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반한의원 대표원장 신윤종
임상에서 건강상태를 가늠하는 주요한 척도로 소화(消和), 수면(垂面), 대소변(利大小便)을 꼽을 수 있는데, 이 가운데 현대인들이 가장 자주 문제를 호소하는 영역은 단연 ‘수면’이다. 실제로 수면장애를 주증으로 내원하지 않은 환자라 하더라도, 문진 과정에서 수면 시간이나 질에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 흔하다. 직관적으로 수면이 건강과 직결된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최근 연구는 그 구체적 기전을 점점 더 선명하게 밝혀내고 있다.
잘 때 뇌는 노폐물을 청소한다. 2015년, 앙투안 루보와 알렉산테리 아스펠룬드는 독자적인 연구를 통해 뇌에 ‘글림프계(glymphatic system)’라 불리는 노폐물 제거 시스템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보고했다. 글림프계는 뇌척수액(CSF)과 간질액(ISF)이 혈관 주변공간(perivascular space)을 따라 섞이고 순환하면서, 아밀로이드 베타나 타우 단백질 같은 대사 노폐물을 씻어내는 청소 네트워크를 가리킨다. 이 물질들은 알츠하이머병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이 잘 알려져 있다.
특히 글림프계는 깨어 있을 때보다 잠든 동안 약 60% 이상 활발하게 작동한다.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을 전적으로 글림프계 이상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 기능이 신경퇴행성 질환과 깊은 연관을 갖는다는 점은 분명하다. 실제로 2013년 『미국신경의학회지』에 실린 연구에서는 수면 부족을 호소한 노인의 뇌에서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 축적이 유의하게 많았음이 보고되었다. 알츠하이머병뿐만 아니라 파킨슨병, 기억 기능 저하 등 다양한 신경질환과 수면의 상관성 또한 속속 밝혀지고 있다.
비만 역시 수면부족과 무관하지 않다. 위장에서 분비되는 그렐린은 허기를 유발하는 호르몬인데, 수면 시간이 줄면 그렐린 분비가 늘어나 과식을 부른다. 반대로 지방세포에서 분비되어 식욕을 억제하는 렙틴은 수면 부족 시 수치가 낮아져 포만감이 줄어든다. 더 나아가 수면 결핍은 전전두엽의 대사를 감소시켜 충동 억제력을 떨어뜨리는데, 이 역시 폭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수면의 질 저하는 심장과 혈관계에도 심각한 타격을 준다. 심근경색, 고혈압, 심부전, 뇌졸중의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는 이미 다수 축적되어 있다. 일부에서는 수면부족이 우울증과 부정적 정서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어떤 연구에서는 수면과 면역계 기능 저하, 심지어 암과의 연관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처럼 수면은 뇌와 내분비계, 심혈관계, 면역계를 아우르는 전신 건강의 핵심 축이다.
수면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몸과 뇌를 지탱하는 기본 조건이다. 부족한 잠은 피로를 넘어서 전신 질환의 위험으로 이어진다. 이제 수면은 생활습관의 문제가 아니라 치료와 관리의 대상이다. 숙면을 지켜내는 일이 곧 건강한 삶을 지켜내는 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참고 서적 : 『수면의 뇌과학』(크리스 윈터, 현대지성,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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