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3만 한의사, 4,700시간 이상 전문 수련 거친 침구 전문가… “무분별한 제도 도입은 국민 건강 위협”
최근 일부 비의료인 단체를 중심으로 일제강점기의 잔재인 ‘침구사 제도’를 부활시키려는 움직임이 포착되면서 보건의료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대한한의사협회(이하 한의협)는 강력한 우려를 표명하며, 대한민국에는 이미 고도의 전문 교육을 이수한 3만 명의 한의사가 침구 치료를 전담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나섰다. 한의협은 침구사 제도가 한의학 말살을 위해 도입된 역사적 배경을 지적하며, 현대 보건의료 체계에서 별도의 침구사 제도를 두는 것은 국민 건강권 수호 측면에서 역행하는 행위라고 규정했다.
침구사 제도는 과거 일제가 우리나라 전통의학인 한의학을 격하시키고 말살하려는 목적으로 도입한 대표적인 일제의 잔재다. 당시 일제는 한의사 제도를 폐지하는 대신 일제식 제도인 침술·구술 영업제도를 강제로 이식하여 한의학의 체계적인 계승을 방해했다. 해방 이후 우리나라는 이러한 왜곡된 제도를 바로잡기 위해 침구사 제도를 자연스럽게 폐지하고, 현대적 의료인으로서의 한의사 제도를 확립했다. 따라서 현시점에서 침구사 부활을 논하는 것은 역사적 퇴행이자, 이미 안착한 국가 의료인 면허 체계를 흔드는 위험한 발상이라는 것이 한의계의 중론이다.
일부 단체에서는 한의사가 침구학을 충분히 배우지 않는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으나, 이는 사실과 전혀 다르다. 현재 대한민국에는 전국 11곳의 한의과대학과 1곳의 한의학전문대학원이 운영되고 있으며, 이곳에서 예비 한의사들은 혹독하고 체계적인 교육 과정을 거친다.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의 사례를 보면, 학생들은 전공과목으로만 총 235학점을 이수하며 이는 최소 3,760시간에 달한다. 이 중 침구학, 경혈학 등 직접적인 이론과 실습 교육에만 480시간 이상이 투여되며, 안전한 시술을 위한 해부학, 생리학, 진단학 등 기초 의학 교육 역시 860시간 이상 철저히 이루어진다.
특히 본과 4학년 과정에서는 전일제 병원 임상 실습이 약 1,000시간 이상 별도로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실제 환자를 대상으로 침구 치료를 포함한 임상 진료에 참여하며, 응급 상황 대처 능력과 임상적 판단 능력을 훈련받는다. 이를 모두 종합하면 한의사 한 명이 배출되기까지 받는 교육 및 임상 훈련 시간은 총 4,700시간을 상회한다. 이러한 방대한 교육량은 비의료인이 단기 교육을 통해 습득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며, 국가가 부여한 면허의 무게를 증명하는 지표이기도 하다.
침 치료는 단순한 물리적 자극을 넘어 인체 내부의 기혈 흐름과 해부학적 구조를 완벽히 이해해야 하는 ‘침습적 의료 행위’다. 한의계는 부적절한 침 시술이 신경 손상, 기흉, 감염 등 치명적인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현대 한의사들은 전통적인 침술에 그치지 않고 초음파 기기 등 현대 진단 장비를 활용하여 더욱 안전하고 정밀한 침 시술을 시행하고 있다. 또한 한약 성분을 결합한 약침 요법이나 추나 요법 등 다양한 복합 치료를 통해 환자의 회복을 돕고 있다. 이러한 전문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인력이 충분한 상황에서 별도의 자격 제도를 신설하는 것은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고 국민의 혼란만 가중할 뿐이다.
결론적으로 한의협은 보건의료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제도의 신설이 아니라, 이미 검증된 전문 인력인 한의사들이 그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한다. 침과 뜸은 한의학의 핵심 치료 수단이며, 이를 다루는 한의사는 국가가 공인한 최후의 보루다. 시대적 소명을 다하고 사라진 일제의 잔재를 다시 불러들이려는 시도는 중단되어야 하며, 전문 의료인 중심의 통합적인 보건의료 체계 안에서 국민 건강을 지켜나가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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