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임원을 하는 이유

기사입력 2021.10.22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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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 때문인지 알 수 없었지만 나는 임원을 자주 하게 되었다. 나는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 학교에 가면 한마디의 말도 안 했던 아이였다. 집에서도 하도 대답도 없고 말을 안 해서 별명이 '심술이'였다. 작은 아버지가 붙여준 이 별명이 정말 싫었다. 나는 심술이 없는데 심술이라 그러니 싫었던 것이다. 이렇게 조용하던 내가 4학년 때부터는 무척 활발하고 외향성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나의 임원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국민학교 5학년 때 부반장부터 시작해서 매해 부반장을 했다. 중고등학교 때도 반장보다 부반장을 주로 했다. 그 후 대학교 가서는 과 여학생 대표도 몇 번 하고, 졸업하는 해에는 졸업준비위원회 위원도 했다. 그 후 광명에 한의원을 하고도 광명시 부회장, 감사, 경기도지부 대의원, 중앙회 중앙대의원, 여한의사회 대의원, 경기도한의사회 이사, 부회장 등을 역임하고 지금은 경기도한의사회 감사를 하고 있다.


명함에 주렁주렁 이런저런 이력 적는 것을 극혐해서 기록도 잘 안 해두는데, 해마나 연말 연초가 되면 무슨 표창장을 준다고 공적조서를 적어 내라고 한다. 그때 임원했던 경력이나 수상 경력도 적어내라고 한다. 한참 협회에 전화 돌려서 몇 년도에 했는지 물어보고 해서 작성해서 서류를 보내곤 했었다. 뭐 이렇게 많은 직함을 맡아서 했나 싶었다. 아마 내가 정치에 관심이 있어서 선거에라도 나갔다면 이력 내용에 쓸 내용은 차고 넘쳤을 것 같다.


사회에서뿐만 아니라 가톨릭에 입문한 뒤로는 성당에서도 크고 작은 직책들을 맡아서 봉사를 했다. 무슨 자랑을 하려고 이것을 적는 것이 아니다. 단지 외향성 때문에 임원을 한 게 아니라, 내 마음 한편에 조금이라도 누군가에게 도움 되는 봉사를 한다는 마음도 있었던 것 같다. 드러나는 거창한 봉사는 못하더라도 내가 소속한 사회, 단체에서 이런저런 임원을 하는 것이 봉사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물론 그 안에서 좌충우돌도 했고, 다양한 많은 경험도 했다.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나니 결국 많은 경험이 내 삶의 자양분은 되었다.


올해는 나의 원워드가 "나 자신 사랑하기"였다. 그래서 오로지 내 건강과 내 마음에 흡족한 쪽으로 무언가를 해야 되겠다 생각했다. 그래서 모든 직책을 다 고사하고 하지 않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도한의사회 감사직을 또 맡게 되었다. 사실 아무것도 안 하고 싶었는데 말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일반 이사직보다 할 일이 많지 않고, 감사 기간에만 집중적으로 봉사하면 되는 거라 평상시는 내 시간이 많아서 한결 여유가 있었다.


내가 일을 잘해서 이런 것을 맡게 되었다기보다는 아무도 하지 않으려고 하니 하게 된 것도 있지 않나 싶다. 큰 경제적 보상도 없는 직책인데 내 시간 빼서 일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생색내는 것이 아니다.


특히 한의사들은 이런 임원직을 하지 않고 작게 동네 한의원만 한다면 정말 본인의 세상이 좁아진다고 생각된다. 다른 종교단체, 사회단체 활동이라도 한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흔히 의사들이 한평 감옥에서 산다는 비유를 많이 한다. 다양한 사회활동을 하지 않고 진료만 본다면 평생 한평 원장실에서만 살게 된다고 그렇게 말한 것이다.


그래서 후배 한의사들에게 권하고 싶다. 내 동네 분회의 반장 직이라도 하면 어떨까 싶다. 결국 우리는 사람들을 통해 모든 것을 배우고 모든 것이 선순환 되기 때문이다. 물론 한의사회의 일이 싫다면 다른 분야에 일을 해도 될 것이다. 종교단체, 봉사단체, 문화단체 등등 일할 사람 구할 곳은 차고 넘치게 있으니 말이다.


내가 수화를 배운 후에도 잠시 다른 성당 수화 선교회 일을 도와주기도 했었다. 이런 모든 것이 우리의 삶에 도움이 되면 되었지 나쁜 것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결국 사람들에 의해서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필자 : 차언명

광명시 차한의원 원장 

경기도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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