건강에 이상이 생길 것이다. 중력이 척추의 한쪽 방향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척추 측만증이 생길 것이고, 척추의 커브에도 이상이 생길 것이다. 안면 비대칭의 문제도 빠뜨릴 수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자야 할까? 역시 바로 누워 자야 하는 것일까?
이 문제를 우리 선조들도 고민했던 것으로 보인다. ‘동의보감 내경편(內景篇) 몽(夢)’에서는 잠자는 법에 대한 설명이 있다.
(중략) 屈膝側臥, 益氣力勝正偃仰. 按孔子不尸臥. 故曰, 睡不厭踧, 覺不厭舒. 凡人尸睡則有鬼疰魔邪. 又曰, 人臥一夜, 常作五度反覆逐更轉. 《得效》
(중략) 기력을 보태는 데는 무릎을 굽히고 모로 누워 자는 것이 반듯하게 누워 자는 것보다 낫다. 공자는 시체처럼 반듯하게 누워 자지 않았다. 그래서 "잘 때는 구부리는 것을 꺼리지 말고, 일어날 때 기지개 켜는 것을 꺼리지 말라"고 한 것이다. 사람이 시체처럼 반듯하게 누워서 자면 귀신 들리는 수가 있다. 또한 사람이 잘 때는 하룻밤에 늘 5번씩 돌아누워야 한다. 《득효》
한의학에서는 바로 눕는 것보다 옆으로 누워 자는 것이 건강에 좋다고 보았음을 알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마지막 문장이다. 사람이 잘 때는 하룻밤에 5번씩 돌아누워야 한다? 이렇게 자면 어느 한 방향으로 자서 생길 수 있는 허리와 목 통증의 문제와 안면 비대칭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러면서 옆으로 수면을 취해서 얻을 수 있는 이점도 놓치지 않는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과연 하룻밤에 5번씩 돌아누워 자는 것이 가능한가이다. 처음에는 잠을 잠시 깨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 속설이 그 생각을 재고하게 하였다.
베개를 주먹으로 치면서 내가 일어나고 싶은 시각을 외친 후에 잠을 잔다면, 그 시각에 일어나게 된다는 속설이 있다. 예를 들어 내가 오전 7시에 일어나고 싶다면, 7시를 외치면서 주먹으로 베개를 여러 번 치는 것이다. 그 행동 후에 잠을 자면 알람 없이도 7시에 일어날 수 있다는 속설이다. 신기하게도 인터넷에 이 속설을 치면 효과를 보았다는 후기가 은근 많았다. 비슷한 예시로, 대학 동기 중 한 명은 본인이 한 번도 알람을 써본 적이 없다고 하였다. 자기 전에 본인이 일어나고 싶은 시각을 정하면 그때 일어나게 된다는 말과 함께였다. 자기 전에 언제 일어나겠다는 자기암시가 뇌에 강하게 남아 그 시각에 기상하게 된다는 것밖에는 설명할 방법이 없다.
그렇다면 자기암시로 알람 없이도 제때 눈을 뜰 수 있다면, 자기암시로 자는 와중 몸을 돌아누울 수도 있지 않을까? 숙면 중 몸을 여러 번 돌아누울 것이라는 다짐이 강한 자기암시로 작용한다면 말이다.
그런데 왜 하필 5번일까. 인간의 수면은 평균 90분을 주기로 하는 비렘수면과 렘수면 단계를 반복하는 현상을 보이는데, 이를 수면 사이클이라 한다. 사람은 이 수면 사이클이 4~6회 반복된 후에 잠에서 깬다. 동의보감에서 5라는 숫자와 수면 사이클 반복 횟수가 비슷한 것이 과연 우연일까.
비렘수면은 얕은 수면의 1, 2단계와 깊은 수면의 3단계로 나눌 수 있다. 꿈을 꾸는 렘수면 단계에서는 뇌에서 근육을 움직이지 못하게 억제하는 것과 달리, 비렘수면의 얕은 수면에서는 억제하지 않았으므로 몸을 충분히 뒤척일 수 있다. 각각의 비렘수면 1, 2단계에서 1번씩 몸을 돌아눕는다면 동의보감에 나온 5라는 숫자를 맞출 수 있다.
동의보감의 5번 돌아눕는다는 5라는 숫자가 수면 사이클과 관련된다는 가정이 옳다면, 한의학에서 생각하는 권장 수면시간이 얼추 나온다. 수면 사이클이 평균적으로 90분이므로 한의학에서는 약 7시간 30분을 적절한 수면시간으로 본 것이다.
한편, 황제내경 소문 사기조신대론편(四氣調神大論篇)에서는 각 계절에 따라 수면시간이 달라야 한다고 밝힌다. 예컨대 낮이 긴 여름에는 좀 더 오래 깨어 있고, 밤이 긴 겨울에는 수면시간이 다른 계절보다 더 길어야 한다. 이때 기준이 되는 시간을 약 7시간 30분으로 잡을 수 있겠다. 예를 들어 여름에는 7시간 30분보다 짧게 자고, 겨울에는 7시간 30분보다 길게 자는 식으로 말이다.
종합하자면 잠을 잘 때 왼쪽으로만 누워 자는 것은 건강에 좋지 못하다. 한의학적으로 보면 옆으로 누워 자되 약 1시간 30분에 한 번꼴로 몸을 돌려 자는 것을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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