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후보자 의료계 폄하에 대한 입장 발표

- 대한의사협회 긴급 기자회견
기사입력 2019.09.05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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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의사협회(회장 최대집)는 긴급 기자회겨을 통해 조국 법무장관 후모자 자녀의 의학 논문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다음은 기자회견문 전문(全文).

안녕하십니까. 대한의사협회 회장 최대집입니다.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의 자녀가 고등학교 2학년 학생 시절, 의학 학술지인 대한병리학회 학회지에 저자로 등재한 논문을 두고 사회적인 논란이 발생한지 약 2주가 경과하고 있습니다. 인문계열 전공의 고등학생이 의과대학 부설의 연구소에서 2주간의 인턴 과정 동안에 ‘주산기 저산소성 허혈성 뇌병증에서 eNOS 유전자의 다형성’이라는 제목의 의학 논문의 가장 주된 연구자인 ‘제1저자’로 등재된 것을 두고 실제 연구에 대한 기여의 정도와 저자로서의 자격에 대한 의혹이 일었습니다. 또, 그 배경에 특권과 특혜가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하여 국민적인 관심이 집중되었습니다.

대한의사협회는 논란이 발생한 직후, 해당 연구의 총책임자이자 논문의 교신저자였던 단국의대 장영표 교수를 중앙윤리위원회(이하 중윤위)에 회부하여 제1저자의 선정 및 연구 전반에 걸쳐 비윤리성 여부를 판단키로 하였습니다. 동시에, 논문을 승인하고 게재한 대한병리학회 역시 장영표 교수에게 2주간의 소명 기한을 제시하고 논문의 철회 여부를 논의하기로 하였습니다. 

우리 협회는 그간 중윤위와 대한병리학회의 조사 절차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존중한다는 의미에서 협회의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최대한 자제해왔습니다. 또, 의사단체가 이 사태에 대한 의견을 표명하는 것이 정치적, 정파적으로 이용될 수 있는 소지가 있기에 신중을 기하였습니다. 지난 8월 30일, 예정되었던 기자회견을 취소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습니다.

하지만 그 사이, 정치적 의도를 가진 것으로 보이는 비전문적인 견해들이 언론과 온라인을 통하여 확산되었습니다. 의학이 어떤 학문인지, 의학 논문이 어떻게 작성되는 것인지 모르는 인사들이 쉽게 저자의 자격을 논하고 심지어는 학술지의 가치를 평가절하하거나 과학적 연구 방법에 따라 작성되는 논문을 ‘에세이’ 정도로 폄하하는 일이 연이어 벌어졌습니다. 그 결과, 의학 연구 전반과 학술활동에 대한 권위와 신뢰가 흔들리고 연구자와 의사들의 명예가 심각하게 손상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의료계의 종주단체이자 13만 의사의 중앙단체인 대한의사협회가 긴급하게 중재에 나서지 않을 수 없다는 판단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의사로서, 연구자로서, 학자로서, 자존심에 상처를 입고 허탈감을 호소하는 많은 의사 회원들의 분노가 오늘 기자회견의 배경이라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장영표 교수, 논문 자진 철회할 것을 권고합니다!

먼저, 대한의사협회는 공식적으로 단국의대 장영표 교수에게 논문의 자진철회를 권고합니다. 국내외의 연구 저자 관련 규정에 따르면 논문의 제1저자는 해당 연구의 주제 선정과 설계, 자료의 수집과 정리, 연구 수행과 결과 도출 및 논문의 저술을 주도하는 핵심저자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해당 연구의 주제와 내용, 연구 과정별 진행시기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의 자녀가 고등학생 신분으로 제1저자에 해당하는 기여를 했을 가능성은 전혀 없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입니다. 

부분적인 번역이나 단순 업무에 기여하였을 수는 있으나 이것만으로는 제1저자라고 할 수 없으며 그 기여의 정도에 따라서는 공저자에 오르는 것조차도 과분하다 할 것입니다.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의 자녀가 해당 논문의 제1저자로서의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없는 대한의사협회의 전문적 판단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말씀드립니다. 

