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1년 6개월 넘게 이어진 의료대란이 전공의·의대생들의 복귀 의사 표명으로 봉합 수순에 접어들었지만, 사회 곳곳에서는 후유증과 제도 개선 요구가 커지고 있다. ‘의대생·전공의 복귀 특혜 부여’에 반대하는 국민청원이 9만 2천 명을 돌파하고, 일부 의과대학이 유급 방지를 위해 ‘하루 13시간 벼락 수업’을 진행하는 사실이 알려지며 비판 여론이 확산됐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전문가들과 시민사회는 문제의 본질이 단순한 의료 인력 부족이 아니라, 정부가 수십 년간 양의사 중심으로 만들어온 기형적인 독점 구조에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의료이원화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한의사의 역할을 제도적으로 배제한 채, 의료서비스 핵심 권한을 양의사에게만 집중시킨 것이 대응력 약화를 불러왔다는 분석이다.
현행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은 예방접종과 감염병 관리에 관한 다양한 의무와 역할을 한의사에게 부여하고 있지만, 실제 ‘예방접종’ 행위는 양의사만 수행할 수 있도록 제한돼 있다. WHO는 의사 외의 보건의료 직능도 안전한 예방접종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으며, 미국·캐나다·EU·호주 등에서는 간호사, 약사 등도 예방접종에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여전히 양의사 독점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와 함께 「건강검진기본법」에는 한의의료기관이 검진 체계에 포함돼 있으나, 시행령과 하위법 부재로 인해 한의원은 실제 건강검진 주체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또한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판례로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이 가능하다고 해석됐음에도, 보건복지부가 급여화나 시행규칙 개정을 미루면서 현장 사용은 사실상 차단돼 있다.
보건의료계 일각에서는 한의사가 예방접종, 건강검진, 의료기기·의약품을 활용한 진단과 치료를 폭넓게 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개선하면, 향후 또다시 대규모 의료 공백 사태가 발생하더라도 정부가 대응할 선택지가 훨씬 넓어진다고 주장한다. 한 집단에 권한이 지나치게 집중된 독점 구조를 해소해야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의료 서비스 유지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번 사태에서 드러난 교훈은 명확하다. 제도적으로 특정 직역에 과도한 특혜와 권한을 부여하면, 그 집단은 자정능력과 스스로를 제어하는 기능을 잃게 된다. 이는 결국 국민의 건강권과 국가 보건의료 체계 안정성을 위협하게 되며, 제2의 의료대란을 막기 위해서는 독점 구조의 해체와 직역 간 균형 있는 권한 분배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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