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생존이 아닌 자격의 3요소 - 의식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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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이 아닌 자격의 3요소 - 의식주

기사입력 2025.07.25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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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시 남부통합보건지소 공중보건의 김제관

 

 

2000년도만 해도 겨우 만 달러를 넘던 대한민국의 인당 GDP3만달러 중반에 육박하고, 선진국 그룹인 G7에 한국을 초청하니 마니 하는 얘기가 오가는 시대가 왔다. 물론 세계 최저 출산율이나 사회 갈등, 휴전이라는 상황과 포퓰리즘 정책, 성장 동력은 부족해지고 당장 배가 고프다며 나중에 심어 길러야 할 씨앗을 가져다 먹어버리는 데 동의하는 행태를 보면 지금이 대한민국 역사상 최고점이 아닌가 싶지만 어쨌든 지금의 한국이 어느정도 부를 이루었다는 것에는 이견의 여지가 별로 없다. 당장 근처의 노인분들만 해도 거의 돈을 내지 않고 의료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으며 굶어죽는 사람이 있다는 건 상상하기 힘들다. 그래서, 요새 나는 의식주의 의미를 조금 다르게 해석해보고 있다.

 

의식주는 각각 옷, 음식, 집을 뜻하며 사람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3요소이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아는 사실이나, 옷과 먹을것과 살 곳이 전부 없는 사람은 거의 없는 지금 크게 의미있는 내용은 아니다. 그렇다면 저것들을 갖추기만 했다면 된 것일까? 선진국에서 살아가는 성인으로서, 시민으로서, 의식주는 조금 더 넓은 의미를 가지는 게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유럽권 국가들에서 중산층이라고 하면 꼭 금전적 기준만 적용하는 게 아니라 즐겨 하는 스포츠와 악기가 있어야 하며 봉사활동과 독서를 해야 한다는데, 이러한 시각에서 한국 중산층을 의식주로서 정의해 보는 것이다.

 

첫 번째는 의()이다. 옷은 강렬한 추위와 따가운 햇살 등을 막아 주는 수단이지만 요새 패션사업 규모를 보면 이는 너무 편협한 시각이다. 개성 표현을 넘어 직업적으로 접근하면서 자아실현까지도 이루게 되며, 좋아하는 사람들은 투자도 많이 한다. 우리는 때와 장소에 맞는 착장을 해야 하며 장례식에 빨갛고 노란 옷을 입고 가지 않는 것은 아주 기본적 예의이다. 소개팅에 나갈 때는 최대한 자기 매력을 살릴 수 있게 입는 게 좋고, 출근할 때는 오래 입고 있어도 불편하지 않은 것을 고르면서도 어느정도 단정하여 내가 회사를 가벼이 여기지 않는다는 마음을 표현하는 게 좋다. 옷은 이렇게 나를 정의하는 도구가 되어 왔다.

 

패션 센스가 뛰어나서 누가 봐도 모델같다면 좋겠지만 당연하게도 모두가 그럴 수는 없다. 그렇게 될 수 없다고 해서 옷을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여길 수도 없다. 다른 사람들은 맨 처음 우리를 눈으로 보게 되고 가장 먼저 그 사람들의 뇌리에 남는 건 내 외모이다. 사회적 동물로 태어난 이상 사회와 인간을 떠나 살 수 없고, 사람은 반드시 외모에 휘둘린다. 어떻게 보면 투자 대비 효과가 가장 효과적으로 드러나는 부분이라고 볼 수도 있다. 소개팅 상대에게, 직장 동료와 상사에게, 거래처와 고객에게 한 눈에 나를 매력적인 사람으로, 괜찮은 사람으로, 믿을만한 사람으로 보이게 한다. 하물며 새들도 발정기가 되면 선택받기 위해 화려한 옷으로 갈아입는데 선진국 성인으로서 삶을 개척하기 위해 당연히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옷을 넘어 외모로서 나를 경쟁력있게 하는 것, 그것이 의()이다.

 

다음으로 식()이다. 물은 일주일 안 마시면 죽고, 밥은 한 달 안 먹으면 죽는단다. 생존의 필수요소이기도 하지만 요새는 삶의 즐거움으로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전 세계 음식을 집 근처에서 다 맛볼 수 있고, 저렴한 한 끼부터 호화로운 코스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나의 경우, 먹는 게 살아가는 재미의 상당히 큰 지분을 차지하며 사실 여행도 식도락의 의미가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먹는 게 즐겁다는 얘기를 좀 했지만, 하고 싶은 얘기는 사실 먹는 건 스스로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덮어놓고 이렇게 말하면 무슨 얘기인가 싶을 거다.

