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경도할 사람?’ 2030 당근모임 열풍: 우리는 왜 다시 놀이터를 찾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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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도할 사람?’ 2030 당근모임 열풍: 우리는 왜 다시 놀이터를 찾는가

기사입력 2026.02.05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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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학교 한의과대학 정재욱

 

최근 2030 사이에서 흥미로운 모임들이 눈에 띈다. 맥도날드에서 감자튀김을 한가득 쏟아놓고 함께 그것만 먹고 돌아오는 감자튀김 모임’, 어린 시절 놀이터에서 하던 놀이를 그대로 재현하는 경찰과 도둑 모임’.

거창한 목적은 없다. 성과도, 네트워킹도, 자기계발도 아니다. 그저 잠시 웃고, 뛰고, 감자튀김을 먹고 헤어진다. 이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놀이의 복귀라는 관점

문화사학자 요한 하위징아는 인간을 놀이하는 존재(Homo Ludens)”라고 설명했다. 놀이는 단순한 유희가 아니라, 인간 문화의 기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최근의 모임 문화는, 잊고 있던 놀이 본능이 다시 드러나는 현상으로 볼 수도 있지 않을까.

특히 흥미로운 점은 어린 시절의 놀이가 다시 선택되고 있다는 점이다. ‘경찰과 도둑놀이는 규칙이 단순하다. 감자튀김 모임은 목적이 없다. 이런 단순성은 오히려 지금의 삶과 대비된다.

 

긴장 사회와 단순 행위

통계는 청년층이 비교적 높은 정서적 긴장을 경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보건복지부 정신건강 실태조사에서는 20대가 우울 위험군 비율이 높은 집단으로 보고된 바 있다. 통계청 사회조사에서도 청년층의 삶의 만족도는 다른 연령대에 비해 낮은 편에 속한다. OECD 주관적 행복도 지표에서도 한국 청년층은 낮은 순위에 머무르는 경향이 있다.

물론 놀이 모임이 곧바로 이러한 지표와 연결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높은 경쟁과 성과 압박 속에서, ‘목적 없는 시간이 새롭게 매력적으로 보일 가능성은 생각해볼 수 있다.

단순한 놀이, 의미 없는 행위의 공유는, 성과 중심의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는 장치처럼 기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퇴행인가, 실험인가

발달심리학에서는 스트레스 환경에서 과거의 안전한 경험으로 되돌아가려는 경향을 퇴행(regression)’이라 설명하기도 한다. 이 틀로 보면, 어린 시절 놀이의 재현은 안정 추구의 표현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

그러나 또 다른 가능성도 있다.

어릴 때 하던 놀이를 다 커서 하면 어떤 느낌일까?”

그 공간에서 새로운 인연이 생길 수도 있지 않을까?”

이는 단순한 회귀라기보다, 과거의 기억을 현재의 관계 실험에 활용하는 시도로도 읽힐 수 있다. 경찰과 도둑 놀이는 역할을 부여하고, 감자튀김 모임은 어색함을 줄이는 공통 행동을 제공한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도 부담 없이 웃을 수 있는 장치가 되는 셈이다.

 

그냥 재미로 가는 건데요?”라는 말에 대하여

실제로 많은 참여자들은 복잡한 사회적 의미를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그저 재미있고, 색다르고, 약간 유치해서 가는 것일 수 있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타당하다.

다만 사회적 현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날 때, 그 배경을 묻는 시도 역시 가능하다. 왜 지금, 2030 사이에서, 성과 없는 놀이인가.

이 질문은 놀이를 문제 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시대의 정서를 이해하기 위한 것이다.

 

한의학적 관점에서 본 놀이의 필요

한의학에서는 정서의 과도하고 지속적인 자극이 장부 기능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한다. 지속적인 긴장 상태는 간의 소설 기능을 방해해 ()’의 형태로 나타날 수 있고, 이러한 상태가 오래 이어질 경우 기혈의 소모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관점에서 보면 단순한 놀이와 웃음, 신체 활동은 울체된 기의 흐름을 일시적으로 풀어주는 완충 장치처럼 작용할 여지도 있다.

현대적으로 해석하면, 만성 스트레스 상황에서 자율신경계가 긴장 상태를 유지하는 현상과 연결지어 볼 수 있다. 잠이 얕아지고, 소화가 더디고, 쉽게 피로해지며, 가슴이 답답한 느낌이 드는 상태. 이러한 반응은 심리적 압박이 신체로 이어지는 과정으로 이해된다.

놀이가 주는 웃음과 움직임은, 이 긴장을 일시적으로 완화하는 기능을 할 수 있다. 단순한 활동과 반복적 행위는 사고를 잠시 멈추게 하고, 신체적 움직임은 교감신경의 과도한 긴장을 낮추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따라서 이런 모임은 단순한 유행이라기보다, 높은 긴장 환경 속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완충 장치로 볼 여지도 있다.

 

다시 놀이터로 돌아가는 이유

2030이 다시 놀이터의 언어를 꺼내 드는 이유는 하나로 단정하기 어렵다. 어쩌면 안전했던 시절을 잠시 복원하려는 마음일 수도 있고, 성과 중심 사회에서 벗어난 시간을 찾는 움직임일 수도 있으며, 색다른 방식으로 관계를 실험해보려는 시도일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놀이가 다시 필요해졌다는 것이다. 감자튀김을 쏟아놓고 웃는 시간, 경찰과 도둑으로 뛰어다니는 순간은 어쩌면 지금 세대가 스스로 만들어낸 작은 숨구멍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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