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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나는 어떤 의미입니까

기사입력 2025.12.23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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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시 남부통합보건지소 공중보건의 김제관

 

항상 그렇듯이 올해는 작년보다 빠르게 지나간 것 같다. 실제로 체감 속도가 빨라진 건지, 그냥 작년의 일은 잘 기억이 나지 않아 그렇게 느껴지는지는 알 길이 없다. 시간은 갈수록 가속도가 붙는다는데 어느새 연말이 된 지금, 그 말이 어느정도 신빙성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미 눈도 몇 번 내렸고 차에는 염화칼슘이 튄다. 캐롤이 들리는 걸 보니 곧 크리스마스다.

 

크리스마스는 축제인가?

기원전과 기원후를 나누는 기준이 된 존재가 세상에 태어난 날이 크리스마스라고 한다. 우연히 나도 그 날 태어나서인지 굉장히 특별하게 느껴진다. 어려서부터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별 이유도 없이 들떴고 머라이어 캐리의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라는 불후의 명곡은 언제 들어도 설렜다. 나만 그런 건 아니었고, 그 날은 전세계 모두의 축제처럼 느껴졌다. 내 생일은 한 번 들으면 잊기 어렵고, 그래서 더 특별한 사람이 된 것 같아 괜히 기분이 좋았던 적도 있지만 사실 이는 양날의 검과 같았다. 그 날은 나에게 특별해야만 했으니까.

 

뭐라도 해야만 했다. 내 생일이자 세계인의 축제인 크리스마스에 그냥 쉬기만 하는 건 용납할 수 없었다. 남들 다 행복한 표정으로 거리를 걷고 있는데 나만 약속도 없이 집에서 멍하니 시간을 보낼 수 없었다. 나는, 그 날은, 굉장하고 행복해야만 했다. 피곤하면서도 친구를 불러 피시방이라도 갔고 하다못해 산책이라도 했다. 저녁에는 케이크를 잘랐고 오늘도 괜찮았다고 나에게 되뇌었다. 근데 수많은 날들 중 날이 좀 추운 휴일에 불과할 수도 있었던 날은 왜 나에게 그렇게 큰 의미가 되었을까? 아니, 어떤 시점에는 족쇄가 되기도 했을까?

 

의미와 기대가 만들어내는 행복과 불행

한마디로 나는 내 생일에 엄청난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다. 생일이자 크리스마스인데 당연히 의미가 큰 날이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겠다. 당연히 어느정도 동의하지만, 이는 어느정도 위험이 동반하는 생각이라는 결론이다. 그 많은 생일들 중 선명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분명히 불행한 날들이 있었다. 정말 나쁜 일이 일어난 것도 아닌데 불행했고, 그 이유는 정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캐롤과 트리가 마치 그 날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될 거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는데 실상은 아니었다.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식사하고 좋은 음악이 흐르는 카페에서 연인과 사랑이 담긴 대화를 하며 그리 춥지 않은 산책을 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큰 의미가 담긴 날이니까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행복했던 날도 분명히 있었다. 연말에, 내 생일에, 크리스마스에 이런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나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순간이 있었다. 하지만 만약 그렇지 못했다면 기분이 어땠을까 하고 생각해보면 조금 아찔하기도 했다. 그냥 집에 혼자 있었다면, 혼자 산책을 나갔다면, 혼자 영화관에 앉아있었다면 세상에서 제일 불행한 사람인 양 청승을 떨고 있었을 테니까. 여기서 드는 의문은 왜 그렇게 조마조마해야 하냐는 점이었다. 좋은 음악이 들리는 휴일이라는 점에서 이미 마음 편하고 잔잔한 행복이 있는 날일텐데. 혼자 세차하러 가서 만난 다른 세차인들, 카페에서 에스프레소를 내리고 있는 직원들, 길에 눈이 쌓일까 순찰하는 제설차 운전자들, 불켜진 사무실에 앉아 있을 직장인들은 다 불행한 사람인가? 그럴 리가 없다. 그냥 오늘도 수많은 날들 중 하나, 크게 다를 것 없는 하루니까.

 

나에게 진정 의미있는 것

길을 가다 문득 올려다 본 하늘이 새파랬는데, 그 광경이 갑자기 특별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날씨 좋은 날이야 많았지만 유독 그 장면이 인상깊었다. 근무 중에 걸려온 아버지의 전화가 반갑고 환자분이 갖다준 비타민 음료가 맛있었다. 이미 내가 가진 시간, 겪고 있는 상황에 약간의 의미부여를 해 봤더니 생각보다 괜찮은 기분이 들었다. 이 순간의 주인공이 된 것 같고 남들과 비교하거나 계산하지 않은 온전한 나만의 행복을 누리는 느낌이었다.

 

그 전까지 내 생일이 행복해야만 했던 건 내가 세운 기준은 아니었다. 남들 다 그렇게 사니까 나도 그래야만 했던 거였다. 심지어 남들이 다 그렇게 산다는 것조차 내가 만들어낸 허상에 가까웠지만. 그걸 쫓아가다 보니 내가 부여할 수 있었던 의미들은 뒤로 밀렸고 어디서 왔는지도 모를 기대들이 끝나지 않는 과제처럼 나를 압박하고 있었다. 사실 난 어떻게 되든 상관없는 사람인데.

 

생각보다 정말로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아는 게 어렵다. 실제로 그렇게 자기 중심 잡고 사는 사람들을 만나보기도 쉽지는 않다. 진정 자유롭게 사는 사람보다는 서로 엇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물론 그게 정말 본인 생각이라면 존중하겠다만 누군가가 부여해놓은 의미에 끌려가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끌려가는 데 저항하는 게 쉬운 일이었다면 알렉산더 대왕에게 해를 가리지 말라며 대수롭지 않게 얘기했던 디오게네스의 일화는 우리에게 알려지기 전에 시간 속에서 스러졌을 것이다.

 

항상 그렇게 생각하기는 피곤할수도 있겠으나 내가 가진 것에 조금 더 의미를 부여하려 한다. 아직 갖지도 못한, 갖고싶지도 않은, 어디서 왔는 지 근본도 알 수 없는 기대나 기준에 끌려가듯 의미를 부여하고 불안해하는 건 누가 봐도 비효율적이다. 우리 모두가 그렇게 살고 있겠지만 혹시 아는가? 남 눈치 안 보고 작은 일에 감사하는 행복하고 자유로운 사람이 될지.

 

오늘은 이 글을 쓰며 생각나는 행복한 기억들이 있기 때문에 의미있는 날이 되었다. 또 내가 당신에게 이 말을 전할 수 있기 때문에 의미있는 사람으로 남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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