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학교 한의과대학 진다연
현대 심리치료의 흐름 속에서 M&L 심리치료(Mindfulness & Loving Beingness Psychotherapy)는 단순한 심리기법을 넘어, 인간 존재의 본질적 회복을 목표로 하는 독자적 치료법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이 치료법은 동양적 통찰과 서양의 신경생리학이 정교하게 어우러진 통합적 접근으로, 근래에 한의학계에서도 꾸준히 주목받고 있다.
- M&L 심리치료란 무엇인가
M&L 심리치료는 이름 그대로 ‘마음 챙김(Mindfulness)’과 ‘존재적 사랑(Loving Beingness)’이라는 두 축 위에서 작동한다. 마음 챙김은 현재 순간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고, 판단 없이 관찰하는 힘이다. 이는 내면의 반응을 억누르거나 부정하지 않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는 훈련이다. 반면 존재적 사랑은 인간의 결함과 고통을 포함한 존재 전체를 조건 없이 수용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말한다.
이 두 힘은 심신의 치유를 촉발하는 근원적 에너지로 작용한다. 단순히 생각을 바꾸거나 행동을 교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존재의 근저에서부터 마음의 패턴을 재구성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인지치료나 행동치료와 구별된다.
- 이론적 기초 : 신경학, 한의학과의 교차점
M&L 심리치료는 다양한 학문적 뿌리를 갖는다. 폴 D. 매클린의 뇌 삼중 구조론(Triune Brain Theory)은 인간의 본능, 감정, 사고를 각각 파충류, 포유류, 신피질의 층위로 설명하며, 인간 내면의 다층적 반응을 이해하는 틀을 제공한다. 또한 스티븐 포르헤스의 다중 미주신경이론(Polyvagal Theory)은 신경계의 안전감과 심리 상태의 연관성을 밝힘으로써, ‘안전의 장’을 만드는 치료 초반 단계의 이론적 근거가 된다. 한편 미국의 롤 커츠가 개발한 하코미 세라피(Hakomi Therapy)는 신체를 통한 자각을 중시하는데, 이는 M&L의 ‘신체감각 마인드풀니스’와 궤를 같이한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이 모든 이론이 한의학의 심신일여론(心身一如論)과 자연스럽게 맞닿아 있다는 사실이다. 심신일여론은 몸과 마음이 분리될 수 없는 하나의 통합체라는 개념으로, 서양의학의 심신이원론과 근본적으로 다른 동양의학의 독특한 관점이다. 한의학에서는 정신과 신체를 별개로 다루지 않고, 몸과 마음이 서로 긴밀히 영향을 주고받는 상호관계 속에서 질병과 치유를 이해한다. 즉, 신체적 이상은 정신적 불균형과 연결되어 있으며, 정신적 갈등 또한 기(氣)와 혈(血), 정(精)의 흐름에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관점은 M&L 심리치료가 추구하는 ‘몸을 통한 마음의 회복’이라는 방향성과 본질적으로 일치한다.
한의학의 정기신(精氣神) 이론 또한 M&L 심리치료의 심층 구조를 이해하는 중요한 틀로 작용한다. 정(精)은 생명의 물질적 기초이자 체력, 기(氣)는 생명 활동의 에너지와 기능, 신(神)은 정신 활동과 의식을 의미한다. 이 세 요소는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순환하며, 정신 활동(神)은 육체(精, 氣)에 영향을 주고, 반대로 신체적 상태도 정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M&L의 세 가지 명상 과정 중 하나인 ‘삼단전 마인드풀니스’는 바로 이 정, 기, 신의 조화를 회복하는 수련으로 볼 수 있다.
한의 치료와 맥을 함께하다
M&L 심리치료의 과정은 알아차림에서 통합으로 나아간다. 첫 단계는 안전의 장을 구축하는 것이다. 치료자와 내담자 사이에 공감과 수용의 관계를 세워, 존재가 존중받는 기반을 마련한다. 이후 흘려보내기 단계에서는 억압된 감정이나 기억을 통제하려 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흐르게 하여 내면의 저항을 완화한다. 다음은 받아들이기 단계로, 자신을 판단 없이 바라보며 불완전한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한다. 마지막으로 통합하기 단계에서는 긍정적 자원(리소스)과 부정적 경험을 융합해 내면의 성장과 회복을 이룬다. 이 과정에서 ‘마음의 방 그리기’, ‘삼단전 마인드풀니스’, ‘리소스 마인드풀니스’ 등 다양한 기법이 활용된다. 특히 삼단전 명상은 한의학의 정·기·신 개념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에너지의 순환을 회복하고 심신의 일체성을 되찾는 중요한 축으로 작용한다.
