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내 생명, 골든타임 안에 지킬 수 있을까?”… 지역 의료 불신 속 ‘전문성’이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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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명, 골든타임 안에 지킬 수 있을까?”… 지역 의료 불신 속 ‘전문성’이 해법

기사입력 2026.02.10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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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연구원, 지역 의료 국민인식조사 결과 발표… 68.3% “전문성 강화되면 지역 병원 이용할 것”

 

대한민국 국민 4명 중 3명은 응급 상황 발생 시 이른바 ‘골든타임’ 내에 적절한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안고 살아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비수도권 거주민들의 의료 서비스 만족도는 수도권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해, 지역 간 의료 격차가 심각한 사회적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연구원은 최근 전국 성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지역 의료에 대한 국민인식조사’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현실을 짚어보고, 단순한 인프라 확충을 넘어선 ‘의료 전문성 강화’를 핵심 대안으로 제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급 상황 발생 시 골든타임 내에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전체의 25.7%에 불과했다. 국민의 절대다수가 응급실을 찾아 헤매는 ‘응급실 뺑뺑이’ 현상이 남의 일이 아닐 수 있다는 공포를 느끼고 있는 셈이다. 이 수치는 거주 지역에 따라 더욱 극명하게 갈렸다. 수도권 주민은 35.3%가 긍정적으로 답한 반면, 비수도권 주민은 그 절반 이하인 15.5%만이 골든타임 확보를 낙관했다. 지역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생존의 기본인 의료 안전망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도민과 시민들의 박탈감이 수치로 증명된 것이다.


지역 필수 의료 서비스에 대한 신뢰도 역시 처참한 수준이다. 전체 응답자의 30.6%만이 지역 의료를 신뢰한다고 답했으며, 비수도권의 신뢰도는 17.8%에 그쳤다. 이는 수도권(42.7%)과 비교했을 때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지역 의료 전반에 대한 만족도 또한 전체 평균 35.0%인 데 반해 비수도권은 19.5%로 나타나, 지방 의료 붕괴가 단순한 우려를 넘어 이미 현실화되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극심한 불신은 결국 지방의 환자들이 교통 불편과 비용 부담을 감수하고서라도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쏠리는 ‘상경 진료’ 현상의 근본 원인이 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질환의 경중에 따른 의료기관 선택의 이중성이다. 국민들은 만성질환이나 가벼운 질환의 경우 집 근처 동네 의원을 선호하지만, 수술이나 고도의 처치가 필요한 중증질환에 대해서는 압도적으로 수도권 대형병원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단순히 지역에 병원이 많아지거나 침상 수가 늘어난다고 해서 수도권 쏠림 현상이 해결되지 않음을 의미한다. 환자들이 수도권으로 향하는 이유는 세련된 건물이나 최신식 장비 때문이 아니라, 내 병을 확실히 고쳐줄 수 있는 ‘전문 인력’과 ‘임상 경험’에 대한 믿음이 지역 병원에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지역 의료의 회생 가능성도 동시에 확인했다. 응답자의 68.3%가 ‘지역 병원의 전문성이 강화된다면 중증질환 진료 시에도 수도권으로 가지 않고 지역 병원을 이용하겠다’고 답했기 때문이다. 지역 의료 활성화를 위해 가장 시급한 요건을 묻는 질문에도 가장 많은 69.4%의 응답자가 ‘의료진의 전문성 강화’를 1순위로 꼽았다. 이는 국민들이 바라는 지역 의료의 모습이 단순히 ‘가까운 병원’을 넘어 ‘믿고 맡길 수 있는 전문 병원’에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경기연구원은 이러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지역 의료 강화의 패러다임을 ‘양적 팽창’에서 ‘질적 내실화’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각 지역의 거점 국립대 병원이나 공공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특정 중증질환에 특화된 전문 센터를 육성하고, 우수한 의료 인력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는 획기적인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대학병원과 지역 병원 간의 유기적인 협진 체계를 구축해 환자들이 지역 내에서도 수준 높은 의료 서비스를 연속성 있게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지역 의료 격차 해소는 국가 균형 발전의 선결 과제이자 국민의 생명권과 직결된 문제다. 경기연구원의 이번 보고서는 단순히 의료 인프라를 지방으로 분산하는 차원을 넘어, 지역 병원의 질적 수준을 수도권 대형병원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상향 평준화’가 유일한 해법임을 강조하고 있다. “어디에 사느냐가 생사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당연한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이제는 정부와 지자체가 의료 전문성 강화라는 정공법에 집중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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