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에는 부쩍 휴가 때 낚시를 계획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바다에서 직접 해산물을 잡아 요리해서 먹는 TV프로로 인해 낚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도 올 해 휴가에는 제주도에 가서 통발낚시를 해보았다. 통발을 던지면서는 우럭, 문어, 꽃게 등에 대한 환상으로 미리 뿌듯함만 가득했었다. 그러나 독이 있는 어종에 대한 상식 없이 통발을 던졌다가 쏠종개의 독가시에 찔려, 그 통증만 기억에 남는 휴가가 되고 말았다.
그제서야 찾아보니, 독이 있는 어류는 생각보다 많았다.
‘어종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것을 낚았을 때는 낚싯줄을 끊어버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독이 치명적인 물고기도 많다고 하는데, 자칫 맹독성의 독이 있는 어류를 잡아서 만졌다가는 휴가 중에 사망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잡히는 독이 있는 어종은 다음과 같다.
쏨뱅이
우리나라의 전 연안에 서식하는 바닷물고기이다. 흑갈색, 적갈색 바탕에 5개 전후의 짙은 암갈색 가로띠가 있으며 옅은 회색 둥근 반점이 산재해 있다. 머리에 짧고 강한 가시들이 발달해 있다.
쏨뱅이는 독가시가 있으나 ‘죽어도 삼뱅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맛이 있는 물고기이다. 맹독은 아니지만 찔리지 않게 주의해야 한다.
미역치
우리나라의 동, 남해 연안에 널리 서식하는 양볼락과의 물고기이다. 주황색 몸에 흑색, 갈색 무늬가 흩어져 있다. 등지느러미의 가시에 독침이 있어 한번 찔리면 참을 수 없을 정도의 고통을 겪게 된다. 이 독은 심한 경우 기절까지 시킬 수 있는데, 다행이 3~5시간 뒷면 자연해독 되며 후유증은 크지 않다. 찔린 곳을 뜨거운 물로 찜질하면 마비가 빨리 풀린다고 한다.
먹을 수도 없는 물고기이니 미역치를 잡으면 낚싯줄을 끊어버리는게 좋다고 한다.
독가시치
남해와 제주도에 서식하는 바닷물고기로 다갈색, 또는 녹갈색 몸에 작은 흰 점이 흩어져있다. 몸이 달걀모양으로 옆으로 납작하다. 제주도에서는 ‘따치’라고 부른다. 찔리면 손가락이 끊어지는 듯한 통증이 따르고 사람에 따라 많이 붓기도 하며 며칠 동안 통증이 계속되기도 한다.
최근에 제주도에서는 독가시치가 별미로 급부상중이라고 한다. 반드시 만져야 할 상황에는 꼬리를 잡으면 온순해지며, 주로 독가시치가 몸부림 칠 때 가시에 찔린다고 한다.
파란고리문어(표범문어)
노란색 바탕에 푸른고리 무늬가 특징이며 강력한 독을 가지고 있는 소형문어이다.
남태평양의 따뜻한 물에 사는 문어인데, 최근에 우리나라의 울산과 제주도 등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복어가 가지고 있는 ‘테트로도톡신’을 지니고 있어 물리면 사망에까지 이를 만큼 치명적이며, 몸 표면의 점액과 먹물에도 독성물질이 있어 만지지도 말아야 한다.
쏠종개
독을 쏘는 ‘바다메기’라고도 불린다. 민물메기와 같이 납작하고 둥근 주둥이 주위에 4쌍의 수염이 있다. 등지느러미와 가슴지느러미에 가시가 있는데 맹독을 뿜는다. 쏠종개에게 쏘이면 상당한 통증과 붓기가 동반된다. 죽은 후에도 가시에 독이 남아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간혹 쏠종개에 쏘여 사망하는 사람도 있으나 이것은 길을 걷다가 번개를 맞을 확률처럼 아주 드문 일이다. 쏘였을 때는 뜨거운 물에 쏘인 곳을 한 시간 정도 찜질하면 통증이 빨리 가라앉는다.
필자가 여행 중에 통발을 던져서 잡은 물고기가 이 쏠종개 이며, 가족 중에 용감한 사람은 모두 달려들어서 한 번씩 쏘였던 미련한 경험으로, 독이 있는 물고기에 대해 미리 알아보는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뒤늦게 깨닫게 되었다.
제주도에서 통발을 던졌다가 쏠종개 수십마리를 잡은 사람이 있을 정도로 독이 있는 물고기는 흔하게 잡히고 있다.
낚시 초보들은 낚시에 나서기 전에 반드시 독이 있는 물고기에 대해 알아보고, 처음 보는 물고기는 절대로 덥석 만지지 말아야 하겠다.
그러나 독이 있는 물고기가 우리를 공포에 떨게 한다 하더라도, 답답한 빌딩숲에서 꿈꾸는 하얀 파도와 짙푸른 바닷물이 넘실대는 바닷가 수렵생활에 대한 환상은 여전히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