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소록도, 기억을 품은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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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록도, 기억을 품은 섬

기사입력 2025.06.16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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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문식 공중보건한의사 (국립소록도병원)

 

 

 소록도는 전라남도 고흥반도 끝자락, 바다 위에 조용히 떠 있는 작은 섬입니다. 작은 사슴을 닮았다고 해서 소록도(小鹿島)’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이 아름답고 작은 섬 안에는 백 년이 넘는 시간동안 수많은 한센인들이 남긴 삶의 흔적과, 말로 다 할 수 없는 기억들이 차곡히 쌓여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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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록도에서 바라본 소록대교과 소록도 병원>

 

 

1km 남짓한 소록대교를 건너며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다 보면, 여의도의 1.5배 정도 되는 섬 하나가 조용히 모습을 드러냅니다. 평온한 바다와 단정한 병원이 눈에 띄지만, 그 이면에는 오랜 세월 한센인들이 겪어야 했던 아픔이 조용히 숨어 있습니다.

 

섬의 한가운데에는 국립소록도병원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 병원은 1916, 일제에 의해 소록도자혜의원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초기에는 의료보다는 수용과 통제에 중점을 둔 기관이었습니다.

 

초대원장 아리카와 토루는 일본식 생활양식을 강요하며, 강제 입원과 강압적인 수용정책을 펼쳤습니다. 환자들에게는 낯설고 두려운 일이었습니다.

 

3.1 운동 이후 일제가 문화통치 기조로 전환하면서, 2대 원장이었던 하나이 젠키치는 비교적 자유롭고 인간적인 접근을 시도했습니다. 조선식 생활양식을 인정하고, 가족과의 연락을 허용했으며, 신앙의 자유도 보장했습니다. 학교와 오락시설을 마련하고, 독서, 영화, 연극관람 등 문화생활도 가능하게 했습니다. 환자들은 그의 노력을 기억하며 창덕비를 세웠고, 하나이 젠키치를 소록도의 슈바이처로 부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평온도 잠시, 1933년 부임한 제4대 원장 스오 마사스에는 소록도를 대규모로 확장시키기 위해 벽돌공장을 세우고, 한자들을 가혹한 노동에 동원했습니다. 세 차례의 확장공사에 이어 전쟁 군수물자 생산에도 환자들을 강제로 투입했습니다. 고된 노동과 억압 속에서 많은 환자들이 목숨을 잃거나 바다로 도주하다 죽음을 맞는 비극이 이어졌습니다. 지금까지도 아름다운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소록도 중앙공원 역시, 천황에게 충성을 보이기 위해 환자들을 동원해 만든 곳입니다.

 

1942620, 이춘상 열사는 이러한 현실에 분노하여 스오 원장 동상을 참배하는 정례 보은감사일에 스오 원장의 가슴을 칼로 찔러 그를 살해했습니다. 이춘상 열사는 결국 사형당했습니다.

 

1945년 해방 이후, 일본인들이 떠나면서 병원 운영권을 둘러싸고 의사와 행정직원들 간의 갈등이 발생했습니다. 의사들이 밀리자 환자들을 선동했고, 환자들은 직원지대에 몰려가 시위를 벌였습니다. 초반엔 공포탄이 발사되었지만, 사태가 악화되며 실탄이 쏘아졌고, 마을 대표로 나섰던 환자 90명 중 84명이 희생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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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救癩塔(구라탑)과 소록도 중앙공원>

 

 

소록도는 이제 지난 슬픔을 품은 채 조용히 시간을 건너고 있습니다. 섬 곳곳에는 여전히 그 시절의 그림자가 아련히 남아있지만, 우리는 한센인들의 이야기를 기억하고, 그 삶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바라보아야 합니다.

 

소록도는 단지 아픈 역사의 섬이 아닙니다. 이곳은 인간의 존엄과 사랑, 회복과 용서, 그리고 희망이 겹겹이 쌓인 기억을 품은 섬입니다. 그 기억을 오래도록 품고 이어가는 것이, 이 섬을 찾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따뜻한 응답이며 위로일지도 모릅니다.

 

문의: mskang0507@gmail.com

블로그: https://blog.naver.com/moon_d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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