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학교 한의학과 김수민
9월의 달달한 책, 문학평론가 신형철의 저서 ‘정확한 사랑의 실험’입니다. 이 책은 작가가 영화 주간지 <씨네21>에 연재했던 글 위주로 영화에 대한 비평 총 27편의 글을 엮어낸 책입니다. 문학평론가의 영화 평론이라는 신선한 조합으로, 연출 등의 요소보다 서사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서문에 따르면 ‘정확한 사랑의 실험’은 비평에 대한 작가의 가치관이 고스란히 담긴 제목입니다. 작가는 장승리의 시 <말>의 한 구절인 “정확하게 사랑받고 싶었어”라는 표현을 보았을 때, 세상의 모든 작품이 세상의 모든 해석자에게 하는 말처럼 들렸다고 합니다. 그리고 해석자의 꿈이란 ‘정확한 사랑’에 도달하는 일일 것이라고 말합니다. 또한 비평이란 함부로 말하지 않는 연습이며, 인간이 과연 어디까지 섬세해질 수 있는지를 자기 자신을 대상으로 실험해보고 싶다고 덧붙입니다.
27편의 글은 ‘사랑의 논리’, ‘욕망의 병리’, ‘윤리와 사회’, ‘성장과 의미’의 네 개의 주제로 나뉘어 있습니다. 이 중에서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나의 없음을 당신에게 줄게요(사랑의 논리)’였습니다.
‘나의 없음을 당신에게 줄게요(사랑의 논리)’에서는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러스트 앤 본’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통해 사랑의 성립을 위한 조건을 탐구합니다. 이러한 탐구는 아래와 같은 결론을 도출합니다.
“이제 여기서는 욕망과 사랑의 구조적 차이를 이렇게 요약해보려고 한다. 우리가 무엇을 갖고 있는지가 중요한 것은 욕망의 세계다. 거기에서 우리는 너의 ‘있음’으로 나의 ‘없음’을 채울 수 있을 거라 믿고 격렬해지지만, 너의 ‘있음’이 마침내 없어지면 나는 이제 다른 곳을 향해 떠나야 한다고 느낄 것이다. 반면, 우리가 무엇을 갖고 있지 않은지가 중요한 것이 사랑의 세계다. 나의 ‘없음’과 너의 ‘없음’이 서로를 알아볼 때, 우리 사이에는 격렬하지 않지만 무언가 고요하고 단호한 일이 일어난다. 함께 있을 때만 견뎌지는 결여가 있는데, 없음은 더 이상 없어질 수 없으므로, 나는 너를 떠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정확한 사랑의 실험(신형철), 26p)
이처럼 이 책은 해당 영화를 본 적이 없어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내용과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다양한 매체를 습득하고 깊은 고민을 한 작가의 역량이 느껴지는 책입니다. 철학적인 통찰을 섬세하지만 난해하지 않은 표현으로 해낸 책이기 때문에 평소 평론에 관심이 없던 사람에게도 추천합니다.
함께 읽어볼 만한 책으로 같은 작가의 산문집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이 있습니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서 앞서 소개한 ‘정확한 사랑의 실험’과 나란히 21세기 최고의 책 중 한 권으로 꼽힌 책입니다. 작가가 겪었던 다양한 사회적, 개인적 슬픔을 통해 타인의 슬픔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을 담은 책으로, 문학과 영화, 노래, 사진 등 다양한 작품과 관련된 글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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