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동네 한의사 조범연의 한약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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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한의사 조범연의 한약재 이야기

[포천 왕방산] 2년을 기다려 마주한 봄의 왈츠, '처녀치마'를 만나다
기사입력 2026.04.09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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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농씨 한의원 원장 조범연

 

3월과 4월은 렌즈에 식물의 생생한 모습을 담아내고, 유튜브를 통해 다채로운 약초 이야기를 전하는 이들에게 그야말로 숨 가쁜 계절입니다. 집 주변에서 매일 마주하는 익숙한 풀꽃들도 반갑지만, 오직 이 짧은 봄날 특정한 곳에서 특정한 환경에서만 조용히 얼굴을 내미는 식물들을 만나려면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야 하니까요. 꽃이 피어나는 찰나의 시기를 정확히 맞추는 것은 매년 봄마다 치르는 즐거운 눈치싸움이기도 합니다.

사실 경기도 포천의 왕방산은 제게 약간의 아쉬움이 묻어있는 곳입니다. 2년 전, '처녀치마'의 우아한 자태를 만나보겠다고 나섰다가 개화 시기를 짐작하지 못해 제대로 된 꽃구경을 놓쳤던 적이 있거든요. 마음이 너무 앞섰던 탓입니다. 산세가 아주 험한 편은 아니었지만, 하필이면 날씨마저 심술을 부려 눈발이 날리고, 꽁꽁 언 손을 호호 불어가며 산을 내려와야 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래서 올해는 그때의 실패를 거울삼아 일정을 딱 1주일 늦춰 잡았습니다. 지난 기나긴 겨울을 보내고 오랜만에 나서는 본격적인 산행길, 과연 봄꽃들이 얼마나 제 모습을 갖추고 기다리고 있을지 잔뜩 부푼 기대를 안고 왕방산에 올랐습니다.

산야초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이름과 생김새가 기가 막히게 맞아떨어져 무릎을 탁 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 이야기할 '처녀치마'가 바로 그런 식물입니다.


처녀치마.jpg


 

꽃을 피워낸 전체적인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정말이지 수줍은 처녀가 보랏빛 치마를 넓게 펼쳐 입고 다소곳이 앉아 있는 듯한 단아한 자태를 뽐냅니다. 처음 이 꽃을 발견하고 이런 어여쁜 이름을 붙여준 옛사람의 상상력과 관찰력은 과연 천재적이지 않은가, 산속에서 홀로 감탄하게 됩니다.

처녀치마의 우아함 곁으로는 왕방산에서 제법 흔하게 만날 수 있는 반가운 봄꽃들이 앞다투어 인사를 건네고 있었습니다. 노란빛이 앙증맞은 흰괭이눈, 알싸한 생명력을 품은 달래, 독특한 자태를 자랑하는 개감수, 그리고 보송보송한 털제비꽃까지 다들 저마다의 자태를 뽐냅니다.

흰괭이눈 달래 개감수 털제비꽃.jpg



 

바스락거리는 메마른 낙엽 사이를 뚫고 피어나는 이 이른 봄의 꽃들은 유독 그 색감이 화려하고 아름답습니다. 식물을 관찰하며 느끼는 재미있는 사실 중 하나는, 해가 길어지고 날이 점차 더워질수록 숲에는 점차 흰색 꽃들이 많아지기 시작한다는 점입니다. 짙고 푸른 녹음으로 덮여가는 주변 환경 속에서, 벌과 나비의 눈에 가장 도드라져 보일 수 있는 색이 바로 '흰색'이기 때문이겠죠. 자연이 스스로 터득한 경이로운 생존의 지혜입니다.

이번 왕방산 봄나들이는 자연의 시계에 제 발걸음을 정확히 맞춰낸 덕분에 아주 만족스러운 여정이 되었습니다. 자연이 내어주는 맑은 기운을 듬뿍 받았으니, 이제 다음 산행에서는 또 어떤 경이로운 식물들이 저를 기다리고 있을지 기분 좋은 설렘을 안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산을 내려옵니다.

 

 

관련영상 : https://youtu.be/Yodnfd9mVKQ?si=g2OuA0yXiFmaVIv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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