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8주 지나면 치료비는 알아서?”… 교통사고 피해자 ‘진료권’ 박탈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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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주 지나면 치료비는 알아서?”… 교통사고 피해자 ‘진료권’ 박탈 위기

기사입력 2026.03.04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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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8주 치료 제한’ 추진에 한의계 강력 반발… “환자의 아플 권리 보장해야”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는 피해자들이 앞으로는 사고 후 8주가 지나면 치료를 계속하기 위해 험난한 과정을 거치거나 경제적 부담을 온전히 떠안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 국토교통부가 상해 등급 12~14급에 해당하는 경증 환자의 치료 기간을 8주로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의료계 특히 한의계를 중심으로 환자의 건강권 침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대한한의사협회(이하 한의협) 소속 한의사들은 4일 오전, 세종시 국토교통부 청사와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하위법령 개정안의 즉각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펼쳤다. 이번 시위는 국토부가 추진 중인 ‘8주 초과 치료 제한’ 정책이 의학적 근거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교통사고 피해자가 온전히 회복할 때까지 진료받을 권리를 실질적으로 침해하는 행정 편의적 발상이라는 점을 규탄하기 위해 마련됐다.


현행 자동차보험 체계에서는 사고 피해자가 완치될 때까지 필요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개정안이 시행되면 소위 ‘경증’으로 분류되는 12~14급 환자들은 사고일로부터 8주까지만 보험 처리를 통한 치료가 가능해진다. 8주가 넘어가면 추가적인 진단서 제출을 반복해야 하거나, 보험사와의 피 말리는 분쟁을 겪어야 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경증’이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과 달리, 실제 환자들이 느끼는 통증의 강도와 회복 속도는 결코 가볍지 않다는 점이다.


교통사고로 흔히 발생하는 편타성 손상(목 꺾임 부상)이나 근육 및 인대 손상은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아도 만성적인 통증과 후유증을 남기는 경우가 많다. 환자들 사이에서는 “나라에서 내 몸의 회복 기간을 8주로 정해놓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사람마다 체질과 기저 질환, 사고 당시의 충격 정도가 다른데도 불구하고, 일률적으로 ‘8주’라는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의학적 판단이 아닌 경제적 논리에 따른 폭거라는 주장이다.


한의협은 이번 개정안이 헌법 제36조 제3항에서 보장하는 ‘모든 국민은 보건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는 기본권을 심각하게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치료의 종결 여부는 보험사나 행정기관이 아닌, 환자의 상태를 가장 잘 아는 의료진의 판단과 환자의 주관적 통증 수치를 바탕으로 결정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조치가 시행될 경우, 경제적으로 취약한 환자들은 8주 이후 발생하는 치료비를 감당하지 못해 치료를 중도에 포기해야 하는 ‘치료 불평등’ 현상이 가속화될 위험도 크다.


이날 시위에 참여한 한의사들은 “국토부의 개정안은 보험사의 손해율을 낮추는 데만 급급해 정작 사고로 고통받는 국민의 목소리는 외면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상해 등급 12~14급이 전체 교통사고 환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이들에 대한 치료 기간 제한은 결국 대다수 국민의 진료권을 축소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또한, 의료계는 8주라는 기간의 근거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교통사고 후유증은 초기 치료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평생의 고질병으로 남을 수 있다. 충분한 치료를 통해 후유증을 예방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길임에도 불구하고, 단기적인 보험금 지급액을 줄이기 위해 환자의 발목을 잡는 것은 소탐대실의 전형이라는 비판이다.


실제로 교통사고 피해자 중 상당수는 사고 직후보다 며칠 혹은 몇 주가 지난 뒤 통증이 심해지는 경험을 한다. 8주라는 기간은 이러한 지연성 통증이나 복합적인 증상을 관리하기에 턱없이 부족할 수 있다. 한 환자는 “사고 후 두 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비가 오면 목과 허리가 끊어질 듯 아픈데, 이제는 치료를 받으러 갈 때마다 보험사와 싸워야 하느냐”며 막막함을 토로했다.


한의협 윤성찬 회장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환자의 진료권을 제한하는 것은 본분을 망각한 행위”라며 “의학적 근거 없는 8주 제한 규정을 즉각 폐기하고, 환자가 완전히 회복될 때까지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보장하라”고 강력히 촉구했다.


한의계는 이번 개정안이 철회될 때까지 1인 시위와 대정부 투쟁을 이어갈 방침이다. 기술의 발전으로 자동차는 점점 안전해지고 있다지만, 정작 사고를 당한 사람이 치료받을 권리는 뒷걸음질 치고 있는 현실에 국민들의 불안과 분노가 커지고 있다. 행정의 효율성보다 사람의 생명과 건강이 우선이라는 대원칙이 다시금 확인되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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