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논어』 속 한센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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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 속 한센병 이야기

기사입력 2025.09.11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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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문식 공중보건한의사 (국립소록도병원)

 

한센병의 흔적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다양한 문헌에서 발견됩니다. 동양의 대표적인 유교 경전인 논어도 예외가 아닙니다. 논어는 공자와 제자들의 언행을 기록한 책으로, 맹자, 대학, 중용과 함께 사서삼경 중 사서에 포함됩니다.

 

바로 이 논어에 한센병과 관련된 일화가 담겨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논어옹야편 8장에는 공자가 사랑하던 제자 염백우가 한센병에 걸렸다는 소식을 듣고 병문안에 간 장면이 기록돼 있습니다.

 

伯牛有疾子問之.

백우가 병에 걸리자공자가 병문안을 가셨다.

- 伯牛孔子弟子姓冉名耕有疾先儒以爲癩也.

- 백우는공자의 제자로성은 염이고이름은 경이다병이 있었는데선배 유학자들은 나병(한센병)이라 여겼다.

 

自牖執其手: “亡之命矣夫斯人也而有斯疾也斯人也而有斯疾也!”

창문에서 손을 잡으시고는이르기를: “이런 일이 없었는데 운명이구나이 사람이 이런 병에 걸리다니이 사람이 이런 병에 걸리다니!”

- 牖南牖也病者居北牖下君視之則遷於南牖下使君得以南面視己時伯牛家以此禮尊孔子孔子不敢當故不入其室而自牖執其手蓋與之永訣也謂天命言此人不應有此疾而今乃有之是乃天之所命也然則非其不能謹疾而有以致之亦可見矣.

 

- 유()남쪽 창문이다병자는 북쪽 창문 아래에 눕는다임금이 보러오면남창 아래로 옮겨임금으로 하여금 남쪽을 보게 한다고 되어있다당시에 백우의 집안에서 이러한 예로 공자를 존중했는데공자는 감당하지 못하여서 그 집에 들어가지 않았다그래서 창문에서 손을 잡으니대개 그와 영결한 것이다()이란 천명이다이 사람이 응당 이런 병이 있지 않아야 하는데지금 이런 병이 걸린 것이니이것이 하늘이 명한 것이라는 말이다그러나 병을 삼가지 않아서 이런 병에 걸렸다는 것이 아님을 또한 볼 수 있다.

 

- 侯氏曰: “伯牛以德行稱亞於顔故其將死也孔子尤痛惜之.”

- 후중량이 말하길: “백우는 덕행으로 일컬어졌으니안연과 민자에 버금간다그러므로 장차 죽으려 하니공자는 더욱 애석해한 것이다.”

 

- 包氏曰: “牛有惡疾不欲見人孔子從牖執其手.”

- 포씨가 말하길: “백우는 고치기 어려운 병에 걸렸기에남에게 보이고 싶지 않아서공자는 창에서 손을 잡은 것이다.”

 

공자의 애제자 염백우는 이름이 염경이고 자가 백우였습니다. 염백우는 공자의 제자 중에 德行으로 손꼽히던 인물로, 공자가 특히 아꼈다고 알려진 4(안연, 민자건, 염백우, 중궁) 중 하나였습니다. 그러나 그는 당시에 치명적인 한센병을 얻었고, 결국 죽음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한센병이 세균에 의해 발생하고, 피부나 호흡기를 통해 전염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과거에는 이 병을 죄악이나 업보, 혹은 오염된 地氣에 대한 하늘의 형벌로 여겼습니다. 한센병에 걸린 환자들의 외형 변화가 뚜렷했기 때문이었죠.

 

공자의 두 번 반복되는 탄식은, 그가 얼마나 안타까워했는지를 보여줍니다. 염백우가 부도덕한 이유로 한센병에 걸린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도, 결국 하늘의 뜻이라 받아들여야 하는 공자의 안타까운 마음이 전해집니다. 데려가야 할 사람들은 데려가지 않고, 데려가야 하지 말아야 할 사람은 오히려 빨리 데려가는 공평하지 않은 하늘이 얼마나 원망스러웠을까요.

 

이 장면은 오래된 질문 하나를 우리 앞에 다시 놓습니다.

 

왜 착한 사람에게 나쁜 일이 일어나는가?”

 

이 질문은 오늘날에도 유효합니다. 미국의 저명한 랍비 해럴드 쿠슈너는 저서 When Bad Things Happen to Good People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세상은 완전하지 않습니다. 하나님은 선한 이들에게 고통을 덜 주지도 않고, 악한 이들에게 고통을 더 주지도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가 아니라, ‘이 고통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용서하고, 극복할 것인가.’입니다.

 

공자의 태도는 어쩌면 바로 그 답 중 하나였을지 모릅니다. 백우는 본인의 운명을 직감하며 절망적으로 죽음을 기다렸을 겁니다. 그런데 공자는 한센병의 위험을 무릅쓰고 창문을 통해 애제자의 손을 꼭 잡아주며 시한부인 그의 삶을 조용히 위로해줍니다.

 

죽음을 앞둔 제자에게 거창한 말 대신, 조용히 손을 잡고 함께 운명을 탄식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공자가 건넨 최고의 위로와 가르침이 아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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