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과거사 진실규명 후 국가배상 받으려면

기사입력 2023.02.10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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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이하 ‘과거사정리법’이라 합니다)이 시행된 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과거사위원회’라 합니다)로부터 진실규명결정을 받은 경우, 피해자의 유가족들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모든 경우에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일정한 경우에 한하여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최근 친한(사법시험 공부를 함께 했던) 선배님의 조부님께서 과거사위원회로부터 진실규명결정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이에 따른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검토하게 되었습니다.

 

이와 관련된 주요 판결을 살펴보니, '영암군 민간인 희생 사건'과 관련하여 대법원까지 다투어진 사건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해방 직후 전라남도 영암군 일대에서는 3·1운동 이후 항일운동을 주도했던 분들의 단체가 있었는데, 1946. 2.경 미군정에 의하여 강제로 해산되었습니다. 이 때부터 영암에서는 좌우익 간의 대립이 심해졌고, 1948. 11.경부터 한국전쟁 발발 전까지 좌익 세력에 대한 토벌 작전이 개시되었습니다. 영암경찰서 소속 경찰은 1948. 11.경부터 1951. 4.경까지 영암군 주민 34명을 좌익 및 부역혐의자 또는 그 가족이라는 이유로 영암경찰서 및 각 지서에 연행 구금한 후 사살하였는데, 이 때 희생된 분들의 유가족이 진실규명 결정을 받은 후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1심 재판부인 광주지방법원 제5민사부는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는데, 이 때 특히 두가지 쟁점이 문제되었습니다.

 

그 첫 번째는 전문 증거를 근거로 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결정만으로 망인들을 영암군 민간인 희생 사건의 희생자로 인정하여 피고가 망인들 및 그 유족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볼 수는 없다는 피고의 주장이었는데,

 

재판부는 과거사정리위원회가 유족이나 참고인의 진술을 신뢰하여 망인들을 영암군 민간인 희생 사건의 피해자로 확인하는 결정을 하였다면 이를 존중함이 마땅하고, 이에 대하여 일반적인 사법절차의 사실인정에서 이루어지는 것과 같은 정도의 증명을 요구할 수는 없다고 판단하여 피고의 주장을 배척하였습니다.

 

나아가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은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또는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이 지났으므로 시효가 완성되어 소멸하였다는 피고의 주장에 대하여,

 

재판부는 원고들로서는 망인들의 사망에 대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결정이 있었던 2010. 6. 29.까지는 객관적으로 피고를 상대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고, 피해를 당한 원고들을 보호할 필요성은 매우 큰 반면, 피고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며 그 채무이행을 거절하는 것은 현저히 부당하고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하여, 역시 피고의 항변을 배척하였습니다.

 

나아가 재판부는 손해배상의 액수에 대하여, 망인들에 대한 위자료는 각 200,000,000원, 망인들의 배우자, 부모, 자녀에 대한 위자료는 각 100,000,000원, 망인들의 형제자매에 대한 위자료는 각 30,000,000원으로 판단하였습니다.

 

이에 대하여 피고 국가가 항소하여 광주고등법원 제2민사부에서 재판을 받게 되었는데, 이 때의 주된 쟁점은 손해배상액이었습니다.

 

손해배상액에 대하여 항소심 재판부는, 망인들에 대한 위자료를 200,000,000원에서 100,000,000원으로, 망인의 배우자에 대한 위자료를 100,000,000원에서 50,000,000원으로, 망인의 부모 및 자녀들에 대한 위자료를 100,000,000원에서 20,000,000원으로, 망인의 형제자매에 대한 위자료를 30,000,000원에서 10,000,000원으로 각 감축하였습니다.

 

국가는 위 배상금액도 많다고 주장하며 상고를 제기하였고, 대법원은 피고의 상고를 기각해 결국 항소심 결론의 손해배상책임으로 확정되었습니다.

 

그런데 주의하여야 할 점은, 위 케이스의 경우는 가해행위를 한 자가 경찰공무원으로, 가해행위를 한 자가 공무원 등이 아닌 경우에는 손해배상을 받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소위 ‘장흥지역 희생사건’에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판결이 있어, 이를 검토해 보았습니다.

