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시 대창면보건지소, 한방공중보건의, 조우현
현대의 세종시의 전의면에는 ‘전의초수’라는 약수가 있다. 초수(椒水)란 물맛이 후추와 같아 지어진 이름이고 전의면(과거에는 전의현이었다)에 있는 초수기 때문에 전의초수라 불린다. 고질적인 안질을 앓던 세종대왕은 이 전의초수로 눈병을 치료했다고 한다. 과연 초수는 무엇이고, 어떤 효능을 가지고 있을까?
椒水를 인터넷에 검색해보면 탄산수라고 나온다. 물에 녹은 이산화탄소가 톡 쏘는 맛을 낸 것으로 본 것이다. 즉, 천연 미네랄이 풍부한 탄산수가 초수인 것이다. 한편, 동의보감은 초수를 맛이 떫고 찬물로 보았다. 다음은 초수를 설명하는 동의보감의 구절이다.
냉천(冷泉) 맛이 떫고 찬물 ·················································· <동의보감 탕액편 水部>
1. 俗謂之椒水. 主偏頭痛, 背寒, 火鬱, 惡寒等證, 浴之皆差.
(냉천을) 민간에서는 초수(椒水)라고 한다. 편두통, 등이 시린 것, 화울(火鬱)ㆍ오한 같은 증상에 주로 쓰는데, 목욕하면 이 병증들이 모두 낫는다.
2. 下有白礬, 故水味酸澁冷冽. 於七八月時浴之, 切不可夜浴, 夜浴必死. 《俗方》
(냉천) 아래에 백반이 있어 물맛이 시고 떫으며 차다. 7~8월에 이 물로 목욕하되, 절대로 밤에 목욕하면 안 된다. 밤에 목욕을 하면 반드시 죽는다. 《속방》
동의보감에 적힌 1과 2의 설명만 본다면 초수를 왜 안질을 치료하는 데 쓴 것인지 의문이 든다. 한의학에서는 눈의 병을 화(火)에 의해 생긴다고 보는데, 초수는 동의보감에 나온 것 같이 화울 증상에 쓸 수 있기 때문에 눈병 치료에 사용한 것일까? 이 논리만으로 눈병 치료에 초수를 쓴 것 같지는 않다. 왕의 치료인데 이런 허술한 논리라? 의문의 실마리는 광물질 백반(白礬)에 있을 것이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냉천 아래에 백반이 있으므로 그 성분이 물에 녹아 효능이 발휘되는 것일 테니 말이다.
1. 礬石, 味酸, 寒. 主寒熱, 洩利白沃, 陰蝕惡瘡, 目痛, 堅骨齒. 鍊餌服之, 輕身不老增年.
············································································································ <신농본초경>
반석(=백반)은 맛이 시고 기가 차갑다. 추웠다 열이 났다 하는 증상을 치료한다. 설사하면서 하얀 거품이 나오거나, 음부 부식, 나쁜 창, 눈이 아픈 증상을 치료하며, 뼈와 이빨을 강화한다. 단련하여 복용하면 몸이 가뿐하고 안 늙고 오래 산다.
2. 性寒(一云涼), 味酸澁, 無毒. 消痰止痢, 療陰蝕惡瘡, 去鼻中息肉. 治急喉閉, 堅骨齒, 主瘰癧, 鼠瘻, 疥癬. (중략) 其性却濕治涎. ··············································· <동의보감 탕액편 石部>
(백반은) 성질이 차고(서늘하다고도 한다) 맛은 시고 떫으며 독이 없다. 담을 삭이고 이질을 멎게 하며, 음부 부식과 악창을 낫게 하고 코에 생긴 군살을 없앤다. 급후폐(急喉閉)를 치료하고 뼈와 치아를 튼튼하게 한다. 나력ㆍ서루(鼠瘻)ㆍ개선에 주로 쓴다. (중략) 습을 물리치고 담연을 치료하는 성질이 있다.
3. 治目瞖, 及努肉. 取明礬黍米大, 納眼中, 淚出拭之, 日久自消. ········ <동의보감 외형편 眼>
(백반은) 예장이나 군살을 치료한다. 기장쌀만 한 명반을 눈에 넣어서 눈물이 나오면 닦는다. 오래 하면 저절로 사라진다.
신농본초경과 동의보감의 설명에 따르면 백반에는 눈병을 치료하는 효능이 있다. 동의보감 설명에 따르면 초수에는 백반이 녹아있기 때문에 눈을 치료하는 초수의 효능은 백반에서 나왔다고 생각할 수 있다.
흥미롭게도 한반도에서 백반은 전남 해남에서 산출된다고 한다. 하지만 이 지역의 물이 초수라는 기록은 찾기 힘들다. 오히려 백반이 산출되지 않는 지역인 충청도 쪽의 초수가 유명하다. 설령 반석이 충청도에 소량 있더라도 해남보다 양이 훨씬 적을텐데. 무언가 이상하다. 백반의 효능을 의서에 잘못 기록했을 가능성은 적다. 오류가 있다면 초수에 백반이 녹아있기 때문에 시고 떫으며 차다는 동의보감의 설명일 것이다.
