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학교 본과 1학년 김수민
매달 한 권의 책을 추천하는 달달 한 책, 6월의 책은 김금희 작가의 소설집 <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입니다. 이 책에는 초여름 밤의 공기와 어울리는 소설 19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는 마음산책 출판사의 짧은 소설 시리즈 중 하나로, 평소에 접하는 단편소설보다도 훨씬 짧은 소설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256쪽의 길지 않은 분량에 19편의 소설이 들어있으니 각 편의 앙증맞은 길이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짧은 소설이라 불리는 이러한 장르는 나뭇잎 소설(엽편, 葉篇), 손바닥 소설(장편, 掌篇), 초단편, 미니픽션으로도 불린다고 합니다. 이런 다양한 명칭 중에서도 ‘엽편’은 나뭇잎에 담아낼 수 있는 소설, ‘장편’은 손바닥에 적어낼 수 있는 소설이라는 귀여운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가장 긴 형식인 長篇과 가장 짧은 형식인 掌篇이 동음반의어라는 것이 재밌는 점입니다.
분량이 짧은 만큼 소설의 내용은 어떤 순간을 포착하는 것을 위주로 구성됩니다. 세 개의 장(‘우리가 헤이, 라고 부를 때’, ‘온난한 하루’, ‘춤을 추며 말없이’) 안에 담긴 19편의 소설은 출근길에 김밥을 사 먹는 아침, 오랜만에 만난 대학 선배가 내시경을 받는 날 보호자로 동행하게 된 일, 에어비앤비를 운영하다가 다소 별난 장기투숙객을 만난 경험 등 아주 일상적이면서도 “어라?”하며 고개를 돌려 바라보게 되는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그 중 기억에 남는 작품 <서로의 기도>는 무심한척하면서도 우애 깊은 남매가 퇴근 후 TV를 보며 라면을 끓여 먹는 장면에서 시작합니다. 동생 ‘주용’은 누나 ‘영란’의 뒷모습을 보며 영란의 어린 시절 모습과 자신이 재수 학원을 다니던 때 자신을 진심으로 걱정해주던 영란의 모습을 떠올립니다.
그 순간 주용은 어쩌면 아주 어려서부터 영란의 마음은 전혀 다른 멜로디로 울려 퍼지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문제는 오히려 듣는 이의 관성화된 마음이 아닐까. 어느 괴롭고 따분하기 이를 데 없는 수업 시간의 끝을 알리는 <소녀의 기도>처럼.
-<서로의 기도>에서
공부를 잘하던 영란에게 괜히 자격지심을 느껴왔던 주용이 누나의 진심을 알게 되는 순간 하는 생각입니다. 상대의 진심을 곡해한 것을, <소녀의 기도>의 멜로디가 아무리 아름다워도 그 멜로디가 수업을 마치는 종소리라는 인식에 갇혀 그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했던 것에 비유한 것입니다.
이처럼 일상의 순간을 그린 여러 편의 소설들을 읽어내려가면 익숙하고 다정한 주제들이 계속해서 등장합니다. 사소한 존재에 대한 애정, 하루를 살아내는 조용한 치열함, 작은 깨달음들과 추억에 관통당하는 순간들. 누구나 느껴봤을 감정들이 쉬운 단어들로 쓰여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한편, 저절로 여운이 남습니다.
<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는 오디오북으로도 나와 있어 이동 중에, 산책길에 편하게 들을 수도 있습니다. 보통의 일상에서 또 다른 멜로디를 찾아내는 김금희 작가의 시선과 함께 여름을 맞이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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