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여행을 하게 되면 흔히 접하는 상품 중에 하나가 일명 “호랑이 고약”이다. 또한, 일본 여행을 하다보면 호랑이 고약과 유사한 “말기름” 상품 들이 허다하다. 우리나라에는 비록 자운고 등의 연고제가 있긴 하지만, 아직 상품성과 실효성에서 뒤쳐진 느낌이다.
전남 영광의 고려한의원 박철이 원장은 이러한 한국의 외용제에 대한 제형과 효능을 직접 연구하고 발전시키고 있는 선도 한의사이다. 일반 개업의로서 연구 개발하는데 쉽지 않은 일로서 격려의 박수와 성공을 기원하고 싶다.
○ 외용제 연구를 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요?
우선 가장 큰 동기는 “1차 진료범위의 확대를 위해서”였습니다.
아시다시피, 한의원 특히 지방 농어촌 지역의 한의원에서는 노년층의 근골격계 질환이 진료의 많은 부분을 차지합니다. 어르신들의 인식 또한 “양방 의원은 약 타러 가는 곳”, “한의원은 침 맞으러 가는 곳”이라는 식입니다. 저는 이러한 편견이 불합리하다고 생각했고, 그 벽을 깨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첫 해에는 저렴하고, 효과 또한 좋은 감기 보험약을 여러 종 구비하여 감기치료를 시작하였고, 어느 정도 호응을 얻은 후, 그 다음부터는 피부질환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노화의 과정이라는 큰 틀에서 한의학적인 관점을 적용시켜 보면, 그 분들이 호소하는 여러 가지 피부질환들에 대해 좋은 해법을 제시해 줄 수 있을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경제적이기까지 한데, 이러한 면들이 외면을 받고 있지 않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농어촌지역에서는 여전히 항히스타민제제나 강한 스테로이드제 연고가 남용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이미 기저질환으로 많은 약들을 복용하고 있는 노인들에게는 별로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한의학적이면서, 저렴한, 그리고 효과 좋은 치료법이 무엇일까 하는 고민을 하다가 외용제 연구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습니다.
○ 현재까지 연구가 진행된 사항은 어느 정도인가요?
현재 처방하고 있는 외용제로는 유선고, 아물고, 여의금황고, 신이고, 자운고 등이 있습니다.
유선고는 크림제형으로 유황(硫黃)과 송지(松脂), 빙편(氷片) 등을 주재료로 하고 있고, 태선화 피부질환(만성 아토피 등)에 처방합니다.
아물고는 사매(蛇莓), 황련(黃連) 등을 주재료로 하고 있고, 상처치유 용도로 처방합니다.
여의금황고는 외과정종(外科正宗)의 여의금황산(如意金黃散)을 외용제로 만든 것인데, 경도의 감염성 피부질환이나 타박상 등에 처방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러한 외용제 들은 완성작은 아니고, 보다 나은 치료효과와 좋은 제형을 만들기 위해 계속 업그레이드 중입니다만 아직은 많이 미흡합니다. 어느 정도 완성이 되면, 많은 한의사분들이 처방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볼까 합니다.
○ 연구를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가장 힘들었던 점은 이 분야에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하나하나 다 직접해봐야 했습니다. 유효성분이 복합적인 한약재를 어디다가 용출시킬지 등도 직접 고민해야 했고, 또 그렇게 만든 신제형의 약품에 결정이 생기기도 하고, 유화가 불안정해서 풀려버린다거나, 보존의 문제 등등 모든 것을 직접 고민해야 했습니다. 그러는 과정에서 제제학이나 화장품학 등의 유관학문 서적을 탐독하면서 연구를 했지만, 실패가 굉장히 많았습니다.
그러면서 기성 제품들이 많이 있으면 참 좋을 텐데 왜 한국에서는 한의사 사용할 수 있는 치료수단이 많이 없을까 하는 생각에 서글프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어 중국에서는 서장지지약업유한공사(西藏芝芝药业有限公司)에서 나온 “지지빙황부락연고(芝芝冰黄肤乐软膏)”같은 유명하고 유효한 중약 연고제들이 수십, 수백 개씩 개발되어 제품화되고 중의원에서 처방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여러 가지 문제로 인해, 새 약품이 개발되지도 않고, 기성제제 또한 거의 생산되지가 않습니다.
만약 한국에서 이러한 진료 환경이 뒷받침되고 있다면 나는 약품의 생산이나 관리에 신경 쓰기보다는, 여러 제품들을 비교하면서 환자에게 어떤 약품을 처방할지를 고민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로컬 한의원으로서 비슷한 연구를 하고자 하는 한의사 분들께 하실 말씀이 있다면?
제가 외용제를 공부해보면서 느낀 점을 말씀드리자면, 우리 학문의 폭이 크고, 조금만 손보면 뛰어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치료무기들이 많이 숨겨져 있는 것 같다는 것입니다. 여러 분야에 뜻있는 여러 원장님들께서 애정과 열정을 가지고, 연구하시고, 또 적용해나가시면 좋은 날이 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의학이 발전을 하려면 대학에서의 연구도 중요하지만, 박철이 원장의 경우처럼 임상에서의 활발한 연구 활동이 필요하다. 실제 임상 연구에서 필요한 것은 절차의 복잡성보다는 하고자 하는 실험정신이 더 중요한 듯하다. 특히나 한의과대학에서도 이러한 외용제에 대한 임상연구가 미흡한 이때에 박철이 원장의 연구는 현 한의계가 해야 할 일들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일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