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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상대성

기사입력 2025.10.24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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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시 남부통합보건지소 공중보건의 김제관

 

 요새 이혼률이 많이 높다고 한다. 결혼도 안 한 입장에서 이혼까지는 생각할 일이 잘 없었지만 매체에서도 다양하게 이혼을 다루다 보니 왜 그렇게 됐는지 궁금해지는 순간이 온다. 각 커플들은 그들만의 사연이 있을 것이고 제3자가 내막을 다 알기는 어려울 것이다.

들어본 바로는 서로 생활비를 반반 충당하려고 하다가 엑셀파일까지 동원하는 일이 생긴다고 한다. 그렇게 철저하게 반씩 나눠 내다가도 불만은 생기게 마련이다. 어떻게 정확하고 완벽하게 반을 나눌 수 있겠는가. 결국 의견차는 좁혀지지 않고 파경을 맞는다. 또 드세고 철없는 성격의 소유자가 제멋대로 전횡을 저지르다 참지 못한 배우자의 이혼 선언을 듣는 경우도 있었다. 이유가 어찌됐든 외도도 꽤 잦아 보이고, 결혼 전에는 애써 무시했던 단점이 결혼 후 수면위로 올라와 더 이상 눈 감는게 불가능해진 경우도 있다.

이외에도 다양한 이유들이 있겠지만, 결국에는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을 골라서 결혼해버렸다는 게 이 모든 걸 포괄할 수 있는 이유가 될 수 있겠다. 바람기 있는 상대가 나와 맞지 않고, 드세고 철없는 상대가 나와 맞지 않으며, 계산적이고 이기적인 상대가 나와 맞지 않는 거다. 사실 말만 듣고 보면 저건 맞지 않는 게 아니라 틀린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세상에 덮어놓고 나쁜 사람은 잘 없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바람기 있는 사람은 맞바람을 피울 수 있는 사람과 의외로 맞을 수 있다. 드세고 철이 없는 사람도, 그의 어떤 장점을 높게 산 포용력 있는 사람과 결혼해서 평생 어리광부리면서도 행복하게 잘 살 수도 있다. 오늘은 그간 느꼈던 의문과 인간관계의 상대성에 대해 몇 가지 얘기해 보려고 한다.

 

계산은 원래 내가 하는 건가?

예쁜 여자친구를 얻은 남자가 있다. 얼굴만 보고 있어도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데이트하면 하루가 일 분 같고 헤어질 땐 아쉽고 다음 만남이 기다려진다. 그런데 만나서 밥만 먹으면 계산할 때 그냥 뒤에서 구경하고 있다. 가끔 밥을 사더라도 저렴한 메뉴에 그친다. 다 퍼줘도 아깝지 않을 것 같던 남자 마음에는 점점 계산기가 자리잡는다. 당장 돈을 써서 이 여자와 만남을 지속하더라도, 결혼까지 생각하기에는 망설여진다. 또 내 돈은 아낌없이 쓰면서도 본인 돈은 아까워하는 모습에 나를 좋아하는 건 맞는지 의문이 들기 시작한다. 관계는 결국 파국을 맞지만, 이 여자의 외모에 데이트비용정도 투자하는 건 아무렇지 않는 남자가 있었다면, 혹은 이 여자가 자기 돈을 아낌없이 낼 정도로 좋아할 수 있는 남자였다면 아무 문제가 없지 않았을까?

어떤 여자는 이상형의 남자와 연애를 하게 됐다. 여자는 직장인이었지만 남자는 대학생이었고, 수입의 차이가 있으니 데이트 비용이나 여행경비 등은 전적으로 여자 몫이 되어버렸다. 남자는 연락도 잘 안 되고 바람도 몇 번 피웠다. 하지만 이상형의 남자를 놓칠 수 없던 여자는 애써 용서하고, 가끔은 남자의 용돈까지 쥐어준다. 혹시나 불만을 얘기하면 이별을 고하지 않을까 싶어 애써 합리화하고 자기위로한다. 자존감은 곤두박질치고 불행함에 술을 마신다. 이 여자가 만약 남자의 이상형이기도 했다면, 혹은 자신도 연인과 별개의 다른 남자를 만나 즐기는 사람이었다면 사실 별 문제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바보같은 게 죄는 아니잖아

연인과 대화를 하면 자주 벽에 막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어떤 사회적 이슈에 대해 얘기하고 의견을 묻노라면 항상 시원찮은 대답이 돌아온다. 시사나 경제, 정치같은 민감하고 어려운 주제를 벗어나 당장 우리 관계에 밀접한 결혼이나 육아 등 주제를 꺼내봐도 본인의 생각이나 의견이 없다. 사람이 모자란 건 아닌 것 같은데 항상 일상적인 대화에 그쳐버리니 설명하기 어려운 욕구불만이 생긴다. 평생 같이 살면서 수도 없이 많은 대화를 해야 하는 상대방이 돌부처처럼 느껴지니 이루 말할 수 없이 답답하다. 결국 헤어짐을 선택한다.

