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한의대 한의예과 문경록
교사인 주인공(이하 ‘남자’)은 한없이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고자 휴가를 쓰고 사막으로 향한다. 바람을 타고 모래가 계속 유동하는 모습에 남자는 아름다움을 느끼고 잠시 마음을 빼앗기지만, 인근 부락 주민의 교묘한 술책에 의해 모래구멍 속에 위치한 작은 부락에서 한 여자와 함께 평생을 지내야 할 위기에 놓인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탈출하기 위한 휴가 속에서, 되려 하루하루 집으로 쏟아져 오는 모래를 파낼 뿐인 영구적인 반복의 띠 속에 던져진 것이다.
이 작품의 큰 특징은 두 가지이다. 첫 번째는 몽환적 배경 설정과 유려한 묘사이다. 사막의 모래구덩이 속 부락이라는 특수한 공간은 작품의 분위기를 조성함과 동시에 마을의 환경, 주민들과 남자 사이의 갈등, 그리고 모래의 미적 가치라는 대상들에 자연스레 독자들의 시선을 모으고 그것들이 군더더기 없이 묘사될 수 있게 한다.
이런 요소들이 ‘녹아내린 유리 피막 같은 아지랑이’나 ‘끓어오르는 수은 같은 태양’처럼 인상적인 문장, 그리고 남자와 여자 사이의 미묘한 기류와 자신의 운명에 대해 비관하다가도 새로운 삶에 적응해 보려 하고, 또 그러다가도 주민들에 대한 증오에 차 탈출을 계획하는 등 복잡하게 변화하는 남자의 심리 묘사를 가능하게 했을 것이다.
두 번째는 ‘아이러니’이다. 이 작품에는 수많은 아이러니들이 제시된다. 반복되는 매일이 지겨워 현실을 떠나온 남자가 오히려 그곳에서 이전보다 더 공격적인 일상을 마주하게 된 것이나, 건조한 이미지인 줄로만 알았던 모래가 오히려 나무를 썩게 하고 피부를 짓무르게 하는 것, 그리고 결정적으로 남자는 이런 공격적인 일상에 거부감을 느끼면서도 그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아간다는 것이다. 남자는 두 차례나 탈출 시도를 했고, 탈출할 마음이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모래 구멍 속에서 나름의 의미를 찾아가고, 심지어 그저 주어진 일에만 충실하고 순종적으로 남자를 따르기만 했던 여자도 거울과 라디오를 가지고 싶어하는 모습을 보인다. 물론 부락이 이상적인 공간은 아니고, 누구의 삶의 방식이 진정으로 옳은지는 명확하게 정할 수 없는 문제이지만, 소설은 아이러니를 지속적으로 제시하면서 독자의 사고가 경직되거나 이분법적인 방향으로 흐르는 것을 막는다. 대신, 남자와 여자가 어떻게 살아가는지와 그 내면을 제시함으로서 독자가 자신의 삶을 인물에게 이입하게 하고, 나아가 스스로의 실존에 대해 고민해 보게 한다.
어쩌면 남자는 한 사람의 시지프스가 된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스 신들의 노여움을 사 영원히 굴러 떨어지는 바위를 다시 위로 옮기는 시시프스는 사실 형벌을 거부하고 바위를 옮기지 않을 수도 있었지만, 자신이 무기력한 자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 신들을 조롱하고자 스스로 바위를 옮기기를 택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반복적인 일상에 순응하며 그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는 시지프스가 되어야 할까, 혹은 굴레에 반기를 들고 새로움을 찾아 떠나야 할까? 정답도 오답도 없는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는 건
오직 자기 자신 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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