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혈액순환과 유체역학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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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순환과 유체역학의 만남

기사입력 2025.07.24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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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반한의원 대표원장 신윤종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남다른 통찰을 기록한 코덱스 레스터(Codex Leicester)’라는 자필 노트를 남겼다. 72쪽에 달하는 이 노트에는 그가 인체에 대해 연구하며 남긴 해부학적 스케치들도 포함되어 있다. 다빈치는 금기시되던 시신 해부를 직접 시행하며 장기의 구조를 탐구했고, 이를 바탕으로 심장 구조에 대한 깊은 이해를 보여주었다.

 

그는 심장이 네 개의 방으로 나뉘며 수축과 이완을 통해 혈액 순환이 이루어진다는 점, 심방과 심실 사이에 위치한 이첨판과 삼첨판이 열리고 닫히며 혈액의 역류를 막는다는 원리까지 기록으로 남겼다. 이 기록은 500년이 지난 뒤, 미국 캘리포니아 공과대학 모테자 자립(Morteza Gharib) 교수 연구팀의 자기공명영상(MRI) 분석을 통해 과학적으로 입증되었다. 당시 기술적 한계로 시각화할 수는 없었지만, 다빈치가 인류 역사상 최초로 심장과 혈관에서의 혈액 흐름을 기술함으로써 현대 혈류역학(hemodynamics)의 기초를 세운 셈이다.

 

혈액순환은 마치 배관을 흐르는 물처럼, 일정한 압력과 저항 속에서 이루어진다. 심장이 펌프처럼 수축하며 만들어낸 압력이 혈액을 온몸으로 보내고, 다시 심장으로 돌아오게 한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혈액순환 연구에는 유체역학(fluid dynamics)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실제로 유체역학 이론을 바탕으로 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혈액의 흐름을 해석하는 연구가 오랫동안 이루어져 왔다. 이러한 혈액의 흐름을 정량적으로 분석하는 학문이 바로 혈류역학이다.

 

혈류역학을 체계적으로 연구한 초기 인물로는 프랑스의 물리학자이자 의사였던 장 푸아죄유(Jean Poiseuille)를 꼽을 수 있다. 그는 1840, 점성 유체가 관을 흐를 때 유량에 영향을 주는 변수들을 정리한 푸아죄유의 법칙을 발표했다. 이 법칙에 따르면 유량은 관의 반지름의 네제곱과 양 끝의 압력차에 비례하고, 관의 길이와 유체의 점성에는 반비례한다. 쉽게 말해, 관의 직경이 조금만 줄어도 유량은 급격히 감소한다. 예를 들어, 관 직경이 6분의 1만 줄어들어도 유량은 절반 가까이 줄어들 수 있다.

 

이 법칙은 혈관을 흐르는 혈액에도 거의 그대로 적용된다. 다만 심장 박동에 따라 혈류는 일정한 흐름이 아닌 맥동성 흐름을 보인다. 혈관의 직경이 작거나 혈액 점성이 클 경우 비교적 일정한 흐름이 유지되지만, 반대로 직경이 크고 점성이 낮을 경우 혈류는 더 출렁이며 맥동성을 띠게 된다.

 

혈액은 물보다 훨씬 점도가 높은 액체이다. 일반적으로 혈액의 점성은 약 10cP, 물보다 10배 이상 끈적한 특성을 갖는다. 비교를 위해 보면, 우유는 2cP, 올리브 오일은 50~80cP, 꿀은 2,000~3,000cP의 점도를 가진다. 혈액의 점도가 지나치게 낮아지면 응고장애로 출혈이 멈추지 않는 혈우병과 같은 문제가 생길 수 있고, 반대로 점도가 높아지면 혈관 내에서 혈전이 생기거나 혈류가 정체되어 심혈관계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 따라서 적절한 혈액 점도를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이를 위해 정기적인 건강검진이 권장된다.

 

2000년대 초반, 국내에서도 공학자와 의학자가 함께 힘을 모아 순환기의공학회를 창립하였다. 이 학회를 중심으로 혈류역학 및 혈유변학, 의료 영상 분석, 의료정보계측 및 의료기기 개발 등 다양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참고서적: 흐르는 것들의 역사(송현수, 엠아이디, 2022), 이렇게 흘러가는 세상(송현수, 엠아이디,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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