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임상실습, 양보다 질: 3학기 시대를 맞이하는 우리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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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실습, 양보다 질: 3학기 시대를 맞이하는 우리의 자세

기사입력 2026.03.16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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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학교 한의과대학 본과4학년 김미주

 

최근 우리 동국대학교 한의과대학은 한평원 인증 평가에서 우수한 성과를 거두며 교육의 질을 대외적으로 인정받았다. 이러한 성과와 더불어 23학번 후배들부터는 임상 실습이 3개 학기로 확대되는 큰 변화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실습의 절대적인 시간이 늘어난다고 해서 그것이 곧 역량 있는 의료인 배출로 직결될 수 있을까? 본과 4학년으로서 아직 얼마 경험해보진 못했지만 짧게나마 병원 현장을 누비며 느낀 점은, 실습의 (시간)’보다 중요한 것은 그 시간을 채우는 밀도라는 점이다.

 

필자는 교수님과 11로 밀착 참관하며 환자를 대면했던 경험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교수님께서 환자와 라포(Rapport)를 형성하는 과정, 진료 직후 설명해 주시는 처치의 근거, 그리고 질문에 대한 즉각적인 피드백은 임상 실습의 진정한 가치를 깨닫게 해주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다가올 실습 3학기 시대가 내실 있게 운영되기 위해 고민해야 할 방향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수동적인 병풍실습을 넘어선 참여형(Hands-on)’ 시스템의 구축이다. 단순히 뒤에서 지켜보기만 하는 실습은 학생들을 금방 지치게 하고 수동적으로 만든다. 현실적인 제약으로 학생이 직접 진료하기는 어렵더라도, CPX(진료수행평가) 활동 시 실제 환자 케이스를 정교하게 반영한 시나리오를 도입해야 한다. 표준화 환자를 활용한 현장 시뮬레이션을 강화하고, 이에 대해 레지던트나 교수님이 실시간으로 대처법을 조언해 준다면 학생들의 임상 추론 능력은 비약적으로 성장할 것이다. 물론 표준화 환자 배우를 고용하고 그 체제를 확장함에 있어서 비용과 운영의 난이도라는 과제가 남아 있지만, 이러한 훈련은 학생들이 방학 중 의료 봉사 등 외부 현장에 나갔을 때 훨씬 체계적이고 자신감 있게 환자를 대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둘째, 대학병원의 전문성과 로컬 현장의 실용성을 잇는 실습 현장의 다변화다. 대학병원은 중증도 높은 질환을 깊이 있게 공부하기에 최적의 장소지만, 졸업 후 마주할 1차 의료 기관과는 환자군에서 차이가 있다. 따라서 지역 내 우수 로컬 한의원과 연계를 늘려서 외부 특성화 실습을 통해 다양한 임상 스펙트럼을 경험해야 한다. 또한 의과-한의과 협진 시스템 속에서 한의약의 역할을 확인하며 통합적 시야를 갖추는 과정도 필수적이다. 특히 로컬 진료 현장에서의 수행해야 하는 정립화된 차팅(Charting) 연습, 더하여 최신 임상진료지침(CPG), 논문을 기반으로 한 EBM(근거중심의학) 실습은 한의학의 객관성을 높이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다.

 

셋째, 전인적 치료의 핵심인 소프트 스킬(Soft Skill)’ 교육의 정규화다. 술기는 반복을 통해 익힐 수 있지만, 환자의 마음을 얻는 법은 단순 강의만으로는 체득하기 어렵다. 교수님이 환자와 눈을 맞추고 공감하는 방식 자체가 훌륭한 교과서다. 의료 윤리와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단순 이론이 아닌 정식 실습 모듈로 편성해야 한다. 불만 환자 응대나 정서적 지지가 필요한 환자와의 대화법 등, 한의학의 강점인 심신(心身)치료를 실질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소통의 미학을 배워야 한다.

 

한평원의 인증은 우리 교육의 하한선을 보장해주었지만, 그 상한선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교육 과정의 내실이다. 질문에 정성껏 답해주시는 교수님 곁에서 느꼈던 배움의 희열을 후배들도 온전히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 늘어난 3개 학기의 실습이 단순히 버티고 견뎌야 하는 지루한 시간이 아니라, 예비 한의사들이 임상의 바다로 나아가기 전 가장 튼튼한 배를 만드는 시간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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