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드(대신만나드립니다)
상지대학교 한의학과 황윤정
우리에게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는 전통 의학 중 하나로 티베트 의학이 있다. 최근 국제 표준화 기구 ISO/TC249을 중심으로 다양한 전통 의학을 표준화하고 연구하려는 노력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한의학과 이미 잘 알려진 아유르베다 의학도 중요한 논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한다. 흥미로운 부분은 이번에 다루어 보고자 하는 티베트 의학이 바로 이러한 아유르베다 의학을 기반으로 삼아 발전해왔다는 점이다. 따라서 티베트 의학은 단순히 특정 지역에 국한된 민속적 치료 체계가 아니라, 인도 의학을 비롯해 불교적 가치와 융합하는 등 여러 문화적, 종교적 전통과 화합하며 형성된 복합적인 의학 체계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의학과 티베트 의학을 함께 살펴보는 것은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 발전했음에도 불구하고 공통된 사상적 기초와 특징을 찾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
1. 티베트 의학의 5대 요소와 한의학
티베트 의학은 Veda에 나오는 5대 요소인 아카샤(akasha, 空), 바유(vayu, 風), 테자스(tejas, 火), 잘라(jala, 水), 프르티비(prthivi, 地) 개념이 그대로 적용되어 발전하였기 때문에 아유르베다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한다. 이 5개 요소는 모든 물질에 존재하고, 그 경중에 따라서 물체가 띄는 특성이 서로 다르게 나타난다고 한다. 한의학에서도 목, 화, 토, 금, 수로 표현되는 다섯 가지의 기본 요소들을 통해 사물을 인식하고, 그 요소들의 편차에 의해 발생하는 양상이 다를 수 있다는 점에서 유사성을 볼 수 있다.
또한 티베트 의학에서는 지구는 地水火風이라는 4대 요소와 空(space)이 합해져 5원소의 작용으로 구성되었다고 하였다. 이 5원소 개념은 한의학적인 개념과 비슷하지만, 한의학의 오행에서 기본적인 전제로서 공간을 인식한다는 점에서 차이점이 있고 5원소의 기능에 대해서는 막연하게 서술하였기에 한의학에 명확성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차이점이 있다고 한다.
2. 티베트 의학의 3종素因과 한의학
티베트 의학에서는 隆(nad-kyiyal-ga), 赤巴(mkhria- pa), 培根(bad-kan) 세 가지가 인체를 구성하는 물질적인 기초인 동시에 생명활동에 없어서는 안 되는 에너지로 보았다. 정상적인 경우에는 이 에너지들 사이에 상호 평형과 협조 상태를 유지하기 때문에, 생리적인 상태로 판단한다. 하지만 만약 이 세 가지 가운데 한 가지 혹은 몇 개에서 편성편쇠가 나타난다면 신체가 병리상태에 처하고 바로 병에 걸린다고 보았다. 에너지가 병리상태의 물질로 변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티베트 의학에서는 다시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에너지를 원래의 협조 상태로 회복시켜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티베트 의학의 3종素因이라고 불리는 隆, 赤巴, 培根은 다음과 같이 설명될 수 있다. 먼저 隆은 風의 개념으로 그 성질은 호흡, 지체활동, 혈액유동, 감각과 배설작용 등을 관장한다. 그 다음 赤巴는 火의 개념으로 그 성질은 열을 생산하고 체온을 유지하며, 위의 기능을 활발하게 하고 소화를 도우며 담력과 식견을 가지게 한다. 마지막으로 培根은 水와 土의 개념이다. 이것은 음식을 분쇄하고 위액분비를 촉진하며 미각을 주관한다고 한다.
隆, 赤巴, 培根과 같은 에너지를 인체 생리의 기본적인 요소로 인식하는 것은 한의학에서 精, 氣, 神을 인체 생리의 기본적인 요소로 파악하는 것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3종素因을 체질의 구분 요소로 파악하는 것은, 한의학이 사상체질에서 체질을 태양, 태음, 소양, 소음으로 나누는 것과는 차이점이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3. 티베트 의학의 병인론과 한의학
티베트 의학의 병인학설 중 몇 가지에서는 불급, 과성, 그리고 상반이라는 현상이 나타나면 질병을 일으킨다고 보았다. 예를 들어 冷, 熱, 雨가 모두 정상에 비해 부족하면 불급이고, 冷, 熱, 雨가 모두 정상을 초과하면 과성이며, 기후가 서늘해야 하는데 서늘하지 않거나 열하고, 더워야 하는데 덥지 않거나 서늘하고, 비가 내려야 하는데 비가 내리지 않고 가물면 상반이라고 한다. 예시에서 나타난 것과 같이, 기후적 특성의 변화가 병을 일으키는 근원이 될 수 있다고 보았다. 이러한 특징은 한의학에서 외부 환경의 비정상적인 상태인 육음에 의해서 질병이 발생하는 것과 매우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또한 티베트 의학에서는 오관의 자극이 적당하면 질병이 생기지 않지만, 자극의 강도가 너무 적거나 과다하면 불급, 과성, 상반 등이라고 판단하였고, 인체 기관과 주위 환경이 조화를 이루면 병이 생기지 않으며 조화를 이루지 못하여 적거나 맹렬하면 불급, 과성, 상반 등으로 판단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질병의 원인도 곧바로 사람에게 질병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고, 다른 원인과의 배합 등이 있어야 하며 계절, 시간 등과도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특징은 한의학에서 감정의 과도한 사용이나 과로 등에 의한 내인, 감각기의 부적절한 사용에 의한 불내외인과 많은 유사점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질병 발생을 내인, 외인, 불내외인으로 구분하여 이를 더욱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으나, 티베트 의학에서는 이러한 병증의 체계가 구체적으로 정리되지는 않았다는 차이점이 있다. 또한 隆, 赤巴, 培根의 세 가지 에너지 요소 간의 균형을 중시하여 이들 사이에 불균형이 나타나면 질병이 발생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것은 한의학에서 精, 氣, 神 간의 균형을 중시하는 것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티베트 의학에서는 오관 간의 불균형에 의한 병리에 대해서는 언급이 적어, 한의학에서 오행 간의 불균형에 의한 질병 발생을 이야기하는 것과는 차이점이 있다고 한다.
티베트 의학과 한의학은 서로 다른 지역과 문화적 배경 속에서 발전해 왔지만, 인간과 자연을 유기적으로 연결된 존재로 파악하고 생명 활동을 요소의 균형과 불균형으로 설명한다는 공통된 전통 의학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유사성과 차이를 밝히는 비교 연구는 두 의학의 철학적 기반을 더욱 깊이 이해하는 데 기여할 뿐만 아니라, 각 전통 의학이 지닌 고유한 강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데에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한의학과 타 전통의학에 대한 비교, 발전 연구가 지속된다면, 보다 근거 중심적인 분석을 통해 현대 다양한 의학 분야들과 조화를 이루는 통합의학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참고 문헌: 한창현, 박지하, 이상남, 송익수, & 이봉효. (2010). 아유르베다와 티베트 의학의 기본이론과 한의학과의 비교 고찰. 한국한의학연구원 논문집, 16(3), 23-32.
기사제공 : 대만드(대신만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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