 

어릴 때야 부모님이 끼니를 해결해 준다. 하지만 직장을 가지고 독립해 나오면 매 끼니를 챙겨주는 사람이 없다. 회사 구내식당에서 매 끼니를 해결할 수 있다거나 배우자가 식사를 준비해 주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주말에 집에 있을 때는? 결혼을 안 했다면? 매번 외식을 하고 배달을 시켜 먹을 것인가? 물론 이러는 경우가 많다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선진국 성인이 갖춰야 할 소양으로서, 나는 요리를 꼽는다.

 

대단하고 휘황찬란할 필요는 없다. 적당한 영양 균형을 갖추고 도저히 먹을 수 없는 맛이 아니면 된다. 재료를 손질하고 불을 사용해서 나와 내 가족이 먹을 음식을 내가 준비할 수 있으면 된다. 바빠서 못 하고 재능이 없어 못 할 수 있지만 때와 장소에 맞는 옷을 입는 게 기본인 것처럼 요리도 기본만 갖추면 된다. 결국 남이 해 주는 밥을 사 먹지 못하는 때가 올 텐데, 그 때 굶지만 않으면 된다. 자기 몸 하나정도는 건사할 수 있어야 교양을 갖춘 성인이다.

마지막으로 주()이다. 소위 노숙자가 아니고서야 월셋방이라도 내 한몸 뉘일 집이 있을텐데, 비와 위험을 피할 집이 있다고 끝이 아니다. (), ()과 마찬가지로 최소한의 갖춰야 할 조건이 있다. 화려한 인테리어와 넓은 평수, 강남이나 서초 등 상급지의 대단지 아파트, 추후에 값이 오를 거라고 추정되는 투자대상으로서의 가치 따위가 아니다. 바로 정리와 청소이다.

 

한 외국인이 그런 말을 했다고 한다. “한국인들은 그렇게 비싼 돈을 주고 집을 사서 왜 꾸미지 않습니까?” 어느정도 공감하는 부분이 있다. 부동산시장이 미친듯이 과열되고 젊은 사람들은 모든 신용을 동원해 빚을 내 아파트를 구입하는데, 내가 봐온 다른 집들, 또 들은 사례들에 의하면 주거공간으로서의 애정을 갖는 사람은 사실 많지는 않은 것 같다. 머리카락과 먼지가 수북하거나 어지른 걸 정리하지 않아 발 디딜 틈 없으며 다 먹은 컵라면을 치우지 않아 집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고 햇빛도 신선한 공기도 들어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내가 사는 공간인데.

 

의식주 셋 다 마찬가지지만 사람과 상호작용한다. 내가 나를 보여주고 싶어서 멋진 옷을 입고, 멋진 옷이 나에게 자신감을 준다. 즐거움을 찾기 위해 맛있게 음식을 해 먹고, 부른 배는 일할 활력을 준다. 집도 마찬가지다. 깨끗하고 정리된 공간 자체가 주는 에너지가 있다. 집에 와서 쉬는 느낌이 들고, 다시 삶을 이어나갈 힘을 충전할 수 있다. 이와 반대의 사례로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 집을 보면 쓰레기장을 방불케 한다. 건강하고 성숙한 성인이라면 자기가 머무는 공간을 어느정도는 청결하고 정돈된 상태로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내 소중한 가족, 그리고 내가 쉬는 보금자리이기 때문에. 공중화장실이 아니지 않은가? 공중화장실은 더럽혀도 된다는 얘기는 아니다.

 

서글프기는 하지만 요즘들어 점점 사람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것들은 무시당하고 오로지 돈만 좇는 풍조가 내 주위에도, 사회적으로도 심하다. 우리를 정말 행복하게 하는 건 오히려 전통적 가치라고 생각하는데, 그렇다 보니 이런 결론까지 이르게 되었다. 결혼 적령기를 맞아 나는 어떤 사람인지, 배우자는 어떤 사람이면 좋을지 고민도 많이 하는데 이러한 내용들과 통하는 부분이 있다. 나도 배우자도 교양을 갖춘 선진국의 중산층이었으면 한다. 별 것 아닌 거 같지만 삶을 풍요롭게 하는 요소들이라고 생각한다. 아니,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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