하지만 조금 답답하고 바보같더라도 자기 일은 열심히 하고 시키는 건 묵묵히 하는 사람이었다면, 그런 점을 높이 산 과묵한 사람은 평생 절간처럼 조용한 환경에서 서로 할 일 하면서 별 트러블 없이 잘 지낼지도 모른다. 나름 평화로운 분위기에, 서로에 대한 만족도도 의외로 높을지 모른다. 같이 대화하고 산책하며 깊은 연결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최악이겠지만.

 

외벌이를 하고 싶다고? 도대체 왜?

맞벌이가 일반적인 경우로 자리잡은 지 시간이 좀 지난 것 같다. 우리나라 평균소득 중위값을 찾아보면 월 250만원 정도가 나온다는데, 요즘은 이 금액으로 4인 가족이 생활한다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 자가가 있어서 집세가 안 나간다면 조금 허리띠 졸라매고 어떻게든 해 보겠지만 자가가 있는 시점에서 중위소득을 버는 사람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원래는 남성들이 가장 포지션을 맡아왔으나 요즘은 맞벌이를 할 수 있는 여성을 찾아 결혼하려는 게 트렌드고 강세다.

하지만 돈을 꽤 괜찮게 버는 남성의 경우 생각이 다를 수도 있다. 자신의 아이를 낳고 육아와 내조에 전념하기를 바라는 사람이 있다. 이 남성은 소개팅에서 대기업에 다니는 괜찮은 여성을 만났다. 누가 봐도 사귀고 싶고 결혼하고 싶어할 만한 여자는 남자에게 별로 매력적이지 않았다. 본인 직업과 커리어에 대한 자부심과 열정이 엄청났기 때문. 대부분 남성에게 호감을 살 만한 여자는 결국 남자와 두 번 볼 일은 없었다. 딱 그거 하나 빼고 서로 마음에 들어했지만 아쉬움을 삼키고 다른 사람을 찾아 다시 떠나야 했다.

 

어떻게 사람 성격이 성인군자같겠어

남자는 여자친구의 생일을 헷갈렸다. 비슷한 날짜를 가진 친구의 생일과 헷갈려 잘못 말해버린 거다. 사귄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생일을 한번도 맞이하지 못했고 이번 기회에 확실히 외워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이미 여자친구 표정은 굳었다. 모처럼 멀리 나온 데이트였는데 분위기는 얼음장이다. 이렇게까지 화가 날 일인가 싶지만 입으로는 미안하다는 말이 나온다. 어떻게 보면 삐진 게 귀엽다며 적당히 비위 맞춰줄 여유를 가질 수도 있다. 살살 달래고 맛있는 거 사주면서 미안하다고 애교섞어 말하면 해결될 일이다. 하지만 남자 마음에는 왜 사소한 일로 이렇게까지 비위를 맞춰야 하냐는 불만이 싹튼다.

여자는 남자친구와의 약속에 한 시간 늦어버렸다. 준비하는 데에 시간이 생각보다 오래 걸렸고, 대중교통 시간이 맞지 않아 최악의 사태가 되었다. 전화로도, 만나서도 연신 미안하다고 했지만 남자친구는 이해가 되질 않는다. 어떻게 약속에 한 시간이냐 늦냐며, 시간약속 지키는 건 기본중의 기본이라고 흥분한다. 잘못한 건 맞지만 어디 카페라도 들어가서 잠깐 시간 보내면 되지, 이렇게까지 화낼 일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날 별로 사랑하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과 함께. 사실 상대방의 태도보다 내 지각이라는 사실에 초점을 두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원망보다는 반성의 마음이 더 들었을 수 있다. 그렇게 조금 더 진심어린 태도를 보였다면 화난 남자도 한 풀 꺾였을지 모르는 일이다.

 

그래서 상대적이라는 건

내가 겪었던, 들었던 일들을 써 봤다. 사실 양쪽 말을 다 듣노라면 더 잘못한 쪽이야 있겠지만 둘 다 이해가 되는 부분들이 있다. 결론은 상기했듯 어느 쪽 하나가 말도 안 되는 악당만 아니라면, 어느정도는 틀린 게 아니라 다르다고 표현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다들 모자란 부분이 있고, 그걸 채워주는 사람과 잘 만나서 행복하게 사는 경우가 있다. 중요한 건 결혼하고 혼인신고까지 마친 후 사네 못사네 하며 상대를 비난할 게 아니라 내가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고 상대가 내 결핍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인지 검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역방향도 마찬가지다. 단점이라면 당연히 고치는 게 좋겠으나, 단점이라고 하기엔 애매모호한 부분이라면 그걸 서로 큰 노력 들이지 않고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이 천생연분이라 부를 수 있다.

나에겐 너무 별로였던 사람이 누군가에겐 이상형에 가까울 수 있다. 반대로 내 하나뿐인 연인도 어디에선 신나게 욕을 얻어듣고 있을 수 있다. 절대적 수치로 나오는 것들도 물론 무시할 수 없겠으나, 상대적이라고 할 수 있는 점들이 내 채워진 부분과 빈 부분에 들어맞는 사람을 알아보는 게 결국 종착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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