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의과학대학교 분당차병원 한방부인과 임상강사 박남경
한의원에 내원하는 많은 여성 환자들이 골반통이나 손목 통증과 같은 만성 통증, 혹은 비만의 시작점으로 출산을 꼽곤 한다. 때로는 노년의 환자들에게서도 ‘수십 년 전 첫째 출산하고 조리를 못한 것이 한이다’라는 말을 듣는다. 출산과 산후조리가 여성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 걸까?
임신과 출산은 여성의 일생 중 몸이 가장 변화무쌍한 시기이다. 아이가 커감에 따라 임신 후기가 되면 자궁의 내부 용적은 500배에서 1000배 정도 커지게 되고, 모체의 전신이 아이의 성장에 맞춰 이 변화에 대응하게 된다. 특히나 분만을 준비하면서 골반을 지지하는 인대와 관절은 여러 호르몬의 변화를 통해 느슨하게 늘어나게 되고, 이러한 변화는 골반뿐만 아니라 전신 관절에서도 발생하게 된다. 이때 산후에 늘어나고 약해진 인대 및 관절이 제대로 돌아오지 못하면 시리거나 뻐근한 양상의 통증의 원인이 되며, 수유 등의 문제로 산모가 무리한 자세를 취하거나 적절한 조리를 하지 못하고 무리할 경우 통증은 악화되게 된다.
주변에서 흔히 출산 이후 온 몸의 관절이 쑤시고 아픈 경우 ‘산후풍이 왔다’고 표현한다. 이러한 산후풍은 본래 출산이나 유산 후 조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발생하는 증상을 일컫는 민간 속어였지만, 오늘날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표(Korean standard classification diseases, KCD)에 정식 질병코드로 올라갈 만큼 한의학에서는 주요한 질병으로 인식하고 있다. 산후풍은 느슨해진 인대나 관절에 발생하는 다양한 양상의 통증뿐만 아니라 자율신경실조증과 유사한 체온 조절 이상, 땀 증상, 그 외에도 대소변이상, 부종 등 여러 증상들을 포괄하는 증후군의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처럼 산후풍은 한 가지 원인으로 규정하기도 어렵고, 증상의 스펙트럼이 너무 다양하기 때문에 적절한 조리나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오랜 기간 산모의 몸과 마음의 고통으로 남기도 한다.
한의학에서는 산후풍을 기혈의 문제로 바라본다. 결국 핵심은 기운을 회복시켜 전신 관절의 근육과 인대가 제대로 힘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출산으로 인해 부족해진 혈을 잘 생성되게 보충해주면서 나쁜 혈액(어혈)이 잘 빠져나가도록 돕는 것이다. 이러한 한의학의 산후풍 치료는 출산 이후 산모의 몸 상태에 맞춰 단계별 한약을 통해 이루어지게 된다.
그렇다면, 이러한 한약은 모유수유에 안전할까? 한약재와 관련된 다양한 오해 때문에 일부 산모들은 모유 수유 중 한약 복용을 꺼려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의약품용 한약재’는 유효성분과 중금속, 농약 등의 검사를 거쳐 의약품용으로 허가받은 원료이기 때문에 안전하다. 또한 한의약 서적을 근거로 처방하는 한약은 수세기 동안 한국에서 축적된 임상경험에 의해 안전성이 확보되었다. 산후풍은 위에서 설명했듯이 출산 후 시기에 맞춰 단계별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불안감 때문에 적절한 한약 복용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한편, 산후풍과 관련된 한약은 임산부에게 발급되는 국민행복카드를 통해 바우처 사용이 가능하며, 지정 한의원 혹은 병원에서 진료비 지원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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