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법인파산 시 부동산 출연 등기만 부인되면, 손해배상 파산채권 인정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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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파산 시 부동산 출연 등기만 부인되면, 손해배상 파산채권 인정될까?

기사입력 2025.12.17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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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회생이나 파산 사건을 수행하다 보면 관재인이나 관리인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있습니다. 바로 채무자가 파산 전에 처분한 재산을 되찾는 것입니다. 이를 '부인권 행사'라고 합니다.

 

부인권 행사 과정에서 흥미로운 상황이 발생하곤 합니다. 예를 들어 채무자가 재단법인을 설립하면서 부동산을 출연하고 등기까지 마쳐준 경우, 법원이 출연행위 자체는 문제없다고 보면서도 등기행위만 부인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출연하기로 한 약속은 유효하지만, 등기는 취소한다"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복잡한 법률문제가 발생합니다.

 

출연받기로 한 재단법인은 부동산을 받을 수 없게 되었는데, 출연 약속 자체는 유효하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부동산을 다시 달라고 청구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못 받게 된 것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할까요?

 

회생·파산 실무에서 자주 마주치는 이 문제에 대해, 최근 대법원이 명확한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등기청구권이 부활하지만 동시에 이행불능 상태가 되어, 손해배상청구권이 파산채권으로 인정된다는 것입니다.

 

주식회사 △△△(이하 '채무자')는 디지털 미디어 시티 내 사업용지를 매수하여 ☆☆연구단지센터를 신축하였습니다.

 

채무자는 2008. 8. 19. 새로 설립되는 재단법인인 원고의 기본재산으로 건물 중 8(이하 '이 사건 부동산')과 현금 등을 출연한다는 출연증서를 작성하였고, 2009. 11. 27. 원고에게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었습니다.

 

그런데 채무자는 2010. 10. 18. 파산 선고를 받았고, 파산관재인이 선임되었습니다. 파산관재인은 원고를 상대로 등기부인 청구 소송을 제기하였고, 법원은 이 사건 등기에 관한 부인청구가 이유 있다고 보아 파산관재인 일부 승소 판결을 선고하였고, 위 판결은 2018. 7. 12. 확정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2018. 7. 19. 원고 명의의 등기를 부인하는 내용의 등기가 마쳐졌습니다.

 

원고는 파산절차에서 이 사건 출연행위와 관련하여 미출연 현금자산, 출연자산 이용 부당이득, 공과금 대납분, 출연 후 부당이득, 등기행위가 부인됨에 따라 결과적으로 출연하지 않은 이 사건 부동산의 가액 상당 12,445,000,000, 연구시설 미이전 부당이득 등 합계 17,072,996,353원을 파산채권으로 신고하였고, 파산관재인과 다른 채권자는 이에 이의하였습니다.

 

서울회생법원은 원고의 파산채권 중 일부를 인정하는 조사확정재판을 하였고, 이에 대하여 원고와 피고들이 각각 이의의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원심법원은 이 사건 부동산 관련 채권(채권)에 대하여, 부동산 소유권이전등기의무가 이행불능이 된 2018. 7. 19. 기준 시가 9,790,000,000원을 손해배상채권으로 인정하였습니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시하며 원심을 확정하였습니다(대법원 2025. 9. 11. 선고 2022283602, 2022283619(병합)).

 

"채무자회생법 제394조 제1항은 등기나 등록과 같이 권리변동의 성립요건 자체를 독자적인 부인의 대상으로 규율하고 있다. 이는 권리변동의 원인이 되는 행위를 부인할 수 없는 경우에는 가능한 한 권리변동을 인정하여 당사자가 의도한 목적을 달성시키되, 엄격한 요건을 추가로 충족시키는 경우에만 특별히 이를 부인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따라서 권리변동의 성립요건행위를 부인하더라도 그 권리변동의 원인이 되는 행위의 효력까지 소멸되는 것은 아니다."

 

"권리변동의 원인행위가 여전히 유효하고 성립요건인 채무자의 상대방에 대한 등기행위만 부인되었다면, 그 등기행위로 소멸하게 된 상대방의 채무자에 대한 등기청구권은 부인권이 행사된 때로 소급하여 부활한다고 보아야 한다."

