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로세토 마을’과 ‘소록도 마을’ 사례로 제안하는 공동체 기반 돌봄에서의 한의과 공중보건의사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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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세토 마을’과 ‘소록도 마을’ 사례로 제안하는 공동체 기반 돌봄에서의 한의과 공중보건의사의 역할

기사입력 2026.02.19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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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문식 공중보건한의사 (국립소록도병원)

 

1. ‘로세토 마을의 사례로 본 공동체와 건강

지난 25일부터 6일까지 대전대학교 한의과대학에서 ‘2026 의서습독살롱이 열렸다. 평소에 존경하던 한의과대학의 교수님들과 여러 학생들 간의 자유롭고 적극적인 대화와 교류의 장이 열렸고, 지방·공공의료에서 한의계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다.

 

필자가 로세토 마을을 처음 접한 건 윤은경 교수님의 병 주고 약 주기: 의료와 사회강의에서였다. 평소에도 작년까지 이어진 의·정갈등으로 인한 의료공백 위기에 대해 걱정과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지방·공공의료의 한 축을 담당하는 한의과 공중보건의사로서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 추상적인 고민을 해왔다. 지극히 개인적이라 할 수 있는 사람의 건강에, 공동체가 유의미할 정도로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로세토 마을의 사례는 큰 충격이었다.

 

로세토 마을을 간략하게 소개하면, 해당 마을은 1880년대 이탈리아 남동부의 ‘Roseto Valfortore’에서 미국 펜실베이니아로 이민 온 이탈리아계 이주민으로 이루어진 마을이다. 그런데 1950~60년대에 사회학자와 의학자들이 로세토 마을주민들의 심장병·돌연사 발병률을 살펴보니 미국 전체 평균의 절반 이하로 보고된 것이었다. 더욱 놀라운 점은 주민들의 나쁜 식습관이나 음주습관이었는데, 심혈관질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음식(소세지나 미트볼 등)을 먹고 주민 상당수가 음주를 즐긴다는 점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놀란 학자들은 이웃 마을과 로세토 마을을 비교하였는데, 소득·주거환경·의료시설·음식 등의 요인은 차이가 나지 않았고 유일한 차이는 로세토 마을주민 간의 높은 유대감과 응집력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1960년대 이후 로세토 마을역시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지면서 주민 간에 물질적인 차이가 커지며 상대적으로 공동체가 해체되었다. 그러고선 현재는 기존의 현상이 로세토 마을에서 관찰되지 않는다고 한다. 과거보다 생활 수준이 향상되었음에도 이러한 현상이 사라졌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윤은경 교수님은 강의에서 원형 도표 하나를 보여주셨는데, “determinants of health”, 즉 개인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을 분석한 도표였다. (표 참고: https://www.goinvo.com/vision/determinants-of-health/) 표를 살펴보면 놀라운 사실을 관찰할 수 있는데, 우선 ‘Medical care’가 차지하는 비중은 4위로 겨우 11%에 불과하였다. 이에 반해 1위인 ‘Individual Behavior’의 비중은 36%, 2위인 ‘Social circumstances’의 비중은 24%, 3위인 ‘Genetics and Biology’22%였다. 마지막 5위는 ‘Physical Environment’7%였다. 이는 건강이 의료만으로 결정되지 않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분석이다. ‘로세토 마을사례 역시 ‘Social circumstances’의 상당한 영향력에 의한 현상으로 분석할 수 있다.

 

2. ‘소록도 마을의 경험으로 본 공동체와 건강

필자가 2년간 근무 중인 국립소록도병원에는 현재 총 320명의 환자분들이 계신다. 20261월 기준 평균연령이 80대에 접어들었고, 90세 이상의 비율은 약 8%, 80세 이상의 비율은 약 51%이다. (참고: 국립소록도병원 202512월 현황 및 통계) 하루는 환자분들께 장수의 비법을 여쭤보았는데, 그들은 입을 모아 한센병 치료에 쓰이는 답손-리팜피신-클로파지민을 꼽았다. 약이 독해 몸에 있는 수많은 나쁜 것을 없애 주는 것 같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건강보험에 따르면, 다제약물 복용은 보통 약의 부작용 확률을 훨씬 높여 건강을 저해한다고 하였다.