이 문제는 더 이상 장영표 교수와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의 자녀에게만 국한되는 개인적인 연구윤리의 문제가 아닙니다. 해당 논문이 후보자 자녀의 명문대 입학과 의학전문대학원 입학에도 기여하였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어떤 면에서는 우리 사회에 마지막 남은 공정경쟁인 '입시'를 통해 미래를 개척해 나아가려는 젊은 세대의 꿈과 희망, 그리고 그들이 지금도 치열하게 흘리고 있는 피와 땀의 가치가 땅바닥으로 추락해버렸습니다. 때문에 이번 사태는 '젊은이들의 미래에 대한 농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장영표 교수는 학자로서의 양심과 동료, 선후배 의사들에 대한 도리는 물론, 이 문제로 인하여 우리 사회가 입은 상처에 대해 돌아보고 조속히 스스로 논문을 철회하여 결자해지하기를 권고합니다. 또한, 남아 있는 중윤위와 대한병리학회의 소명요구에도 충실하게 임하여야 할 것입니다. 

조국 후보자는 의학연구의 가치를 폄하하고 연구자들을 모독했습니다!

다음으로,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에게 말씀드립니다. 후보자는 지난 8월 30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딴지일보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조국 후보자 따님 논문을 직접 읽어 보았습니다'라는 글을 공유하였습니다. 이 글은 해당 연구가 이미 수집된 자료를 가지고 몇 분이면 끝날 간단한 통계 분석에 지나지 않는다며 고등학생도 반나절 정도만 설명을 들으면 이해할 수 있는 간단한 내용이며, 해당 논문이 실린 대한병리학회지가 인용지수가 떨어지는 수준 낮은 저널이라고 논문과 학회지의 가치를 폄하하는 내용입니다. 

평소 SNS를 통해 활발하게 본인의 철학과 소신을 대중에게 공유해온 조국 후보자입니다. 사실관계조차도 틀린, 이른바 '가짜 뉴스'에 해당하는 이런 수준 낮은 글을 공인인 조국 후보자가 공유했다는 것도 문제이지만 더 큰 문제는 이러한 행위가 조국 후보자의 이번 사태에 대한 인식의 수준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조국 후보자는 민정수석과 법무장관 후보자이기 이전에, 법학을 전공하고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이자 학자입니다. 현재에도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교수를 겸임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분야가 다르고 의학에 문외한이라지만 이렇게 의학 연구의 가치를 평가절하하고 연구자들을 모독하는 것이 학자로서의 자세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법무장관이라는 관직 앞에서, 자신의 자녀를 보호하고 싶은 마음에 교육자 본연의 양심마저 저버린 것은 아닌가 의심스럽습니다. 젊은 세대들이 절규하고 분노하는, 이 나라 미래의 근간을 흔들고 있는 이 사태가 조국 후보자에게는 그저 일신의 영광을 위해 거쳐야 할 개인적인 작은 상처 하나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 라는 말이 있습니다. 히포크라테스 학파에서 기원했다는 이 말에서 원래 예술이란 의술을 뜻합니다. 대한민국 의사들은 짧은 인생 속에서, 우리 세대 이후로도 영속할 의학의 발전을 통해 환자의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대한민국을 지키고 있습니다. 

조국 후보자는 우리의 의학을, 우리 의사들을 더 이상 모욕하지 마십시오. 무엇보다 순수하고 고결한 의학의 정신이, 사욕에 눈이 먼 개인의 부귀공명을 위해, 젊은 세대들을 절망시키는 농단의 수단이 되어버린 것에 깊은 좌절감과 분노를 느낍니다. 조국 후보자는 짧은 인생보다도 더욱 짧은 권력의 본질을 깨닫고 무엇이 진정으로 그 스스로 즐겨 말했던 공정과 정의를 위한 길인지 심사숙고하기를 바랍니다.


2019. 9. 2.
대한의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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