 

전남 장흥지역은 6.25.전쟁 발발 이후 1950. 7. 28.경 경찰이 후퇴한 후 인민군이 점령하면서 치안대가 조직되고 치안대 및 내무서를 중심으로 지방 유지나 우익 세력에 대한 색출작업이 진행되었고, 인민군 퇴각기인 1950. 10. 초순경 지방 유지나 우익세력이 지방좌익에 의하여 희생당하는 소위 ‘장흥지역 희생사건’이 발생하였습니다.

 

이 소송 원고의 큰아버지 OOO는 1950. 10. 1. 전남 장흥군에 있는 자택 부근에서 칼에 찔려 사망하였고, 같은 날 원고의 아버지 OOO과 작은아버지 OOO은 전남 장흥군 부둣가에서 몽둥이 등으로 구타당하거나 칼에 찔려 사망하였습니다.

 

원고를 포함한 ‘장흥지역 희생사건’ 관련자들은 '과거사위원회'에 위 사건에 대한 진실규명을 신청하였고, 과거사위원회는 이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여 2009. 6. 15. 희생자들이 지방좌익에 의하여 희생되었음을 확인하는 내용의 진실규명결정을 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이 재판에서는 3가지 쟁점이 문제 되었는데, 그 첫 번째로, 피고 국가가 국민인 이 사건 희생자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여야 할 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여 이 사건 희생자들이 지방좌익에 의하여 살해당하였다는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

 

재판부는 6.25.전쟁과 같은 전시상황에서 사실상 피고의 주권이 미치지 못하고 있는 영역에서 벌어진 적대세력의 행위에 대해서까지 피고의 보호의무가 일반적으로 인정되거나 기대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를 전제로 한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다음으로 이 사건 희생자들에 대한 가해자들 중에는 피고 소속 공무원인 교사들과 어업협동조합 소속 선장 OOO와 기관장 OOO 및 면사무소 호적계 직원 OOO 등 7명이 포함되어 있었고, 피고 국가는 위 공무원들의 사용자라는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

 

재판부는 가해자들이 피고 소속 공무원이었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오히려 가해자들은 적대세력에 속하여 있었던 것으로 보아 가해자들이 피고 국가 소속 공무원임을 전제로 한 원고의 주장을 배척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피고는 과거사정리법에 의하여 설치된 과거사위원회의 조사 및 결정에 따른 의무로 이 사건 장흥지역 희생사건 피해자들의 피해 및 명예의 회복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함에도, 이 사건 진실규명결정 후 피해회복을 위한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아니하였으므로 피고는 이로 인하여 이 사건 희생자들 및 그 유족인 원고가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는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

 

재판부는 과거사정리법은 정부에게 피해자 등의 피해 및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규정한 것일 뿐이고, 위와 같은 과거사정리법의 규정을 두고 피고에게 피해자 등의 피해에 대한 금전적 배상 또는 보상할 의무를 명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 패소판결을 하였습니다.

 

이에 대하여 원고들은 항소, 상고를 하였으나 결국 패소확정되었습니다.

 

결국 위 사안의 경우와 같이 가해자가 경찰공무원, 군인 등 국가공무원이라고 볼 수 없는 경우,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하기 어렵다는 점을 명심하여야 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를 최종 정리한다면,

1. 가해자가 경찰공무원, 군인 등 국가공무원인 경우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지만, 민간인일 경우 손해배상을 받기 어렵다는 점.

2. 과거사위원회의 결정은 소송에서 중요한 증거로 원용되지만, 반드시 결정이 있었다고 하여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

3. 소멸시효는 과거사위원회의 결정이 있는 시점 이후의 문제라는 점.

4. 손해배상액에 대하여는 법원에 재량이 주어진다는 점.

 

본 변호사는 이러한 판례의 태도를 중심으로 친한 선배님의 할아버님 사건을 검토한 후, 현재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법무법인 이로 대표변호사 박병규.jpg

<법무법인 이로 대표변호사 박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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