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국·공립병원을 중심으로 한의과 설치 확대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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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공립병원을 중심으로 한의과 설치 확대를 바라며

기사입력 2025.12.19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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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문식 공중보건한의사 (국립소록도병원)

 

최근 의정 갈등의 여파로 의과 공중보건의사 수가 급감할 것이라는 전망이 현실화 되고 있다. 실제로 많은 남자 의대생과 갓 졸업한 의사 선생님들이 연이어 현역 군복무를 선택하면서, 2026년부터는 보건소와 보건지소를 중심으로 상당한 규모의 의사 공백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정부가 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한 방안으로 한의사의 공공의료 참여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경제, MBC 등 주요 언론은 보건복지부가 지방 의료 공백 문제와 관련해 한의계의 역할 확대에 공감하고 있으며, 특히 농어촌 지역에서의 통증 관리나 만성질환 관리 측면에서 한의사의 활용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의료계 일각에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지만, 적어도 공공의료 현장에서 한의과의 역할이 다시 논의의 장으로 올라왔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전남 고흥에 위치한 국립소록도병원은 국내 유일의 한센병 전문 국립병원으로, 충남 공주의 국립법무병원과 더불어 한의과 공중보건의사가 근무하는 두 곳의 국립병원 중 하나이다. 필자는 국립소록도병원에서 한의과 공중보건의사로 근무하며, ·공립병원이라는 특수한 환경 속에서 한의과 진료가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를 현장에서 경험해 왔다. 이 글에서는 국립소록도병원과 국립법무병원을 제외하고, 현재 한의과가 설치된 국·공립병원이 얼마나 되는지 살펴보고, 그 과정에서 지난 18개월간 공공의료 현장에서 고민해온 생각을 비교적 솔직하게 나누고자 한다.

 

국립중앙의료원 정책통계지원센터는 매년 보건복지부 홈페이지를 통해 국가승인통계 공공의료기관 현황』」을 발표하고 있다. 2024년 자료에 따르면 전국의 공공의료기관은 총 231개소이며, 이 가운데 한의과(한방진료과목)가 설치된 기관은 197개로 집계되어 있다. 한의과 인력은 총 178, 이 중 한의과 전문의는 48명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수치를 해석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여기서 말하는 한의과 진료과목 수는 한방내과, 한방부인과, 한방소아과 등 세부 진료과가 중복 집계된 수치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한 기관에 세 개의 한방 진료과가 설치되어 있다면, 실제 근무 한의사 수와 관계없이 진료과목 수는 3으로 집계된다. , 통계상 한의과 진료과목 수가 많아 보인다고 해서, 실제로 그만큼의 한의사가 근무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울산광역시의 사례는 이러한 현실을 잘 보여준다. 울산에는 공공의료기관이 1개소(울산광역시시립노인병원)뿐이지만, 한방 진료과목은 한방응급과를 제외하고도 8개가 설치되어 있다. 그러나 해당 기관의 운영 현황을 확인해보면, 실제로는 한의과 과장 1명과 한의과 공중보건의사 1명이 이들 진료과를 모두 담당하고 있는 구조였다. 진료과목의 숫자와 실제 인력 규모 사이의 괴리가 현장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전국 231개 공공의료기관을 모두 일일이 확인하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어, 대한공공의학회에 소개된 국·공립병원 56곳을 중심으로 한의과 설치 현황을 살펴보았다. 그 결과, 이 중 한의과가 설치된 병원은 10곳에 불과했다. 더욱이 이 목록에는 보건소와 보건의료원도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를 제외하면, 실제 국·공립병원 중 한의과가 설치된 곳은 6곳에 지나지 않았다.

 

이러한 수치는 공공의료 영역에서 한의과가 여전히 매우 제한적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동시에 한의과 진료과목은 많지만, 정작 한의사가 안정적이고 제대로 근무할 수 있는 공공의료기관은 극히 적다는 현실을 드러낸다.

 

국립소록도병원에서 근무하며 체감한 국·공립병원 내 한의과 설치의 가장 큰 장점은 공공의료의 보완과 확장이라는 점이다. 고령 환자와 만성질환자(취약계층 진료비중이 87.7%에 육박)가 많은 공공병원 환경에서, 한의과 진료는 통증 관리와 기능 회복, 삶의 질 개선 측면에서 일정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장기 입원 환자나 치료 이후의 관리 단계에 있는 환자들, 그리고 기존 치료만으로 충분한 도움을 받지 못한 환자들에게 한의과 진료는 현대의학적 치료를 보완하는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또한 공공의료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체계적인 연구를 통한 의료 발전이라는 점에서, ·공립병원 내 한의과 설치는 한의학 연구의 기반을 넓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필자 역시 한센병에 관한 한의학적 연구에 참여하여 논문을 작성한 바 있으며, 향후 더 많은 역량 있는 한의사들께서 국·공립병원에서 임상 연구나 기초 연구에 참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다만 이러한 장점이 자연스럽게 발휘되기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과제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한의과 설치가 지금과 같이 형식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충분한 인력 배치와 명확한 역할 설정, 병원 내 타 진료과와의 협력 구조가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단순히 의사 공백을 메우기 위한 대안으로 한의사를 투입하는 방식은 한의과 진료의 본래 가치를 충분히 살리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공의료의 지속 가능성을 고민하는 지금의 상황은, ·공립병원을 중심으로 한의과 설치와 운영을 다시 한번 점검하고, 그 확장 가능성을 모색할 중요한 계기라고 생각한다. 공공의료 현장에서 한의과가 담당할 수 있는 역할을 차분히 정리하고,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다면, 한의과는 공공의료 체계 안에서 보다 의미있는 위치를 충분히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논의가 경기도한의사회를 비롯해 대한한의사협회 등 한의계 주요 단체를 중심으로 보다 체계적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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