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대법원. 혼외자의 생부 도피, 범인도피죄로 처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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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혼외자의 생부 도피, 범인도피죄로 처벌

기사입력 2024.12.24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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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 외의 자녀가 자신의 친생부를 도피하게 했다면 범인도피죄로 처벌받아야 할까요? 최근 대법원은 법률상 친자관계가 없는 혼외자와 생부 사이의 범인도피 사건에서 단순한 혈연관계만으로는 형법상 친족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하였습니다.

 

A는 자신의 생부가 강도치사죄 등을 범하여 도피 중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생부를 도피하게 하였습니다. 이에 검찰은 A를 범인도피죄로 기소하였습니다.

 

원심법원은 A와 범인인 생부 사이에 자연적 혈연관계가 존재한다는 이유로 형법 제151조 제2항을 유추적용할 수 있다고 보아, 범인도피죄를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심 판결을 파기·환송했습니다(202210272판결).

 

"형법 제151조 제2항은 친족, 동거의 가족이 본인을 위하여 범인도피죄를 범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의 친족은 민법이 정한 법률상의 친족을 말한다. 혼인외 출생자의 경우 모자관계는 인지를 요하지 아니하고 법률상의 친자관계가 인정될 수 있지만, 부자관계는 부의 인지에 의하여만 법률상 친자관계가 발생한다.

 

따라서 혼인외 출생자가 벌금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자신의 생부를 도피하게 하더라도 생부가 혼인외 출생자를 인지하지 않은 경우에는 생부와 혼인외 출생자 사이에 법률상 친자관계가 발생하지 않으므로 혼인외 출생자의 행위에 대하여 형법 제151조 제2항을 적용할 수 없다.

 

유추적용을 허용할 경우 입법자가 명확하게 설정한 형법 제151조 제2항의 적용범위가 확장되어 입법자의 의도에 반하게 되고, 유추적용의 기준이 불분명하여 법적 안정성이나 예측가능성이 저해되며, 이로 인하여 형사처벌의 불균형이라는 부당한 결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번 판결의 의의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형법상 친족관계는 반드시 법률상 친족관계여야 하며 단순한 혈연관계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둘째, 형법 제151조 제2항의 유추적용을 엄격히 제한함으로써 죄형법정주의 원칙을 재확인했습니다. 특히 대법원은 비록 자연적 혈연관계로 인해 도피시키지 않을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하더라도, 이는 입법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 법원의 유추해석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법원의 이번 판결은 법리적 해석의 견고함에도 불구하고 일반인의 법감정과 동떨어진 결론에 이르렀다고 생각합니다. 대법원은 유추해석 금지의 원칙이라는 법적 도그마에 지나치게 매몰된 것은 아닌지 우려됩니다.

 

형법은 제151조에서 친족의 범인도피를 불처벌하는 이유로 인간의 자연적 감정을 고려한 것이라고 판단됩니다. 그렇다면 혼외자가 자신의 생부를 도피시켰다는 이 사건에서도, 그 행위의 근저에 있는 자연적 감정과 인간의 도덕적 딜레마를 완전히 외면한 채 오로지 법적 형식논리에만 집착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특히 현대사회의 부모자식 관계는 법정친자관계 외에 매우 다양한 형태가 있습니다.

 

입법론적으로는 혼인 외의 출생자에 대한 보호와 형사법의 엄격성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방안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과학적 친자감정 등으로 혈연관계가 명백히 입증된 경우에는 제한적으로 처벌을 감면하는 규정을 신설하는 것도 검토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는 단순히 처벌의 감면이 아닌, 우리 사회가 직면한 또 다른 형태의 가족관계를 법적으로 인정하고 보호하는 첫걸음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박병규이사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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