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문식 공중보건한의사 (국립소록도병원)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국립소록도병원에서 근무 중인 공중보건한의사 강문식입니다. 인생에서 가장 길게 느껴졌던 훈련소 3주를 마치고, 작년 4월부터 국내 유일 한센병 전문병원인 국립소록도병원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부모님께 처음 이곳에 배치되었다는 소식을 전했을 때, 가장 먼저 하신 말씀은 “혹시 병이 전염은 안 되는 거지?”였습니다. 저 역시 한센병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과 거리감이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직접 환자분들을 만나고, 한센병에 대해 정확하게 알게 되면서 오히려 더 많은 것들을 배우고 그동안의 편견들을 하나씩 깨고 있습니다.
앞으로 약 11개월간 한센병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글을 연재할 계획입니다. 그 첫 번째 글로, 이번에는 한센병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들을 짚고, 한의사로서 어떤 관점으로 접근할 수 있을지 이야기를 나누어보고자 합니다.
한센병, 무엇이 오해이고 무엇이 진실일까?
① 전염성이 매우 높다?
→ 사실은 전염성이 매우 낮습니다. 대부분은 자연 면역을 가지고 있어 한센병에 걸리지 않으며, 한센균에 대한 면역력이 낮은 극소수에게만 발병하는 질환입니다.
② 유전되는 병이다?
→ 유전되지 않습니다. 가족 간 감염은 유전 때문이 아니라 생활환경의 밀접함 때문입니다.
③ 이제는 사라진 병이다?
→ 여전히 존재합니다. 국내 신환자는 매년 5명 이하로, 대부분 해외 이주 노동자나 60세 이상 연령층에서 발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후유장애를 앓는 분들은 지금도 치료와 지원이 필요합니다.
④ 치료가 불가능하다?
→ 현재 완치가 가능합니다. WHO가 권고하는 다제요법(리팜피신, 답손, 클로파지민)을 통해 수개월 내 치료가 가능합니다.
⑤ 환자는 격리되어야 한다?
→ 현재 치료 중인 환자는 전염성이 없으며, 격리는 의학적으로 불필요합니다. 격리보다는 사회 복귀와 인권 보장이 우선입니다.
⑥ 외모로 쉽게 알 수 있다?
→ 아닙니다. 조기 치료를 통해 외형 변화 없이 일상생활이 가능합니다. 외형 손상이 있는 경우는 대부분 과거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한 경우입니다.
한의사로서 바라보는 한센병
한센병은 오랜 시간 동안 치명적인 만성 감염병으로 간주되며, 사회적 낙인과 차별의 상징이 되어왔습니다. 현대의학의 발전으로 치료가 가능해졌지만, 완치 이후에도 많은 환자들이 감각장애, 근육 위축, 만성 통증, 피부질환 등 다양한 후유증으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한의학은 전통적으로 피부질환, 마비성 질환, 전염성 질환에 대한 풍부한 치료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현대의학으로는 관리가 어려운 증상들에 대해 한의학적 접근이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차별이 아닌 공감으로
한센병은 더 이상 두려워할 대상이 아닌, 극복 가능한 질병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사회 곳곳에는 한센병과 환자들에 대한 편견이 남아있습니다. 의료인으로서, 그리고 한의사로서 우리는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고, 차별 없는 시선을 함께 만들어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의 연재를 통해 더 많은 분들이 한센병에 대해 이해하고, 국립소록도병원과도 마음으로 가까워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위로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