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우리는 다 다르게 읽는다
보내는분 이메일
받는분 이메일

우리는 다 다르게 읽는다

기사입력 2025.11.18 10:36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기사내용 프린트
  • 기사내용 메일로 보내기
  • 기사 스크랩
  • 기사 내용 글자 크게
  • 기사 내용 글자 작게

대만드(대신만나드립니다) 

이하경

 

KakaoTalk_20251118_103722207.png

읽지 못하는 사람들, 매슈 루버리, 장혜인 역, 더퀘스트

 

뱃간의 문은 활짝 열려 있었으나밖으로 향한 창의 블라인드를 내리고 있어서문간은 한결같이 컴컴했다*. 


 

 

읽기는 오랫동안 지식을 습득하는 주요 수단으로서 정보를 전달할 뿐 아니라, 과거의 저자와 대화를 나누며 이야기를 내면화하는 경험을 독자에게 제공해 왔다. 그러나 그 보편적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읽기는 단일하고 공통된 하나의 방식으로 수행된다고 여겨지기 마련이었다. 즉 책을 펼치고, 글자가 기록된 순서를 따라 종이 위를 훑어 내려가는 눈의 움직임. 오랜 시간 자리에 앉아 집중력을 발휘해 한 장씩 넘기는 손동작. 그리고 무엇보다도, 해석은 독자마다 다를지언정 같은 글을 읽은 모두가 똑같이 부호화하고 해독할 것이라는 기대.

 

이 책에서 저자는 다양한 독자의 사례를 제시하며 신경다양성(neurodiversity)의 관점에서 읽기라는 행위가 단일하다는 통념을 반박한다. 저자는 이를 위해 의사가 작성한 진료기록부 대신, 환자의 수기, 회고록, 문학, 인터뷰 등 기존에 충분히 다뤄지지 않은 매체를 탐색한다. 이러한 자료들은 글을 읽을 때 감각하고 반응하는 과정이 환자의 관점에서 묘사되어 있기에, 외부자인 의사의 관점에서 관찰한 것보다 가감이 없고 풍부하다. 또한 수많은 환자 중 한 사례가 아니라 환자가 살아온 삶 전체를 고려하게 되므로, 다양한 방식의 독자가 겪는 어려움을 들여다보는 데 효과적이다.

 

독자마다 읽는 방식이 다양하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읽는 방식이 그 독자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난독증이 있는 아이들은 학교에서 선생님이 책을 낭독해 보라고 지목당할 것에 심각한 두려움을 느끼는데, 이를 벗어나고자 때로는 실신하거나 자해하기도 한다. 혹은 미리 교과서를 통째로 외워간다. 독자에 따라 단어의 글자를 거꾸로 읽기도 하며, 아예 책을 거꾸로 들고 읽기도 한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독자의 일부는 아주 어릴 적부터 책에 푹 빠지는 과독증을 나타내는데, 책의 내용은 사진 찍듯이 외우면서도 정작 그 내용은 하나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글자를 보며 맛, , 색 같은 공감각을 느끼거나, 환청과 환시를 경험하여 집중하기 어렵거나, 책의 내용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등 눈길이 가는 사례는 수없이 많다. 이들이 글을 읽는 어려움으로 인해 다른 독자들만큼의 사회적 지위를 얻지 못하는 것은 충분히 짐작되는 일이다. 게다가 충분한 읽기 능력이 없는 이들은 아둔하거나 끈기가 부족한 것으로 오해받기도 했다. 60대에 나보코프의 작품을 읽고서야 모든 이들이 자신처럼 글을 읽으며 공감각을 느끼는 것이 아님을 깨달은 한 독자의 사례는, 방식의 다양성을 인식하고 공유하는 것이 얼마나 큰 영향력을 가질 수 있는지 보여준다.

 

책의 후반에 가면 독자는 읽기의 문제가 이런 특이하고 낯설어 보이는 이들에 사례에 불과하지 않고, 바로 자신의 문제가 될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바로 치매 등 신경퇴행성 질환이 수십 년 후의 미래에서 우리를 맞이하고자 대기하고 있는 까닭이다. 이전 내용을 기억하지도 못한 채 계속하여 책을 읽거나, 문장의 내용을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거듭 읽는 그 환자의 모습이 곧 우리의 미래가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러한 어두운 미래 덕에 읽는 방식의 다양성에 관심을 기울이는 일은 보편성을 가진다.

 

매체의 변화로 읽는 행위가 우리 삶에서 차지하는 부분은 점차 축소되고 있으며, 심지어는 많은 이들이 자발적으로 읽는 능력을 내려놓기도 하는 모습이 관찰되는 것이 요즘이다. 어쩌면 곧 사라질지도 모르는 이 읽는 행위가 얼마나 다양했었는지, 마치 지질학적 다채로움을 확인하듯 놀라며, 그러나 박물학적 호기심보다는 세계의 독자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읽어볼 수 있는 책이다.

 

 

 

*광장, 최인훈, 문학과지성사

<저작권자ⓒ메디콤뉴스 & www.medikom.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이름
비밀번호
자동등록방지
02629
 
 
 
 
 
  • 메디콤뉴스(http://www.medikom.co.kr)  |  설립일 : 2017년 03월 09일  |  발행인, 편집인 : 이용호  | 주소: 16204 경기 수원시 경수대로 1056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기-아51499 / 간별: 인터넷신문 / 대표전화:031-242-1409 I ggakom@ggakom.org  
  • 청소년 보호 책임자 성 명 : 이용호 전화번호 : 031-242-1409  
  • Copyright © 2017 www.medikom.co.kr all right reserved.
메디콤뉴스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