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인도 1

기사입력 2018.06.08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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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인도 1

고백하건대 필자는 미술에는 ‘문외한’이다. 

관심을 가져 본 일도 없을 뿐더러, 전시회를 보러 가본 것은 평생에 손에 꼽을 정도다. 
이번 칼럼의 주제를 ‘정말 주제넘게’ <미인도>에 대한 글을 써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 이유는 바로 ‘슉코의 탕증도(湯證圖)’ 때문이다. 

‘탕증도’는 환자의 배를 노출시킨 그림과 약처방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판각한 것을 말한다.
와꾸다 슉코(和久田叔虎)는 <복진기람익(腹診奇覽翼)>이라는 책을 쓴 인물로, 이 책에는 상당수의 탕증도가 나온다. 

탕증도의 그림은 ‘미인도’가 아니라 사실은 환자의 상태를 그려놓은 그림이다.
‘에도시대의 어떤 미인이 병에 걸리는 바람에 그림의 모델이 되었다’라는 설명이 더 정확한 표현이겠다.

필자는 이 책의 그림들을 보면서 의학적인 내용뿐 만 아니라 회화적인 부분이 이채롭고 강렬하게 다가왔다. 이전 시대의 복진서에서는 단순히 복부의 상태만을 전달하는 단순한 그림이  위주였다. 슉코와 그의 스승인 이나바 분레이(稲葉文礼)에 이르러 전신을 자세히 표현하게 되었고 그만큼 얻을 수 있는 정보의 양은 늘어났다.   

필자는 의학적인 부분보다는 회화적인 부분을 치중하여 칼럼을 써보려 한다. 
미술을 사랑하는 분들에게 누가 됨을 각오하였으니, 아마추어의 감상평에 아량을 베풀길 바란다.   
   
맨 처음 그림은 정종미 작가의 미인도이다.  
필자에게 ‘미인도’라는 장르를 처음 각인시켜 준 분이라서 소개를 해본다. 

두 번째로 ‘미인도’라고 한다면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신윤복(申潤福)의 미인도에 대한 소감을 간단히 적어보았다. 

마지막으로 슉코의 <복증기람익(腹證奇覽翼)>의 탕증도 중 가장 미적인 그림을 ‘미인도’라고 이름 붙여 소개해 본다.  




정종미의 미인도

살다보면 다양한 직업을 가진 분들과 인연이 된다. 
한의사란 직업이 매일 사람을 상대하는 직업이다 보니 흔하지 않은 직업을 가진 분들과 만나게 된다. 예를 든다면 영화감독, 배우, 시인, 화가 같은 직업을 가진 분들이다. 

화가인 정종미 작가를 치료해 드린 것은 아주 오래전 일이다. 
당시 작가의 작업실이 분당에 있는 관계로 요통을 몇 번 치료해 드린 적이 있었다.
그림을 그리는 작업이 그렇게 고된 일인지 자초지종을 듣기 전에는 알지 못했다. 

정 작가는 치자나 황백 같은 자연염료로 염색한 종이를 덧붙이는 작업을 통해 독특한 질감과 입체감을 표현하는 분이었다. 치자나 황백 같은 자연 재료는 한의원에서도 사용하는 중요 약재이다. 

스페인에서 작가의 전시회가 있었는데, 그 때의 경험을 들려줬다. 
정확한 워딩은 아니지만 대충 이런 내용이다. 

정작가의 그림을 소장한 한 부인이 자신의 집으로 작가를 특별히 초대하였다. 
그 집을 방문하여 보니 거실에 자신의 작품이 걸려 있었다고 한다. 
그 부인이 정 작가에게 말하기를,
 
“이 그림은 정말 저에게는 위안이 됩니다. 
저는 매일 차를 마시면서 그림 속의 부인과 대화를 나눈답니다.”   

필자는 그 얘기를 듣는 순간 소름이 쫙 돋는 감동이 밀려 왔다. 
정 작가의 흐뭇한 표정에서 화가로서의 보람이 느껴졌다. 동시에 작가를 향한 소장자의 감사와 호의를 상상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갑자기 어떤 그림인지 궁금해졌다. 
   
나중에 개인 전시회를 하니 종로에 있는 금호미술관으로 구경 오라는 연락이 왔다. 
너무 궁금해서 안 가 볼 수 없었는데, 벽을 가득 채운 감동의 대작들을 감상할 수 있었다.  

작가의 미인도를 한 작품 소개한다. 
얼굴을 잘 보기 위하여 상반신 부분만 소개함을 양해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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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종미 작. 미인도 2009년> 


옅은 미소를 품었다. 약간 수줍어하는 것 같기도 하고. 
미간은 넓은 편이고, 가늘게 잘 정리된 초승달의 눈썹을 가졌다. 
미소는 얼핏 ‘관음보살’의 미소 같아 보인다. 온화하고 지혜로운 인물로 느껴진다. 
아랫입술이 두툼하여 안정된 느낌을 주면서 감정적으로 편안함을 주는 미인이다. 

신윤복의 미인도 

신윤복의 미인도는 간송미술관의 대표적인 소장품 중 하나이다. 
아다시피 간송 전형필 선생은 일제강점기에 우리 미술품을 지켜낸 선각자이다.  
간송미술관을 검색하여 보면 재미나게도 ‘매일 휴무’라고 나온다. 
말이 미술관이지 일 년에 몇 주 개방하지도 않는다. 

몇 해 전 동대문 디자인프라자에 특별전으로 나들이 나온 미인도를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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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윤복 작 미인도 비단에 채색 조선후기>

전시관 측의 소개를 옮겨 본다. 

두 손으로 묵직한 마노 노리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은 분명 고혹적인 자태이다. 
여린 듯 앳된 둥근 얼굴에 열망을 가득 담은 채 물오른 앵두처럼 터질 듯 붉게 부푼 입술이 말할 듯 아니하며 맑고 그윽한 눈빛은 그리움으로 가득 차 있다.

기녀를 그린 것이라 한다. 그래서 그런지 편견이 섞인 평이 많아 보인다.   
눈빛은 한 곳을 응시하고 있는데 약간 멍한 느낌이 든다. 뭔가를 골똘히 생각을 하는 듯한데.
눈빛에서 그리움이나 기다림 같은 서정이 가득하다. 
입술을 오므린 것이 슬픔의 감정을 참는 듯하다.  
코는 오똑한 편으로 자기 감정에 솔직할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문성철 원장_P copy.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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