 

"채무의 이행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절대적·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경우만이 아니라 사회생활상 경험칙이나 거래상의 관념에 비추어 볼 때 채권자가 채무자의 이행의 실현을 기대할 수 없는 경우도 포함한다."

 

"파산관재인이 소로써 부인권을 행사한 결과 채무자의 등기행위를 부인한다는 판결이 확정되고 나아가 그 부인등기까지 마쳐졌다면, 이로써 파산관재인의 상대방에 대한 등기절차이행의무는 사회통념상 이행불능이 되었다고 할 것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등기행위만 부인되어도 원인행위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채무자회생법 제394조에 따른 등기부인은 등기행위 자체만을 대상으로 하므로, 출연행위 등 원인행위의 효력까지 소멸되지는 않습니다.

 

둘째, 등기청구권은 부인권 행사 시점으로 소급하여 부활합니다. 등기행위가 부인되면, 그 등기행위로 소멸되었던 등기청구권이 다시 살아납니다. 마치 처음부터 등기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처럼 돌아가는 것입니다.

 

셋째, 그러나 부활한 등기청구권은 즉시 이행불능 상태가 됩니다. 파산관재인이 소송을 통해 등기부인 판결을 받고 부인등기까지 마쳤다면, 이는 사회통념상 더 이상 등기의무를 이행할 수 없는 상태가 됩니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거래관념상 이행을 기대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합니다.

 

넷째, 이행불능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이 파산채권이 됩니다. 등기청구권이 부활했다가 즉시 이행불능이 되었으므로, 상대방은 이행불능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 이는 파산채권으로 인정됩니다. 손해액은 이행불능 시점의 부동산 시가로 산정됩니다.

 

법인회생이나 파산 업무를 수행하다 보면, 인권 행사는 채권자 전체의 이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절차입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상대방의 권리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는 늘 고민거리입니다.

 

이번 판결은 그 균형점을 잘 보여줍니다. 출연행위는 유효하지만 등기행위만 부인된다는 것은 언뜻 모순처럼 보입니다. 출연하기로 한 약속은 유효한데, 그 약속을 이행한 등기는 무효라는 것이니까요. 대법원은 이 복잡한 상황에서 등기청구권이 '부활'한다는 법리를 통해 해결책을 제시했습니다.

 

이는 재단법인 등 상대방의 권리를 보호하면서도, 동시에 파산채권자 전체의 이익도 고려한 균형잡힌 판단입니다. 만약 등기청구권 자체가 소멸한다고 보면 재단법인은 아무것도 받지 못하게 되어 지나치게 불리합니다. 반대로 등기를 다시 해줘야 한다고 보면 파산재단이 줄어들어 다른 채권자들이 손해를 입게 됩니다.

 

대법원은 '부활 후 즉시 이행불능'이라는 논리를 통해, 재단법인에게는 부동산 시가 상당의 손해배상채권을 인정하되, 이를 파산채권으로 처리함으로써 다른 채권자들과 공평하게 배당받도록 했습니다.

 

회생·파산 실무에서는 다음과 같은 점을 유념해야 합니다.

 

관재인이나 관리인 입장에서는 부인권을 행사할 때 원인행위와 등기행위를 구별하여 검토해야 합니다. 원인행위까지 부인할 수 있다면 상대방의 채권 자체를 소멸시킬 수 있지만, 등기행위만 부인 가능하다면 상대방에게 손해배상채권이 인정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채권자 입장에서 파산채권을 신고할 때는 이행불능 시점의 부동산 시가를 정확히 평가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부인등기가 마쳐진 2018. 7. 19.을 기준으로 시가를 산정했습니다.

 

또한 재단법인을 설립하면서 부동산 출연을 받을 때는 출연자의 재무상태를 면밀히 검토하고, 출연 후 등기까지의 기간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이번 판결은 앞으로 회생·파산 절차에서 부인권 행사와 관련된 분쟁에서 중요한 기준이 될 것입니다. 부인권 제도의 복잡한 법률관계 속에서도 실질적 공평을 추구한 판결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박병규이사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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