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대학교 한의학과 김단아
지난해 말 국내에 상륙한 비만 치료제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가 품귀 현상을 빚을 정도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비만 치료의 게임 체인저”라는 찬사가 쏟아지는 가운데, 오늘은 오랜 기간 한국인의 비만 관리를 담당해 온 ‘다이어트 한약’과 위고비를 비교해보고자 한다.
[위고비: 뇌를 속이고 위장을 잠재우는 GLP-1의 마법]
위고비의 핵심 전략은 우리 몸의 호르몬 시스템을 정교하게 모방하는 것이다. 주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는 소장에서 분비되는 식욕 억제 호르몬인 ‘GLP-1’과 유사하게 작용한다. 이 약물은 단순히 배고픔을 참게 하는 수준을 넘어, 뇌와 위장, 췌장을 동시에 조절한다.
가장 강력한 효과는 뇌에서 나타난다. 위고비는 시상하부의 식욕 중추를 타격해 포만감을 높이는 한편, 뇌의 보상 회로에도 관여한다. 최근 네덜란드 연구팀의 생쥐 실험 결과에 따르면, 세마글루타이드는 음식에 대한 갈망(craving)을 줄이면서도 음식 섭취 시의 도파민 신호 체계를 재조정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즉, 맛있는 음식을 볼 때 느끼는 ‘참을 수 없는 유혹’ 자체를 원천 차단하는 셈이다.
신체적인 변화도 동반된다. 위고비는 위장의 배출 속도를 늦춰 음식이 뱃속에 오래 머물게 한다. 이는 포만감을 길게 유지해주고 식후 혈당이 급격히 오르는 것을 막아준다. 췌장에서는 인슐린 분비를 돕고 글루카곤을 억제해 혈당 조절을 돕기 때문에, 비만과 동반된 제2형 당뇨병이나 심혈관 질환 위험을 낮추는 부수적인 이득도 크다. 다만, 위장 운동이 인위적으로 느려지면서 발생하는 메스꺼움이나 구토는 환자들이 가장 흔하게 호소하는 부작용이다.
[다이어트 한약: 대사·염증·체질을 아우르는 다표적 전략]
반면, 한의학적 비만 치료는 특정 수용체 하나를 겨냥하기보다 몸의 전반적인 환경을 개선하는 전방위적 접근을 취한다. 임상 현장에서 널리 쓰이는 마황(Ephedrae Herba) 등의 약재는 주성분인 에페드린을 통해 교감신경을 활성화한다. 마치 운동을 한 것처럼 심박수를 높이고 대사를 촉진해, 가만히 있어도 에너지를 태우는 몸 상태를 만드는 원리다.
흥미로운 점은 한약이 단순히 칼로리 소모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근 연구들은 한약재가 장내 미생물 생태계를 변화시켜 살이 덜 찌는 체질로의 변화를 유도할 가능성을 제시한다. 실제로 마황 추출물이 비만과 관련된 장내 세균 비율(Firmicutes/Bacteroidetes)을 조절한다는 전임상 결과도 보고된 바 있다.
여기에 더해 최신 한의학계에서는 황련, 황금 같은 쓴맛을 내는(고미) 약재들이 장내 수용체를 자극해, 우리 몸 스스로 GLP-1을 분비하도록 유도한다는 ‘내인성 호르몬 자극설’에도 주목하고 있다. 위고비가 외부에서 호르몬 유사체를 주입하는 방식이라면, 한약은 내 몸이 호르몬을 잘 만들어내도록 돕는 간접적인 지원군 역할을 하는 셈이다.
[‘속도전’ 위고비 vs ‘지구전’ 한약… 승자는?]
결국 환자들의 고민은 “나에게 무엇이 맞는가”로 귀결된다. 위고비는 임상시험에서 평균 10% 내외의 체중 감량을 입증하며 확실한 ‘속도전’의 강자로 자리 잡았다. 단기간에 고도비만을 해결해야 하거나 혈당 관리가 시급한 환자에게는 매력적인 선택지다. 그러나 약을 끊을 경우 체중이 다시 증가할 우려가 크고, 췌장염 등 장기 안전성 이슈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다이어트 한약은 상대적으로 감량 속도는 완만할 수 있으나, 몸의 자생력을 키우는 ‘지구전’에 능하다. 식욕뿐 아니라 소화 기능, 수면, 스트레스 등 비만을 유발하는 생활 습관 전반을 교정하고 싶다면 한약이 적합할 수 있다. 다만 마황 등 교감신경 자극 약재는 개인에 따라 불면이나 가슴 두근거림을 유발할 수 있어 전문가의 세밀한 용량 조절이 필수적이다.
전문가들은 “어떤 약이 더 강력한가를 따지기보다, 자신의 비만 유형과 라이프스타일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유행을 쫓기보다 의료진과의 상담을 통해 부작용 위험을 최소화하고, 지속 가능한 다이어트 방법을 찾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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