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요양·주거 연계한 5대 인프라 구축... 초고령 사회 대비한 ‘경기도형 복지 모델’ 제시
경기도가 초고령 사회라는 거대한 파고에 맞서 파격적인 복지 실험에 나선다. 노인이나 장애인이 평생 살아온 집을 떠나 요양원이나 병원 시설로 향하는 대신, 익숙한 지역사회 안에서 필요한 모든 돌봄을 받는 ‘통합돌봄도시’를 조성하기로 한 것이다. 경기도 복지정책과는 화성시, 광명시, 안성시, 양평군 등 4개 시군을 선정하고, 의료와 요양, 주거가 하나로 묶인 5대 핵심 인프라를 올해 상반기 내에 구축한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이번 사업에는 도비와 시군비를 합쳐 총 64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며, 이는 복지 패러다임의 근본적인 전환을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읽힌다.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 키워드는 ‘AIP(Aging In Place·살던 곳에서 노후 보내기)’다. 지금까지의 복지는 몸이 불편해지면 시설에 입소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경기도는 도민이 가장 편안함을 느끼는 ‘내 집’을 돌봄의 중심지로 설정했다. 오는 3월 시행 예정인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에 앞서 경기도가 선제적으로 모델을 제시하고 나선 셈이다. 이는 단순한 행정 지원을 넘어,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며 노후를 보낼 수 있는 권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경기도가 제시한 5대 핵심 인프라는 촘촘하고 유기적이다. 먼저 ‘우리동네 방문돌봄주치의’는 거동이 불편해 병원을 찾기 힘든 환자를 위해 의사(한의사 포함)와 간호사, 사회복지사가 팀을 이뤄 직접 가정을 방문한다. 병원에 가기 위해 구급차를 부르거나 가족의 휴가를 빌리지 않아도 집 안에서 전문적인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이어 ‘간호요양 원스톱패키지’를 통해 방문간호와 요양 서비스를 한 기관에서 통합 제공함으로써 행정적 번거로움을 줄이고 서비스의 연속성을 확보했다.
주거와 재활 문제도 놓치지 않았다. 병원에서 퇴원한 후 곧바로 일상으로 복귀하기 어려운 이들을 위해 안심하고 머물 수 있는 ‘일상복귀 돌봄집’을 운영하며, 지역 내 병원에서 집중적인 재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일상복귀 치료스테이션’도 마련한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과정을 개인별 상황에 맞춰 최적화된 서비스로 설계해 주는 ‘AIP 코디네이터’가 배치되어 빈틈없는 돌봄망을 완성한다. 흩어져 있던 복지 조각들이 하나의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맞춰지는 과정이다.
사업 대상지로 선정된 4개 시군은 지역적 특성에 따라 각기 다른 복지 지도를 그려나갈 예정이다. 광명시는 도심형 인프라를 활용한 모델을, 화성과 안성은 도시와 농촌이 혼재된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 도농복합형 모델을 구축한다. 상대적으로 의료 인프라가 취약하고 면적이 넓은 양평군은 농촌 특화형 모델을 통해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는 돌봄 서비스를 선보인다. 경기도는 이들 4개 지역의 성과를 분석해 향후 31개 시군 전역으로 확산시킬 수 있는 ‘경기도 표준 모델’을 정립한다는 방침이다.
서비스 신청은 오는 3~4월 중 각 읍면동 주민센터를 통해 시작된다. 신청자가 접수되면 시군에서는 통합지원 회의를 열어 개인에게 가장 필요한 서비스가 무엇인지 정밀하게 분석하고 연계한다. 본격적인 서비스 개시는 상반기 중으로 예정되어 있다. 이번 사업은 복지 사각지대 해소는 물론, 불필요한 사회적 입원을 줄여 건강보험 및 장기요양보험 재정 안정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결국 복지는 ‘사람’을 향해야 한다. 경기도의 통합돌봄도시 조성 사업은 시설 중심의 수용 복지에서 사람 중심의 지역사회 복지로 나아가는 중대한 변곡점이 될 것이다. "내가 살던 집에서, 이웃과 함께, 건강하게 늙어가는 것"이 더 이상 사치가 아닌 보편적인 권리가 되는 사회. 경기도가 그리는 미래 복지의 모습이 4개 시군에서의 작은 발걸음을 통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이번 도전이 대한민국 전체의 복지 지형을 바꾸는 성공적인 이정표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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