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피부과·성형외과 광고에 AI 모델이 출연해도 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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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과·성형외과 광고에 AI 모델이 출연해도 되는 걸까요?

기사입력 2025.09.05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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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명대학교 한의과대학 이하경

 

[한의대 영감록]은 한의대에서 배우고 익히는 과정에서 의학 지식 사이로 흘러나온 영감들을 모아 펼쳐본 시리즈입니다.

 

 

AI 이야기는 이제 지겨우시죠? AI가 얼마나 생산력을 높이고 우리 삶을 개선하는지, 혹은 얼마나 인류에게 위험하며 규제가 필요한지 운운. AI를 둘러싼 이야기는 쉼 없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설사 AI에 관한 논의가 사그라들더라도 이는 AI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이 줄어서가 아니라, 더 이상 논해 보았자 새로울 것이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AI에 대해 누구든 떠들썩하게 한마디씩 하는 요사이에도 충분히 다루어지지 않는 주제를 논해 보고자 합니다.

 

가장 유명한 패션 잡지 중 하나인 미국판 <보그(Vogue)>20258월호는 AI 모델의 사진이 담긴 게스(Guess)의 광고를 수록해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1). 미에 대한 압력이 충분히 높아져 있던 차에, AI 모델의 등장은 도저히 다다를 수 없는 비현실적인 미의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한국의 올리브영 혹은 다이소의 수많은 화장품에서도 광고비를 낮추기 위해 제작된 AI 모델들의 이미지를 손쉽게 볼 수 있습니다.

 

메디콤뉴스 편집위원 기사 8월 1회차 첨부사진 1.jpg

 

AI 모델을 활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다이소의 미용 상품들. AI를 이용해 제작된 이미지라는 안내 문구는 포장지에서 찾을 수 없었습니다.

 

 

주지하시듯이, AI 모델이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2020년에는 국내 최초의 가상 인간으로 칭해지는 싸이더스 스튜디오 엑스의 로지가 등장했고, 롯데홈쇼핑에서 개발한 루시2021년에 활동을 시작한 이후로 수많은 가상 인플루언서가 우후죽순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흔하게는 일회성 광고 모델이 쓰이는데, ‘크몽과 같은 프리랜서 마켓 플랫폼에서는 수십만 원 선에서 광고 제작 의뢰를 받고 있을 정도입니다. 이제는 AI로 제작된 이미지나 영상을 보지 않고 하루를 보내는 게 불가능한 날도 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보편화되어 가는 AI 모델이 패션과 미용 업계를 넘어 의료계, 특히 피부과 혹은 성형외과 광고에도 사용된다면 어떨까요? 정확한 사용 현황이 조사된 바는 없으나, 이미 수많은 성형외과와 피부과에서 속속들이 AI 모델을 광고에 사용하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국내 최대 AI 뷰티 모델 사이트라고 홍보하는 에이아이뷰(aibeau)’의 경우, 성형외과와 피부과 등의 병의원을 대상으로 고화질 AI 모델을 왕성히 공급하고 있습니다(2). 이 업체의 홍보 기사에 따르면 미성년자 모델 활용이 제한적인 10대 눈·코성형 마케팅 분야, 가슴성형 등 심의가 까다로운 시술 분야에 적합한 비심의 및 심의용 이미지를 제공하는 것이 특장점이라고 합니다(3). 홈페이지에는 콘텐츠는 설명·연출 목적의 시각 자료로 제공되고 의료적 결과를 보충하지 않으며, 의학적 조언을 대체하지 않는다"고 명시되어 있으나, 성형외과와 피부과와 같이 모델의 시각적 영향력이 강한 업계에서 이 모델이 활용될 경우 소비자는 모델의 이미지를 의료적 결과와 명백하게 구분해서 수용할 수 있을까요? 티 없이 깔끔하고 윤기가 흐르는 피부와 보기 드물게 큰 눈, 이상적으로 조합된 이목구비의 균형으로 무장된 AI 모델은 소비자로 하여금 미의 추구를 추동할 것입니다.

