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법원은 임대차계약이 종료된 후 임차인의 원상복구의무 범위와 관련하여 의미있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특히 임대 당시 이미 존재하던 지상물에 대한 철거의무를 임차인이 부담하는지에 대해 명확한 법리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소외인은 원고로부터 이 사건 토지를 임차하여 개 사육 농장을 운영하였습니다. 당시 이 사건 토지에는 소외인의 임차 이전부터 양계업을 하던 사람이 설치한 판넬구조의 가건물 주택이 있었고, 소외인이 추가로 설치한 개 사육용 철창 구조물이 있었습니다.
피고는 2004년경 소외인으로부터 이 개 사육 농장을 다시 임차하여 운영하다가, 2008년경 소외인에게 3,000만 원을 지급하고 농장을 인수하였습니다. 이후 피고는 2009. 8. 30. 원고와 직접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는데, 보증금 없이 차임 연 170만 원, 임대차기간 36개월로 정해졌습니다.
이 사건 임대차계약서에는 '임차인은 임대인의 승인 하에 개축 또는 변조할 수 있으나 부동산의 반환기일 전에 임차인의 부담으로 원상복구키로 한다'는 내용과 함께, 특약사항으로 '계약 만료 시 권리금 없음', '계약 만료 시 땅 원상복구 할 것'이라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이후 원고는 피고에게 이 사건 토지상 설치물 철거 및 토지를 인도하라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원심법원은 이 사건 임대차계약서에 '계약만료 시 땅을 원상복구 할 것'이라는 특약사항이 별도로 기재되어 있고, 원고와 피고가 이 사건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당시 이 사건 토지에 전 임차인 등이 설치한 주택과 개 사육용 철창이 존재함을 인식한 상태에서 위와 같은 특약사항을 추가한 사정 등을 종합하여, 위 특약사항은 임대차계약 기간 만료 시 피고에게 주택과 개 사육용 철창의 철거의무를 부여한 것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법리를 제시하며, 철거청구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으로 환송하였습니다(2023다249661).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임차목적물을 반환하는 때에는 원상회복의무가 있다(민법 제654조, 제615조). 임차인이 임차목적물의 그 현상을 변경한 때에는 원칙적으로 변경 부분을 철거하는 등으로 임차목적물을 임대 당시의 상태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하나, 토지 임대 당시 이미 임차목적물인 토지에 종전 임차인 등이 설치한 가건물 기타 공작물이 있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차인은 그가 임차하였을 때의 상태로 임차목적물을 반환하면 되고 종전 임차인 등이 설치한 부분까지 원상회복할 의무는 없다.“
나아가 대법원은 "앞서 본 이 사건 임대차계약 체결에 이르기까지의 경위, 이 사건 임대차계약의 임차목적물과 내용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와 피고는 이 사건 임대차계약 당시 피고가 원고로부터 이 사건 토지를 임차하여 사용하다가 임대차 종료 시 임대 당시 상태로 반환하기로 약정하였다고 봄이 자연스럽고, 피고는 임대 당시와 비교하여 현상이 변경된 부분에 한하여 원상회복의무를 부담할 뿐 이를 초과하여 임대목적 토지상에 건립된 가건물 기타 구조물 등의 원상회복의무까지 부담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위 대법원 판결을 요약 정리한다면, 첫째, 임차인의 원상회복의무는 원칙적으로 임차인이 변경한 현상에 대해서만 적용된다는 점, 둘째, 임대 당시 이미 존재하던 시설물에 대해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철거의무가 없다는 점, 셋째, 원상회복 특약이 있더라도, 그 범위는 임대차계약의 전체적인 맥락과 당사자의 의사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해석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원심 판결과 대법원 판결의 극명한 차이는 계약 해석의 방법론에 있습니다. 원심은 계약서의 문언에 치중하여 '원상복구' 문구를 기계적으로 해석한 반면, 대법원은 계약 체결의 전체적 맥락과 당사자의 실질적 의사를 종합적으로 고려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원심은 다음과 같은 중요한 정황들을 간과했습니다. 첫째, 피고가 3,000만원이라는 상당한 금액을 지불하고 농장을 인수했다는 점, 둘째, 임대차기간이 36개월에 불과했다는 점, 셋째, 연간 임대료 170만 원이 임대목적 토지 공시지가에 비추어 보더라도 현저하게 저렴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 등입니다. 이러한 정황들을 고려하면, 피고가 기존 시설물의 철거의무까지 부담하기로 약정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본 변호사는 이번 대법원 판결이 계약 해석에 있어 문언주의적 접근에서 벗어나 실질주의적 접근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봅니다. 다만, 향후 실무에서는 이러한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 원상회복의무의 범위를 보다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구체적으로는 ① 기존 시설물의 현황을 계약서에 첨부하고, ② 임차인이 설치할 시설물을 미리 특정하며, ③ 계약 종료 시 철거해야 할 대상을 구체적으로 열거하는 방식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의 예측가능성을 높이고 불필요한 분쟁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