동의보감은 왜 초수에 백반이 녹아있다는 듯이 서술하였을까? 첫 번째 가능성은 동의보감이 민간요법의 내용도 포함하는 의서이기 때문이다. 민간요법 중에는 잘못된 정보도 있는데 그런 내용이 동의보감에 포함되었을 수 있다. 두 번째 가능성은 초수의 효능을 설명하기 위해 나온 가설이다. 이유는 모르지만 초수를 복용하니 마치 백반을 복용하는 것 같은 효능이 여러 사람에게서 발견되니, 이를 설명하기 위해 백반이라는 설명을 나중에 덧붙인 거라는 것이다. 두 번째 가능성도 신빙성이 있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초수의 효능이 백반 때문일 것이라고 한의학을 어느 정도 아는 누군가가 떠올린 것이 사람들에게 퍼져 민간요법이 되었고, 이것이 추후에 동의보감에 전해진 것이 아닌가 싶다. 이 생각이 옳다면 미네랄이 풍부한 탄산수는 백반의 효능과 비슷한 측면이 많을 것이다.
요컨대 초수의 후추 같은 맛은 백반 때문이 아니라 그 물이 탄산수이기 때문이다. 동의보감의 두 번째 가능성인 ‘백반 후향 도입 가설’이 맞다고 가정하면, 천연 미네랄이 풍부한 탄산수는 백반의 효능과 비슷할 것이다. 정말로 탄산수의 효능은 백반과 유사할까?
의서에 따르면 백반은 뼈를 강화시킨다고 하였다. 그렇다면 탄산수는? 탄산음료의 대표격인 콜라는 뼈에 해롭기 때문에 탄산수도 뼈를 약화시키지 않을까 오해하곤 한다. 콜라가 골밀도를 감소시키는 이유는 카페인과 인산 때문이지 녹아있는 이산화탄소 때문이 아니다. 따라서 탄산수는 뼈를 약화시킨다고 보기 어렵다. 게다가 자연의 탄산수에는 칼슘 같은 천연 미네랄이 풍부하기 때문에 오히려 뼈 건강에 좋다.
의서에 따르면 백반은 치아를 강화시킨다고 하였다. 그렇다면 탄산수가 백반처럼 치아에도 좋을까? 탄산에 설탕이 더 들어간 탄산음료는 치아 건강에 해롭다. 탄산수는 설탕이 없기에 탄산음료보다는 낫다. 하지만 탄산수 역시 산성을 띠기 때문에 자주 마시면 치아 건강에 좋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미네랄이 풍부한 자연의 탄산수는 어떨까. 2001년 논문인 ‘Investigation of mineral waters and soft drinks in relation to dental erosion’에 따르면, 탄산수는 치아를 손상시키긴 하지만 맹물과 비교해 그 정도가 미미한 수준에 그치며, 탄산음료에 비해 손상의 정도가 100배 안전하다. 자연의 탄산수의 pH가 시중에 파는 제품처럼 낮기도 쉽지 않을 것 같다. 자연의 탄산수는 천연 미네랄이 풍부하니 치아의 작은 손상은 충분히 보상하고도 남을 것이다.
백반은 각종 피부에도 좋다고 하였다. 탄산수도 그렇다. 탄산수는 약산성이기 때문에 탄산수로 세안하면 약산성인 피부에 자극을 덜 줄 수 있다. 또한 자연의 탄산수의 경우 풍부한 미네랄이 피부에 좋게 작용할 것이다.
한편 2002년 논문 ‘Effects of carbonated water on functional dyspepsia and constipation’에 따르면, 수돗물을 마시는 것은 소화와 변비 개선에 별 도움을 주지 못했지만, 탄산수를 마시는 것은 유의미한 개선이 있었다. 또한 탄산수를 마신 경우 담낭에서 쓸개즙을 배출하는 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는 痰과 濕을 없애며, 변에 영향을 미치는 백반의 효능과 유사한 면이 있다.
물론 탄산수가 백반의 효능과 100퍼센트 동일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문헌에서는 백반이 설사와 이질을 멈춘다고 했는데 탄산수는 오히려 변비를 개선시킨다. 탄산 자극이 장을 자극해 변을 나오게 하는 것이다. 탄산수가 눈 질환에 좋다는 연구는 딱히 있지 않다는 것도 백반의 효능과 다른 점이다. 오히려 탄산의 자극이 눈에 닿아 다쳤다는 이야기를 찾는 것이 더 빠를 것이다. 전의초수가 세종대왕의 눈병을 고칠 수 있었던 이유는 물에 녹은 이산화탄소 때문이 아니라 그 물이 함유한 천연 미네랄 때문일 것이다. 비록 이산화탄소만 녹아있는 탄산수는 눈병을 고치지 못하지만 자연의 탄산수, 초수는 고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모두 종합해보면 차이점도 있지만 초수와 백반의 효능을 연결지어 생각한 것이 설득력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세종대왕은 초정리의 초수부터 먼저 사용해 보았지만 효과를 보지 못해 이후에 전의초수를 시도해 효험을 보았다. 지역에 따라 미네랄 성분과 함량에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미네랄 같은 작은 차이만으로도 질병이 치료될 수 있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위로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