 

국립소록도병원은 크게 병원 건물 내부에 있는 병동과 소록도박물관 옆으로 이어지는 마을로 구분이 된다. 비교적 건강을 유지하시는 환자분들은 마을에서 생활하시고, 혼자 건강을 유지하기 어려운 분들은 병동으로 옮겨와 더욱 밀착된 진료를 받으시는 구조이다. 이러한 소록도 마을의 모습을 떠올리면 로세토 마을이 겹쳐보였다. 마을 환자분들은 서로를 돕고 챙기는 경우가 많았는데, 꼭두새벽부터 함께 손을 잡고 성당이나 교회에 가시기도 하고, 비교적 건강한 분들은 다른 집에 식사를 배달하기도 하고 마을청소를 도맡아 하기도 한다. 또한 세부마을 별로 주민자치회가 발달하여 주민분들이 각자 하나씩 역할을 맡기도 하고, 가끔씩은 관광버스를 대여해 단체관광을 떠나기도 하며, 매년 5월마다 체육대회도 열려 다같이 마을잔치를 열고 어울리기도 한다. 전해 듣기로 이러한 공동체적 유대감과 응집력은 소록도 이주 전에도 이미 형성되어 있었는데, 이전부터 전국 방방곡곡에 한센병 환자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 존재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소록도 생활 이전부터 서로 알고 계시는 환자분들도 많았다고 들었다. 어쩌면 인체에 치명적일 수 있는 한센병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건강한 100세 인생을 실천하는데 공동체적 유대감과 응집력이 중요한 역할을 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3. 의료공백의 현실화와 공동체 기반 돌봄의 필요성

2026년 신규 의과 공중보건의사 인력 감소와 3년 차 의과 공중보건의사의 소집해제가 맞물려, 지역·공공의료의 진료 공백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한의과 공중보건의사의 역할 확대에 관해 대한공중보건한의사협회와 대한한의사협회를 중심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 한의과의 역할 확대라 하면 주로 한의사의 진료영역 확대에 대한 논의가 중심이 되어왔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로세토 마을소록도 마을의 사례는 개인의 건강이 단순히 의료기술이나 병원 접근성만으로 유지되지 않음을 보여준다. 사람은 공동체 속에서 살아가며, 서로의 일상과 삶을 지지하는 관계망 속에서 건강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의료공백의 현실화 속에서, 의료는 병원 중심의 치료를 넘어 공동체와 일상 속으로 확장될 필요가 있다.

 

4. 공동체 기반 돌봄에서의 한의과 공중보건의사의 역할 제안

이러한 관점에서 한의과 공중보건의사는 단순히 외래 진료를 담당하는 인력을 넘어, 지역 공동체 사회 속에서 건강과 돌봄을 연결하는 존재로 기능할 수 있다. 특히 고령화가 진행된 지역에서는 질병의 완치보다 일상을 유지하는 힘’,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힘이 더욱 중요해지며, 공동체 기반 돌봄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필자는 다음의 세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 한의과 공중보건의사는 지역사회 내 노인과 만성질환자의 일상을 돕는 돌봄 의료에 참여해야 한다. 통증, 기력 저하, 보행 불안정, 수면 장애 등처럼 당장 생명을 위협하지는 않으나 일상을 무너뜨리는 문제들이 있다. 이러한 영역에 한의과 공중보건의사는 지속적인 관리와 관심으로 노인이 공동체에서 일상을 유지할 수 있도록 기여할 수 있다.

 

둘째, 한의과 공중보건의사는 지역 주민과의 밀접한 관계 속에서 공동체 기반 건강 형성에 기여할 수 있다. 마을별 건강교육, 생활습관지도, 건강관리프로그램으로 단순한 예방을 넘어, 주민들이 서로의 건강을 돌보는 문화를 형성할 수 있다. 건강을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공동체의 성격과 구조 속에서 챙길 수 있도록 한의과 공중보건의사가 기여할 수 있다.

 

셋째, 한의과 공중보건의사는 지역사회 속에서 돌봄을 실현할 수 있다. 의료기관 중심의 치료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일상생활 속 건강 문제(. 취약계층·만성질환자의 건강 문제나 생활 관리 등)는 공동체 기반의 지속적인 관심과 관계 속에서 관리될 수 있다. 지역사회와 지역공동체를 이해하는 한의과 공중보건의사는 돌봄과 의료를 연결하여 공동체 기반 돌봄을 구현할 수 있다.

 

물론 의료공백 문제는 한의과 공중보건의사와 같은 특정 직역의 노력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단순하고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그리고 응급의료나 필수의료에서 한의과는 현 제도상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없도록 막혀있는 현실적 한계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로세토 마을소록도 마을이 보여주듯, 공동체는 건강을 지탱하는 중요한 기반이며, 의료 역시 공동체 속에서 작동할 때 더 큰 의미를 가진다. 앞으로 지역·공공의료를 논의함에 있어서 한의과 공중보건의사를 단순한 진료 인력이 아니라, 지역공동체 사회의 건강과 돌봄을 지탱하고 형성하는 인력으로 바라보고 활용하는 방향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정책적 논의와 제도적 활용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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