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문식 공중보건한의사 (국립소록도병원)
한센병의 흔적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다양한 문헌에서 발견됩니다. 동양의 대표적인 유교 경전인 『논어』도 예외가 아닙니다. 『논어』는 공자와 제자들의 언행을 기록한 책으로, 『맹자』, 『대학』, 『중용』과 함께 사서삼경 중 사서에 포함됩니다.
바로 이 『논어』에 한센병과 관련된 일화가 담겨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논어』 옹야편 8장에는 공자가 사랑하던 제자 염백우가 한센병에 걸렸다는 소식을 듣고 병문안에 간 장면이 기록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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伯牛有疾, 子問之. 백우가 병에 걸리자, 공자가 병문안을 가셨다. - 伯牛, 孔子弟子, 姓冉, 名耕. 有疾, 先儒以爲癩也. - 백우는, 공자의 제자로, 성은 염이고, 이름은 경이다. 병이 있었는데, 선배 유학자들은 나병(한센병)이라 여겼다.
自牖執其手, 曰: “亡之, 命矣夫! 斯人也而有斯疾也! 斯人也而有斯疾也!” 창문에서 손을 잡으시고는, 이르기를: “이런 일이 없었는데 운명이구나! 이 사람이 이런 병에 걸리다니! 이 사람이 이런 병에 걸리다니!” - 牖, 南牖也. 禮: 病者居北牖下. 君視之, 則遷於南牖下, 使君得以南面視己. 時伯牛家以此禮尊孔子, 孔子不敢當, 故不入其室. 而自牖執其手, 蓋與之永訣也. 命, 謂天命. 言此人不應有此疾, 而今乃有之, 是乃天之所命也. 然則非其不能謹疾而有以致之, 亦可見矣.
- 유(牖)는, 남쪽 창문이다. 예: 병자는 북쪽 창문 아래에 눕는다. 임금이 보러오면, 남창 아래로 옮겨, 임금으로 하여금 남쪽을 보게 한다고 되어있다. 당시에 백우의 집안에서 이러한 예로 공자를 존중했는데, 공자는 감당하지 못하여서 그 집에 들어가지 않았다. 그래서 창문에서 손을 잡으니, 대개 그와 영결한 것이다. 명(命)이란 천명이다. 이 사람이 응당 이런 병이 있지 않아야 하는데, 지금 이런 병이 걸린 것이니, 이것이 하늘이 명한 것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병을 삼가지 않아서 이런 병에 걸렸다는 것이 아님을 또한 볼 수 있다.
- 侯氏曰: “伯牛以德行稱, 亞於顔ㆍ閔. 故其將死也, 孔子尤痛惜之.” - 후중량이 말하길: “백우는 덕행으로 일컬어졌으니, 안연과 민자에 버금간다. 그러므로 장차 죽으려 하니, 공자는 더욱 애석해한 것이다.”
- 包氏曰: “牛有惡疾, 不欲見人, 孔子從牖執其手.” - 포씨가 말하길: “백우는 고치기 어려운 병에 걸렸기에, 남에게 보이고 싶지 않아서, 공자는 창에서 손을 잡은 것이다.” |
공자의 애제자 염백우는 이름이 염경이고 자가 백우였습니다. 염백우는 공자의 제자 중에 德行으로 손꼽히던 인물로, 공자가 특히 아꼈다고 알려진 4명(안연, 민자건, 염백우, 중궁) 중 하나였습니다. 그러나 그는 당시에 치명적인 한센병을 얻었고, 결국 죽음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한센병이 세균에 의해 발생하고, 피부나 호흡기를 통해 전염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과거에는 이 병을 죄악이나 업보, 혹은 오염된 地氣에 대한 하늘의 형벌로 여겼습니다. 한센병에 걸린 환자들의 외형 변화가 뚜렷했기 때문이었죠.
공자의 두 번 반복되는 탄식은, 그가 얼마나 안타까워했는지를 보여줍니다. 염백우가 부도덕한 이유로 한센병에 걸린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도, 결국 하늘의 뜻이라 받아들여야 하는 공자의 안타까운 마음이 전해집니다. 데려가야 할 사람들은 데려가지 않고, 데려가야 하지 말아야 할 사람은 오히려 빨리 데려가는 공평하지 않은 하늘이 얼마나 원망스러웠을까요.
이 장면은 오래된 질문 하나를 우리 앞에 다시 놓습니다.
“왜 착한 사람에게 나쁜 일이 일어나는가?”
이 질문은 오늘날에도 유효합니다. 미국의 저명한 랍비 해럴드 쿠슈너는 저서 『When Bad Things Happen to Good People』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세상은 완전하지 않습니다. 하나님은 선한 이들에게 고통을 덜 주지도 않고, 악한 이들에게 고통을 더 주지도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가 아니라, ‘이 고통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용서하고, 극복할 것인가.’입니다.
공자의 태도는 어쩌면 바로 그 답 중 하나였을지 모릅니다. 백우는 본인의 운명을 직감하며 절망적으로 죽음을 기다렸을 겁니다. 그런데 공자는 한센병의 위험을 무릅쓰고 창문을 통해 애제자의 손을 꼭 잡아주며 시한부인 그의 삶을 조용히 위로해줍니다.
죽음을 앞둔 제자에게 거창한 말 대신, 조용히 손을 잡고 함께 운명을 탄식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공자가 건넨 최고의 위로와 가르침이 아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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