이와 같은 M&L 심리치료의 각 단계는 한의학적 정신요법과 긴밀히 맞닿아 있다. 이정변기요법(移精變氣療法)은 억눌린 감정과 기억을 직면하도록 돕는 치료법으로, M&L의 ‘흘려보내기’ 단계와 연결된다. 이는 환자의 정신 상태를 변화시키고 병리적 기의 흐름을 조절해 회복을 촉진하는 원리이다. 지언고론요법(至言高論療法)은 이성적 대화를 통한 정신치료로, M&L의 대화적 접근과 유사하며 환자의 근심을 줄이고 회복 의지를 높인다. 경자평지요법(驚者平之療法)은 불안과 극단적 감정을 다스려 안정시키는 기법으로, ‘안전의 장 구축’과 맞닿아 있다. 오지상승요법(五志相勝療法)은 감정의 상생상극 원리를 활용하여 기의 균형을 회복하는 방법이고, 허심합도(虛心合道)는 마음을 비우고 도와 합일하는 수행으로 M&L의 마인드풀니스 명상과 본질적으로 동일한 개념이다.
증례로 살펴보는 병용 치료의 시너지
M&L 심리치료와 한의 치료의 병용은 실제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임상적으로 다양한 연구에서 우수한 효과를 보이고 있다. 한방신경정신과에 입원한 북한이탈주민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침, 한약, M&L 병용치료 후 우울과 불면, 통증 지표가 모두 유의하게 개선되었다. 항우울제를 복용 중인 환자에게도 병용치료가 유의한 우울 감소 효과를 보였으며, 전환장애 환자에서는 침, 뜸, 한약과 병행한 결과 증상이 현저히 호전되었다.
공황장애 환자에게는 M&L 기반의 마음챙김, 이정변기요법을 집단 형태로 시행하여 유의한 치료효과를 얻었고, 만성 요통 환자에서도 통증 감소와 기능 개선이 확인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정신적 요인과 신체적 증상을 함께 다루는 통합치료가 높은 임상 효용성을 지닌다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트라우마 치료 분야에서 M&L 심리치료는 한의학적 접근의 강점을 입증했다. 가정폭력 피해 여성 8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사건충격척도(IES-R-K)와 우울, 불안, 화병척도가 유의하게 감소했으며, 삶의 질과 주관적 통증 지표가 개선되었다. 이러한 효과는 치료 직후뿐 아니라 4주 후에도 유지되어, 치료의 지속성을 입증했다. 연구자들은 이를 “내면의 정기(正氣)와 사기(邪氣)가 통합되는 과정”으로 해석했다.
M&L 심리치료는 한의학의 부정거사(扶正祛邪) 원리를 심리적 차원에서 재해석한다. 내면의 긍정적 자원은 ‘정기(正氣)’, 트라우마나 부정적 경험은 ‘사기(邪氣)’로 개념화하여, 정기를 확장함으로써 사기를 몰아내는 리소스 마인드풀니스 기법을 적용한다. 이는 정, 기, 신의 조화를 강화해 체질적 저항력을 높이는 한의학적 원리와 일치한다.
M&L 심리치료와 함께하는 한의학계의 행보
M&L 심리 치료 학회는 2013년 대한한의학회 정식 회원학회로 등록되어 학문적 체계를 구축했으며, 한방 재활의학과학회와 공동 학술대회를 통해 보수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2023년 기준으로 230명 이상의 한의사, 신경정신과 의사, 심리치료 전문가가 M&L 프로스킬 트레이닝 과정을 수료했다. 또한 M&L 트라우마 심리치료 프로그램은 협진 표준 임상 진료지침에 포함되어 한의학계의 공식적 인정을 받았다.
이처럼 M&L 심리치료는 우울증, 불안장애, 공황장애, PTSD, 화병, 전환장애, 만성 통증, 트라우마 등 다양한 영역에서 임상적 근거를 축적하며 한의학적 정신요법의 현대적 확장을 이끌고 있다. 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들은 “M&L 심리치료는 한의사들이 임상에서 쉽게 적용할 수 있으며, 한약과 침으로만 해결하기 어려웠던 영역을 보완해주는 통합적 접근법”이라고 평가한다. 이는 한의학의 심신일여 사상을 현대 심리치료 안에서 실질적으로 구현한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이라 할 수 있다.
M&L 심리치료와 한의학의 만남은 단순한 결합이 아니라, 몸과 마음을 함께 돌보는 한의학의 본질이 이끌어준 필연적인 만남이다. 환자를 ‘증상’이 아닌 ‘존재’로 바라보는 시선, 그 안에서 마음과 몸의 건강을 함께 조율하는 접근이야말로 한의학의 진정한 가치다. M&L 심리치료는 그 가치를 실천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한의학이 현대 사회의 정신적, 신체적 치유를 이끌어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살아 있는 예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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