 

메디콤뉴스 편집위원 기사 8월 1회차 첨부사진 2.jpg

 

혹자는 기존의 인간 모델 역시 뛰어난 외모에 포토샵 처리까지 한 것이므로 AI 모델과 크게 다를 바 없다고 지적합니다. 그러나 의료 분야에서 AI 모델의 이미지를 사용할 경우 그것이 시술·수술의 결과로 오인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윤리적 문제가 뚜렷이 남아 있습니다. 게다가 섭식장애 또는 우울장애 등을 겪고 있는 환자에게는 더욱 위험할 수 있습니다.

 

멜버른 대학교 연구진에 따르면 ‘Thinspiration’ 또는 ‘Fitspiration’과 같이 마른 체형에 대한 동기부여 이미지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체형의 만족도가 낮아지고 부정적인 감정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4). 또 디지털 증오 대응 센터(Center for Countering Digital Hate)의 조사 결과 50만 명 이상의 사용자가 활동하는 온라인 포럼에서도 AI를 이용해 제작된 비정상적으로 마른 체형의 이미지가 널리 사용되고 있어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고 합니다(5). 또한 성형외과 수술을 계획 중인 성인 1,000명을 분석한 결과 44.1%가 정신질환 또는 그 과거력을 지니고 있었는데, 그중 50.6%는 주요우울장애, 32.9%는 일반적인 불안장애였습니다(6).

 

이러한 취약성은 당일 상담, 당일 수술을 내세우는 최근의 추세와 결합해 더 악화될 수 있습니다. 절차가 너무도 간단하고 신속해져서 충분히 이해하고 숙고하기도 전에 자칫 돌발적으로 수술을 하기로 결정 내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의료계는 사람들이 욕망을 건강하게 관리하는 것을 도와야 마땅하지만, 역설적으로 결코 충족될 수 없는 욕망을 계속해서 생산해 배포하고 있는 것이 현재의 모습입니다.

 

이미 실제 인간의 사진과 AI로 제작된 모델의 사진을 구분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수준에 와 있습니다. 몇 년만 지나면 완전히 구분이 어려워질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7). 인간이 AI에게 고양이와 개를 구분하는 법을 지도했듯이, AI가 제작한 이미지와 실제 사진을 구분하는 법을 인간 스스로 익혀야 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릅니다.

 

AI 모델이 성형외과 및 피부과 분야로 진출하며 발생하고 있는 문제들은 인류가 AI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수없이 일었던 한바탕 소동에 불과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내포된 위험성을 분명히 인지하고 이를 바탕으로 규제의 필요성을 역설한다면 변화의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AI는 미래 산업의 원동력임이 분명한 만큼 규제에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지만 상업적인 목적에 사람들의 건강이 뒷전이 되고 있다면, 의료 광고에서만큼은 적극적인 조정을 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1) Yasmin Rufo. “Does this look like a real woman? AI model in Vogue raises concerns about beauty standards”. BBC, 2025727. https://bbc.com/news/articles/cgeqe084nn4o

 

(2) aibeau.kr

 

(3) 진성완. “AI뷰티모델 플랫폼 에이아이뷰’, 병의원 맞춤형 콘텐츠로 주목”. 환경감시일보, 202574. https://www.sisadays.co.kr/news/394548

 

(4) Griffiths, Scott, and Ashleigh Stefanovski. “Thinspiration and fitspiration in everyday life: An experience sampling study.” Body image vol. 30 (2019): 135-144.

 

(5) Center for Countering Digital Hate. AI and Eating Disorders: How Generative AI Enables and Promotes Harmful Eating Disorder Content, 2023.

 

(6) Jang, Benjamin, and Dhaval R Bhavsar. “The Prevalence of Psychiatric Disorders Among Elective Plastic Surgery Patients.” Eplasty vol. 19 e6. 18 Mar. 2019

 

(7) Adrian Pocol et al., “Seeing Is No Longer Believing: A Survey on the State of Deepfakes, AI-Generated Humans, and Other Nonveridical Media,” Advances in Computer Graphics (CGI 2023), Springer,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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